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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주는 사람은 사과라도 해야 하는데, 그냥 지나가자고?

지구빵집 2018. 12. 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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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의 존재' 자체는 역설이면서 변증법적이다. 끊임없이 죽어가면서 살아남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유전으로 전해지는 본성이 남아있으면서도 마치 없던 것이 생겨나듯 유기체끼리 서로 돕는 행동은 ‘운명의 사슬’이다. 자아와 타자는 별개의 존재지만 서로 결합되어 존재한다. 이미 생명 안에 죽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본성이다.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자아와 타자는 서로 배신하지 않고 협력하는 것이 좋다. 협력하는 자체가 타자를 돕는 행동일 뿐일지라도 서로 보복함으로써 상황을 악화시키는 최악의 비극을 막는 길이다.”- <생명을 읽는 코드, 패러독스>

  자아와 타자는 분리될 수 없다. 따라서 공동운명체일 수 밖에 없는 인류는 상호관계를 중시하는 “네가 싫어하는 것을 남에게 하지 마라”(탈무드)와 같은 경구를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한다. 현실은 아닐지라도. 힐링의 분위기가 깨지고, 개인주의 시대가 저물고, 무관심과 상처받지 않고 살기를 강요하는 분위기 팽배하다. 한때 폭풍처럼 인기 있던 책을 보아도 그렇다. ‘미움 받을 용기’(인플루엔셜 발행), '개인주의자 선언-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문학동네), '신경 끄기의 기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갤리온) 등과 같이 적어도 외부에게 받는 영향에 무심한 채 살아가는 방법을 쓴 책이 인기가 있었다. 인문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외치던 사람이 남긴 것은 순간순간에 행복하자며 지독하고, 이기적이며, 깨닫지 못한 '나'만 남겨놓았다. 절대 풍요롭거나 존재에서 자유로운 방법이 아니었다. 

  "귀족은 결국 고립으로 나약해졌다. 부유하고 여유있는 자들은 찬란한 시대에는 저항하지 않는다. 점점 병들어 간다. 결국은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할 것이다. 다시는 강해질 수 없다. 싸우는 법을 잃어버린 세대가 바로 우리다."-見河- 

  자기 일 외에 다른 일에는 '신경끄기'를 가르친다. 스스로 편하게 살기에 좋은 방법으로 보이지만 자신도 죽이고 다른 사람도 죽게 내버려 두는 빠른 길이다. 우리가 이타적인 이유는 우리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다. 설사 우리가 희생해서 목숨을 잃더라도 후대의 자손이 살아남아 인류를 보전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죽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에 관심을 끄고, 상처받지 않고, 비난도 하지않고, 사과도 받지 않고, 쿨하게 떠나면 인류의 미래는 어둡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 준 사람은 상처 받은 사람에게 사과해야 한다.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를 떠나 사과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 상처받은 사람이 '나는 상처 입었으니 사과하시오' 라고 말하면 사과해야 하는 게 규칙이다.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이 아름다운 사람이다. '내가 상처 준 게 뭐냐'고 하는 사람과는 함께 하지 말고 떠나라는 말은 진실이 아니다. 꼬치꼬치 따져야 한다. 표독스럽게 누가 무슨 말을 했고, 왜 했으며, 다시 또 상처 주는 말을 할 건지,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야 한다. 집요하고, 가차없이, 속속들이 따져야 한다. 편하자고, 쿨하지 않으면서 쿨한척 넘어가면 안 된다. 알면서 왜 그냥 지나치는가? 상처는 전적으로 준 사람의 문제이지 받은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특이하게도 상처를 잘 받는 사람이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자주 상처주는 사람인 경우가 흔하다. 참 어려운 일이다.-見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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