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생각 바른 글

혹시 자기 것이라고 생각한 것들을 하나씩 잃어가는 느낌일까.

지구빵집 2019. 3. 15.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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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소리 나게 잘하는 일은 없었다. 그냥 시간 되면 나가서 제 할 일을 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일에 신경을 약간 쓰고, 늘 편하게 있다가 왔다. 여러 동료와 잘 지내는 일에 익숙했고, 가끔 행사나 일할 때 그를 돕기 위해 조금 거든 것뿐이다. 그러면서 인정을 받고 나름 모임에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주기적으로 쓰는 토요일 정기모임 후기를 올리고 있다. 컴퓨터로 하는 작업들이 있다면 내가 하게 되었다. 동호회가 생긴지 꽤 오래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책을 낸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나와 준비를 함께 하자고 동호회 초기 구성원이신 선배가 말했다. 물론 그도 함께 하기로 했다. 그 사람이 아니면 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더 빨리 더 먼거리를 달리고, 맡아서 해야 하는 일이 많아지고, 다른 사람의 이름을 많이 외울수록 내가 차지하는 부분은 커져가고 그가 할 일은 점점 줄어들었다. 많이 부담되거나 싫은 일은 아니었다. 그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떠나겠지만 지금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행복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하는 일이 많은 지, 바쁜 시간을 보내는지 그를 잠깐잠깐 보고 가는 시간이 전부다. 그를 알아보는 눈길이 줄어들고 있거나, 그가 필요한 곳, 불러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혹시 자기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하나씩 잃어가는 느낌일까? 문득 그가 잃어가는 것을 내가 얻어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나를 데리고 왔지만 그렇다고 그가 가진 것은 처음부터 내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인 나는 무엇 하나 갖고 싶은 욕심도 없다. 친구나 선후배, 동료와 관계가 좋아지고, 서로 의지하게 되고, 일을 조금씩 맡아가고, 글을 쓰고, 달리는 실력이 늘면서 많은 일이 일부는 내 것이 되었다. 어떤 일은 눈에 띌 정도로 나의 일이 되기도 했다. 일부라도 내 것이 되는 일들을 죽 나열해보면 모두가 처음부터 그가 가지고 있던 것이다.

 

  자기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을 하나씩 놓아야 하는 그는 상실감인지 모를 기분이 들 수도 있겠다. 아니면 그러한 상황을 지켜보고 실망을 하거나 섭섭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이런 기분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은 없다. 나만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지내는 날을 다 보고, 일이 옮겨 가는 것을 알고 있는데 나만 모르고 지낸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동호회 모임의 임원을 맡아 일을 하고 있다. 글을 잘 쓰고 있지만, 다친 뒤로 전혀 생각이 없다. 몸과 마음은 동일한 경로를 순항한다. 둘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달리기 실력이 늘고, 점점 현실과 같아지고 있다. 남자는 담배를 끊기로 하더니 악착같이 열심히다. 남자는 꾸준히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 어렴풋이 이해한다. 꾸준히 하는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깨닫는 데 시간이 걸렸다. 남자는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기도 언젠가는 다 내려놓고 다른 사람이 가져가는 것을 보고 있을 테니까. 어차피 순환하는 삶이다. 꽃은 피고, 양재천은 늘 흐르고, 어둠은 내린다. -見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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