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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생각 바른 글

이 삶을 잘 마무리하고 다시는 태어나고 싶지 않아요.

사실 기쁘게 살아가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기쁜 순간은 잠시여도 충분하다. 때로는 그 잠시의 순간이 평생을 즐겁게 살아갈 힘을 주기도 한다. 삶이 고통이란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잘 알고있는 사실을 밖으로 떠벌이는 일은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매사가 그런 식이다. 아는 것들은 그냥 알고 있는 채 살아가는 게 인생이다. 말을 한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다. 생명을 가진 존재가 건너야 하는 넓은 강은 고통임을 통찰하는 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한 깨달음이 아무리 하찮아 보여도 얼마나 빨리 가슴속으로 날아와 자리를 잡는지.


늘 기도할 뿐이다. 기도가 싫다면 그냥 눈 감고 가만히 앉아서 호흡하든가. 어서 지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일상을 사는 일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지혜로운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몸부림치고 원망해봐야 소용없다는 사실을 잘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저주를 퍼부으면서도 결국은 받아들여야 했던 경험을 소스라치게 겪어 본 사람만이 살아내는 게 삶이다. 


경향신문에 '검찰 미투’ 그후… 제목으로 정의로운 검사가 희망이었던 당사자 서지현 검사와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싸우면서도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끝까지 읽었다. 아래는 맨 마지막 몇 구절 서지현씨의 말을 옮겼지만 손이 떨리고, 가슴이 저려서 몇 번이나 복사하고 붙여넣기를 실수했다. 세상에 다음 생에 태어나지 않기를 기도하다니. 


"초등학생인 아이도 돌보고 집안일도 하고 병원도 다니고 있고…. 저는 저의 삶을 살고 있어요."


“제가 원했던 삶은 조용하고 평온한 삶이었어요. 그냥 순간순간 많이 행복하고 최선을 다해 사랑하며 사는 것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는 뜻)이죠. 의도하진 않았지만 제 삶의 방향이 이렇게 흘러갔고, 이왕 시작된 이 운명을… 최대한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싶어요.”


“저는 인생이 찰나라고 생각해요. 저의 고통도 언젠가 끝날 거예요. 영원히 살 것처럼 죄를 저지르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제가 죽을 것을 알기 때문에. 제 진심을 알고 제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 제가 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제가 평생을 말하지 않고 그저 현재의 검찰에 만족하며 살았다면 그게 더 부끄러웠을 것 같아요. 저는 늘 기도해요. 부디 제가 잘 버틸 수 있는 힘과 지혜와 용기를 주시라고. 이번 생에 포인트를 많이 쌓을 테니까 다음 생엔 절대로 태어나지 않게 해달라고요.”


“네.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 이 삶을 잘 마무리하고 다시는 태어나고 싶지 않아요. 인생은 너무 고통스럽다는 것을 아니까요.”


사실 이렇게 기도해야 맞는 일이다. 이 우주에 기적같은 생명을 가지고 잘 살았으면 됐지, 또 다음생에 오려는 욕심은 무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이런 멋진 말을 할 수 있는 건지? 고통스런 경험이 이런 깨달음을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확실하다고 생각하지만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가을이 거의 막바지다. 사람들이 단풍놀이 가라고 나무들이 색색으로 변하는줄로 알았지만, 결국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래야 살아남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왕에 생존하려면 존엄한 삶을 살아야 한다. 단지 생존하는 게 목적인 일은 곤충이나 하루살이들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見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