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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하나씩, 한 마리 한 마리씩이라고 말했다.

지구빵집 2019. 4. 2.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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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하나씩, 한 마리 한 마리씩이라고 말했다.

 

 그와 이야기를 해야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가는 남자의 행동은 여전했다. 남자에게 달라진 게 있다면 자기가 느끼는 행복은 다른 사람이나 주위 환경에 의지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처럼 살아가고 있다. 남자가 화났을 때는 늘 침묵하듯이 살아가고, 남자의 삶에 아무런 의미가 없을 때 남자는 너무나 조용했다. 침묵과 마찬가지였다. 나서지도 않고, 알리지도 않고, 무어라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지내는 모습은 그가 삶이 별로 재미가 없다는 의미였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뻔한 일들이다. 

 

일상을 제법 잘 살아가는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잘 지내다가 갑자기 사이가 가까워지면 -일상적인 평범한 일로 만나거나 함께 하는 일에 더욱 협력을 하게 되면- 갑자기 심하게 앓았던 것 같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와 가깝게 지내는 일은 가장 신나고, 심장마비에 걸릴 정도로 맥박이 빨리 뛰는 일이다. 아니면 내면을 보일까 겁이 나서 조마조마한지도 모른다. 해마다 열리는 마라톤 대회를 마치고 함께 버스 타고 돌아올 때, 한 해를 보내는 송년회 마치고 나서 이틀 강의 후에 감기가 찾아오고, 담배를 참고 지내는 날이 길어진다고 이야기하고 나서, 함께 낮술을 마시고 노래 부르며 놀다가 허벅지를 다치고 하는 과정들을 보면 꼭 그렇다. 남자는 이상하게도 이젠 다 이루어서 좋다고 생각하면 꼭 상처를 입고 어김없이 잠잠한 상황으로 들어간다. 문득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균형을 생각한 적은 없는데 균형이 찾아와 준다는 생각을 한다. 

 

친밀함을 견디는 힘을 길러야 한다. 아이였을 때 우리는 친구와 선생님과 부모님과 얼마나 친밀했나? 사람들은 흔히 친밀함은 무언가 좋은 것으로, 친밀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너무 가까워지면 자기 자신이 사라질까 두려워한다. 겁이 나서 도망치기도 한다. 다른 것과의 가까움은 자신의 소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소름이 끼치고, 기분이 바닥으로 내려간다 해도 우리는 가까이해야 한다. 그 일부가 되어야 하고, 무엇이 움직이고 있다면 그 안에 머물러야 한다. 우리가 만들어 내는 것들은 우리의 일부이고 우리는 그것들에서 도망칠 수 없다. 벗어나더라도 바로 옆에 있을 것이 분명하다. 

 

길다고 생각했는데 2월 말부터 딱 4월 1일까지 햄스트링 통증으로 운동도 하지 못하고 지냈다. 천천히 인내하기만 하면 아주 완벽하게 회복할 수 있는 부상이다. 마음이 움츠러드니 대부분의 일들이 잦아들었다. 사실 아무것도 아닌 걸, 우리는 언제나 겁내고 두려워하고 안타까워서 어쩔 줄을 모르며 살고 있다. 심지어 그런 기간이 삶의 반이나 된다고 해도 기쁜 일이다. 심지어 평생이어도 기쁠 수 있는 일이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달린 거라고 쉽게 말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정말 그렇다. 용기가 없이 살고 싶지는 않다. 적어도, 아니 절대로, 용기가 없이 살아서 남자는 그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남자는 두 번 다시 자기가 가진 것들을 잃고 싶지 않았다. 용기가 없는 삶은 정말 삶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벽돌 하나하나, 달러 한 장 한 장, 한 사람 한 사람씩 차근차근 해 나가야 한다.  

 

남자는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강의를 하거나, 다른 사람 앞에 서서 이야기 하는 딱 그만큼을 살아보자고 생각한다. 사실 남자는 말만 하는 사람이라서 그런 말을 실제 삶에 적용하기는 어려운 사람이다. 자기에게 좋은 이야기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고, 닮고 배우고 싶은 이야기를 또 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서로 닮을 필요가 없다. -見河-

 

양재천은 봄꽃이 만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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