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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와 과정에 집착하는 목소리로 바닥을 다 드러내고 말았다.

지구빵집 2018. 12. 1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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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와 과정에 집착하는 목소리로 바닥을 다 드러내고 말았다. 그때는 맞지만 지금은 틀린 말을 듣고 온 날은 괜히 심사가 뒤틀린다. 괴팍한 은둔자며 과학자고 탐구자인 내가 나서야 할 일은 별로 없다. 일을 만들지 않아야 하고, 관계는 적을 수록 좋다. 오히려 명상을 배운 뒤로는 나서기도 싫어하고 출가 할 날만 기다리는데 정말 심사가 꼬이긴 꼬였나 보다. 아직도 많이 부족한 사람임을 늘 깨닫는 과정에 있다. 회사를 나와 사업을 시작하면서 다른 형태의 은둔이 시작되었다. 생각만큼 잘 되지는 않는다. 다시는 다른 사람이 주는 돈으로 살기가 싫어서 부단히 노력했지만 노력이 그 만큼의 댓가를 반드시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때가 되어야 가져다 준다. 그것도 기다리고 기다려야 한다.

일을 참 잘하고 있다. 여러가지 일을 시간을 들여 하다보면 알아서 잘 나가게 된다.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발주가 들어왔다. 무려 한 대다. 강원 도립대학교로부터 소프트박스 아두이노 발주가 왔다. 기쁜 마음이 채 들기도 전에 조금은 마음이 상했지만 여전히 좋다. 자랑해도 되는 사람에게 자랑도 해서 좋은 기분이다. 아직도 일은 많지만 '일'에 대해서 조금은 알 것 같다. 일은 시간을 좋아한다. 온전히 일에게 쓰여야 좋아한다. 일이란 놈은 집중하기를 바란다. 일은 자기만 사랑해 주기를 바란다. 일은 시간을 들여서 해야하고, 시간을 들인만큼 사랑해주고, 함께 해야 제대로 되는 놈이다. 위대한 화가든 그림을 갓배우기 시작한 사람이든 누구나 점 하나로 시작한다. 마치 점 하나를 찍은 기분이 든다. 단지 점 하나 찍는 일이-아직 점인지, 허공인지 모르겠지만-정말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그와 함께 해야 하는 여러가지 일이 생겼다. 이러다간 그를 미워할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든다. 긴 시간을 기다려 여기까지 왔다. 아직까지도 익숙하지 않은 일이어서 나에게 질문한다. 여기 같이 있어도 되나? 나도 끼어도 되나? 나도 그와 함께 더 멀리 가도 되는 건가? 하고 스스로 물었다. 어쩌면 아무일 없이 여기까지 온 것처럼 또 어디론가 가게 되고, 그와 함께 우리팀을 이끌 것이다. 언제까지는. 우리가 좋아하는 책을 내기 위한 일에도 함께 할 것이다. 

기쁨은 항상 늦게, 정말 마지막에 겪어야 한다. 고통은 일찍 겪고 행복감은 나중에 찾아와 누려야 한다.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별건가? 무수히 많은 작지만 오래가는 행복이면 좋지 않은가. 나의 걱정과 두려움이 큰 만큼 같이 가야하는 일은 쉽지는 않아도 과정이 중요하다. 오랜 시간을 만나 이야기하는 데도 여전히 그와 함께 하는 일이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다. 마치 모든 일이 처음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사실 처음이다. 익숙하지 않으려고 한다. 가끔은 싫을 때도 있지만. -見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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