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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러너스

남김없이 피고 지고, 벚꽃 엔딩 런

  양재천 둑을 따라 활짝 핀 꽃들이 남김없이 피고 진다. 흰 꽃잎이 바람에 날릴 때는 모든 것이 부질없어 바람에 날려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다행이다. 핀 꽃은 진다. 피지 않은 꽃은 지는 순간을 갖지도 못한다. 지금 우리가 보는 꽃은 작년에 핀 꽃도 아니고 내년에 필 꽃도 아니다. 지금 이순간 피었다 지는 꽃이다. 우리가 엄청나게 열심히 살아도 인생에서 꽃을 피우기는 어렵다. 싯다르타가 죽음에 직면해 제자들에게 "얘들아, 고개를 돌리지 말고 무상에 직면하라."고 말했다. 무상은 영원하지 않은 것이다. 마치 죽음과도 같다. 무상을 직면하라고, 고개를 돌리거나, 얼핏 보지 말고 눈을 부릅뜨고 무상을 똑바로 보라고 말했다. 우리가 어떤 사물에서, 누군가에게서 무상을 볼 수 있을 때는 그 대상과 쉽게 헤어질 수 없다. 지금 우리가 보는 하얀 벚꽃에서 무상을 본다면, 우리가 떠나기라도 하면 곧 꽃이 질까봐 떠나지 못한다. 꽃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피지 못하는 것이다. 꽃은 지는 것을 무서워 하지 않는다.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 할 게 아니라, 삶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 해야 한다. 이런 자세로 살면 삶의 많은 부분들이 원만하게 해결될 것이다. 

  사실 달리기는 한밤중에 운전하는 것과 비슷하다. 오로지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만큼만 볼 수 있다. 우리는 그런 방법으로 목적지까지 다다를 수 있다. 러너는 자신이 어디를 향해, 어디까지 가야 할 지 알 필요가 없다. 긴 주로를 달리며 목적지를 생각하거나, 도중에 지나치게 될 모든 광경을 다 볼 필요도 없다. 마라토너는 단지 눈앞에 펼쳐진 오직 3미터 앞의 거리만을 보아야 한다. 노련하고 빠른 베테랑 러너들은 모두 같은 방식으로 모든 거리를 질주한다. 

  마라톤이라는 운동을 시작하고, 하프를 여러 번 뛰고, 풀코스를 생애 처음으로 완주하는 1~2년 차 마라토너는 늘 거리 전체를 뛰려고 한다. 풀코스, 하프코스를 한 번에 뛰려고 하니 매번 거리는 멀어보이고, 후반으로 갈 수록 힘들다는 말을 한다. 그런 단계를 지나 점차 달리기가 즐거워지고 이력이 나면 바로 몇 미터 앞의 거리만을 달리게 된다. 달리기 선배들과 수 많은 선수들 역시 같은 방식으로 달리고 일상을 살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말투를 바꿔서~^^ 

  약간 쌀쌀한 날씨에 변함없이 토요 정모가 영동 1교 아래에서 열립니다. 날씨가 참 일정하게 흐르지 않음을 느낍니다. 온도 변화가 심하고, 먼지에 강풍에 종 잡을 수 없는 날씨라서 감기에 걸린 사람들도 많거니와 굉장히 아프고 심하게 감기를 앓게 됩니다. 그래도 일주일을 열심히 살아 낸 회원들이 시간에 맞춰 모입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손을 잡아보고, 얼굴을 쳐다보고, 따뜻한 눈빛으로 찬찬히 살핍니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다른 시간을 보내고, 이제부터 잠시라도 같은 곳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는 들뜬 마음이 보입니다. 

  평일 저녁에는 아이들이 점령하는 인라인장을 회원들이 천천히 달립니다. 감독님의 구령으로 몸을 풀어주는 준비운동을 착실하게 합니다. 준비 체조가 끝나면 크게 구호를 외치고 모입니다. 공지사항이나 행사에 관한 내용을 전달합니다. 감독님이 오늘 훈련에 대해 설명합니다. 잘 달리는  A조는 영동대교 까지 약 16km를 달리고, 중간 정도 달리는 B조는 청담대교까지 왕복 14km를 달립니다. 부상자나 10km 러너는 등용문 반환까지 정해줍니다. 옷을 갈아입고 두 줄로 출발합니다. 양재천 주로를 달리는 모습은 꽃이 피었을 때나, 꽃이 지고 있는 때에도 멋진 모습입니다.  

  한 주 잘 보내시고 다음 정모에 뵙겠습니다. 소소한 일상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고, 사소한 것으로 행복할 줄 아는 사람으로, 비어있으되 가득 찬 일상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날씨가 매우 요상합니다. 건강에 각별히 유의하시고, 체온은 꼭 1도 상승을 유지하시고 즐거운 날 되십시요.(2019년 4월 20일 토요일 - 벚꽃엔딩 런) -見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