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러너스

서울 하프마라톤까지 지켜보다. 2019 SEOUL HALF MARATHON

지구빵집 2019. 5. 2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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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7일에 열린 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을 달리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기 전이라 서울 하프마라톤도 참가하지 않았다. 4월 28일 열리는 서울 하프 마라톤이 열리면 2019년 봄의 메이저 마라톤 대회가 모두 끝난다. 속절없이 흘려보내는 봄은 우리가 어떤 이유로 잠잠히 지내더라도 아름다운 계절이다. 아마도 일찍 핀 꽃들은 볼 수 있는 계절이다. 대회 날은 약간 쌀쌀한 날씨다. 정확히 13~16도를 가리키는 춥다는 느낌이 드는 날씨는 달리기에 최적의 온도다. 광화문은 아침 7시부터 10km와 하프코스를 달리는 건강하고 활기찬 러너로 붐비기 시작한다.

  누군가의 심장을 헤집는 신나는 기분을 서울 하프마라톤에 출전한 러너는 알고 있다. 하프 거리 21.0975km는 오래 달린 러너나 10km 정도를 달려본 경험이 있는 누구에게나 큰 부담이 없다. 코스는 얼마나 좋은지 광화문 광장에서 출발해 충정로와 공덕사거리를 지나 마포대교를 건너 여의도로 들어간다. 여의도에서 10km 달리는 선수들은 종착점이다. 한 시간 남짓 달리면 끝나는 코스다. 하프를 달리는 러너들은 다시 여의도를 반 바퀴 더 돌아 국회의사당 뒤편으로 달려 양화대교로 간다. 양화대교를 건넌다. 한강의 다리를 거의 통제를 받지 않고 전 차선을 달려 건너는 기분은 정말 상쾌하다. 바람은 부드럽고 시야는 탁 트여서 모든 풍경이 아름답다. 양화대교를 건너 망원, 마포구청을 지나 월드컵 경기장을 지나쳐 마지막 하프 반환점으로 달려간다. 평화공원이 바로 지척인데 거의 왼쪽 옆에 두고 지나쳐 달리는 길은 멀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지 월드컵 경기장을 지나 반환점을 돌아오는 마지막 하프의 남은 거리는 많이 힘들다. 작년 대회를 그렇게 달렸다. 

  광화문도 가지 않은 남자는 끝나는 시간에 맞춰 가락 농수산물 수산시장으로 예약한 회를 가지러 간다. 처음 가보는 곳이다. 남자는 늘 익숙한 곳만 간다. 익숙한 사람을 만나고, 익숙한 일만 한다. 남자는 요즘 들어 그런 습관들이 스스로에게 좋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이왕이면 갔던 장소가 아닌 곳에서, 도움을 주거나 받는 다른 사람을 만나려고 한다. 가지 않은 곳들을 여러 군데 들리는 연습을 한다. 익숙하게 만나지 않은 사람들과 약속을 잡는 데 열심이다. 일이 잘 되고, 운이 그런대로 자기에게 오게 하려면 이런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고 읽었다.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정돈하는 일도 남자가 신경 쓰기 시작한 일이다. 수납이나 정리하는 일 하고는 거리가 먼 남자는 무조건 모아 두고 버리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다. 얼마나 정리를 잘할지 모르지만 변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 그는 또 잘해 낼 것이다. 

  그는 원래 잘 참는 사람이 아닌데 지금은 무엇이든 잘 참고 있다. 그가 읽는 것, 만나는 사람, 다니는 곳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그런 자신을 마음에 들어했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도 마음에 들었다. 그를 잘 되게 하는 건지 어떤지 모른다. 어쨌든 그는 내 옆에 있게 되었고, 나는 그의 옆에 있다. 그를 점점 알게 될수록 그는 나를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서로의 일부분을 가지고 있다. 갑자기 그가 가진 것들을 뺏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가 그립고 늘 원하는 사람에 끼고 싶었다. 그가 관심을 기울이고, 안부를 묻고, 무엇을 하는지 알고 싶은 사람 중에 한 명이 되고 싶다. 그의 마음이 다른 데로 향하거나 나를 지나치기 전에 어서 빨리 내게로 향하고, 내 옆에 있게 하고 싶다. 이미 늦었는지도 모른다. 그에게 일부러 들어오는 길을 알려주고 나가는 길을 알려주지는 않았다. 그는 아마도 나가는 길을 찾았는지도  모른다. 그가 볼 수 없도록 나가는 실마리와 군데군데 보이는 빵조각들을 모조리 치워야 한다. -見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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