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생각 바른 글

익숙한 장소에 가지 않는 것. 익숙한 생각과 익숙한 행동을 멈추고

지구빵집 2018. 10. 3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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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장소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 몸에 익숙한 행동을 멈추고 다르게 생각하고 특이하게 행동하려 한다. 다름을 불러일으키는 장소로 가야 한다. 때때로 흔들의자에 앉아서 허공과 중력에 우리 몸을 내맡겨두자. 머지않아 흔들림은 멈출 거고 우리는 흔들의자에서 내려야 한다. 아주 잠시지만 우리가 얻는 것은 너무나 많다. 무엇을 버릴 건지 생각하는 시간을 자주 가지려고 한다. 내려놓을 게 더는 없을 때까지 생각을 멈추지 않으려 한다.


4주 동안 매주 목요일 오전 라즈베리파이와 IoT 수업이 창업 활성화 센터에서 열린다.  다른 팀이 회의장을 사용해 12시부터 시작된 `IoT와 라즈베리파이` 수업을 마쳤다. 점심은 당연히 건너뛰었다. 누나는 내가 송금한 강사비가 입금되었다고 점심을 산다고 했다. 관문 체육공원에서 뛰고 나면 가끔 가는 우남정 식당으로 간다. 설렁탕과 왕갈비가 주메뉴다. 수업이 어렵냐고 물었다. 어렵지는 않다고 말한다. 강아지들 산책시키고, 매일 집안 살림하는 것, 길고양이들 밤마다 밥을 주고, 소프트웨어 교육 수업이 늘 있다고 누나는 말했다. 한참 일 하다가 한번은 내가 기다리는 시간도 우울하고, 일도 잘 안되고, 가을가을 해서 슬프다고 했다. 누나는 나에게 우울한 건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진짜 어울리지 않는지 그건 모르겠다. 


많이 달라지는 내 모습이 약간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여자와 만나고 나는 많이 변해 있었다. 여자도 마찬가지로 많이 변해 있었다. 놀라울 정도로 많이 변한 내가 가끔은 맘에 들었다 안 들었다 했다. 많이는 아니지만 나보다 오래 산 누나는 늘 침착하고 사려 깊게 행동했다. 긴 생머리 때문인지 누나는 많이 어려 보인다. 전산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호기심이 많고 학습 능력이 매우 빠르다. 소프트웨어부터 디자인, 자료 만들고, 교육하고, 사진찍고 편집까지 도대체 못하는 게 없어 보인다. 가볍고 둥둥 떠다니는 나에게 잔소리도 하지 않는다. 세상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는 소리를 말없이 듣고 있던 누나는 고작 한다는 말이 "누가 옳은가는 중요한 게 아니에요. 속세가, 세상이,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스승이에요."라고 한마디 하는 게 전부다. 디지털 창작집단 공동체 활동으로 만난 뒤 일을 많이 도와주신다. 


우남정에서 설렁탕을 먹었다. 국물도 뽀얗게 우러나고 깍두기와 김치가 제법 먹을 만 하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 마시러 가자고 했다. 누나는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는다. 카페를 가도 허브차나 고구마 라떼 같은 커피가 들어간 차를 마시지 않는다. 나는 얼마 전에 찾아낸 레몬 마들렌 파는 데를 찾는다고 했다. 누나는 자기가 아는 곳이라고 했다. `아라비카 커핑`이라고 과천경마장 둘레를 따라 장군마을을 지나 삼포마을로 가면 된다고 누나가 운전을 했다. 아라비카 커핑 도착하기 직전에 `마이알레` 라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있다. 벌써 2,3년 전 일이다. 친구 소개팅을 시켜 주느라 찾아간 곳이다. 이제서야 기억이 나는데 여자 쪽 주선자는 안양광장의 솔향님이셨고, 남자 주선자는 나라서 노총각인 친구를 데리고 갔다. 이후에도 한 번 더 갈 기회가 있었지만 무산되었다. 이상하게도 아라비카라는 낱말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메리카도 아니고 아프리카도 아니고 왜 아라비카인지 모르겠다. 누나는 오늘은 한가한 편이다. 그러나 저녁만 되면 가족들을 챙기러 들어가야 한다. 


면적이 제법 넓은 경마장과 경마공원 외곽을 따라 도는 길은 한창 원색의 낙엽이 지고 있다. 짧은 거리지만 드라이브하기엔 날씨도 삼삼하니 좋은 날씨다. 주말에는 차량과 경마 게임을 즐기는 사람, 술에 취하신 아저씨들, 택시 등이 뒤엉켜 아주 소란스러운 곳이지만 오늘은 목요일이라 한산하다. 시내 외곽에 있는 전형적인 카페다. 노란색 계열이 많이 들어간 털을 가진 전형적인 고양이를 키우고, 앞에는 새로 단장해 깔끔한 붉은 천을 댄 전형적인 흔들의자가 있다. 같이 흔들의자를 타고 몇 번 왔다 갔다 하다가 내렸다.


어떤 커피를 드릴까요? 묻는다. 아니 커피가 다 똑같지 무슨. 진하게 타드리나요? 연하고 향이 강한 것을 드시나요? 좀 신맛이 강한 커피는 어떠신가요? 묻는다. 그냥 아무거나 진하게 타달라고 한다. 혀가 바닥이라서 가리지를 않는다. 생존 확률이 높고 어지간해선 성격도 좋을 것이다. 마들렌은 이름이 예뻐서 좋다. 달거나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름이 예쁜 음식을 좋아한다. 마카롱, 타르트, 마들렌처럼. 마들렌은 프랑스가 원산지인 과자로, 카스테라와 맛이 비슷하다. 기본적으로는 조개 모양의 틀로 구워서 조개 모양으로 굽지만, 사용한 모양틀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달걀 잡내를 잡기 위해 바닐라 향을 넣거나 보통처럼 레몬을 넣어서 만들기도 한다. 여기서 파는 레몬 마들렌이 다행스럽게 두 개가 남아서 맛을 보았다.


누나는 붉은 빛깔의 진한 귤과 생강이 들어간 차를 시킨다. 조용하고 말도 없는 누나는 일하는 이야기만 하면 영혼이 빠져나간다. 또 일 이야기다. 늘 일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 자주하는 일 이야기는 가끔은 지겹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소프트웨어 교육, 스스로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일들을 이야기하는데 중단할 줄을 모른다. 연성대학교 학생들이 오기로 한 시간이 되어간다. 나는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레이스 호텔 앞까지 태워다 주고 다시 강아지 사료를 산다고 떠난다. 가볍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흩날리는 낙엽처럼 가만히 두고 볼 수 있어서 좋다. 갈증 나는 것처럼 힘들게 기다릴 필요가 없어 좋다.-見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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