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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의 서재

해산토굴 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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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미워하는 딸은 아버지를 사랑한다.

  한승원은 그의 딸 한강의 단편소설 모음집인 ‘채식주의자’에 대해 "새로운 세계여서 나는 상상할 수도 없는 감성이다. 감히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라며 "우리 세대의 세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어떤 문체, 새로운 감수성이지 않는가 그런 생각이다. 고전적인 면을 이어받았으면서도 고전적인 이러한 감수성만으로써는 포착할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운 세계라고 할 수 있겠다"라고 칭찬했다.

  '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를 읽고 나면, 소설가 '한강'의 아름답고 창의적인 상상력과 감수성의 근원이 아버지 한승원 작가임을 알게 된다. 50여 년 동안 시와 소설과 동화와 수필 등의 글을 쓰면서 체득한 글쓰기 비법들을 예문과 함께 상세하게 소개한다. 어린 딸은 아버지의 어깨에 올라타 아버지가 보는 것들을 함께 본다. 딸은 스스로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있는 시야를 갖는다. 한강 작가에게는 어쩌면, 아니 행운임에 틀림없다.

  글쓰기 비법 108가지는 크게 3부분으로 구성된다. 1장과 2장은 글쓰기가 무엇인지, 글 쓰는 이의 정신을 작가가 생각하는 작가론을 이야기한다. 3장에서는 글을 쓰는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4장은 글쓰기의 글감은 어떻게 얻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글쓰기 교본으로써 책의 가치에는 크게 지장은 없어 보이는 글을 꾸미는 방법과 논술 작성의 비법을 5장과 6장에서 이야기하며 끝난다. 책을 읽는 내내 작가가 예문으로 든 글들이 퇴폐적으로 보였다. 물론 내가 퇴폐적인 아름다움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한승원의 글을 보면서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훨씬 더 근원적인 성, 사랑, 섹스, 토템, 변태적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로 생각했다. 작가의 글에서 뽑은 예문에는 처녀, 무당과 무당의 딸, 아버지의 손을 잡은 딸, 미녀, 여성, 꽃, 음탕한 바다, 토굴, 아기별 공주 같은 수많은 은유와 직유의 단어가 나온다. 언어가 표현하는 범위를 무한히 확장하고, 가로와 세로를 직교하는 촘촘한 실들이 아름답게 짜이는 글을 보았다. 

  덕분에 책을 읽고 글이 한 단계 좋아졌다고 생각했다. 탄력이 붙었다고 해야 하나, 없던 자유가 글 속에 흐른다고 해야 하나 모르겠다. 글감을 훔치고, 정직하게 말하고, 진실을 파헤치는 훈련을 한다. 글에 집중하다 보면 정작 본인의 할 일을 잊는 경우가 생긴다. 사실 취미로 글을 쓸 뿐이다.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고 다그치지만 좋아하는 데 이유가 없다. 우리가 그은 선은 단지 선일뿐이다. -見河-

정확히 책의 반까지만 좋은 글을 아래 옮긴다.

  철학은 의심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의심은 미혹과 탐욕과 오만과 인색함과 옹졸함과 시기 질투 복수심을 그치게 하고, 깨끗하고 넉넉하고 드높은 삶을 보게 하고 그것을 열어가게 한다. 글쓰기는 바로 그 깨달음을 얻어가는 기록이다. p.18

  나는 우주로 뻗은 머리카락 같은 뿌리로 영양분을 얻어 소설을 쓰는데, 그 소설은 시를 향해 날아가고, 그 시는 음악을 향해 날아가고, 그 음악은 무용을 향해 날아가고, 그 무용은 우주의 율동을 향해 날아간다. 그것의 종착점은 우주의 시원이다. p.33

  나는 시를 여기(餘技)로 쓰지 않는다. 시를 위해 우주에 대한 공부는 하지 않으면서, 자주 씀으로써 사념이나 서정이 물 타기로 인해서 희멀겋게 희석된 것, 그리하여 기다랗게 늘어난 시를 나는 미워한다. 나는 치열한 삶이 보석처럼 앙금진 것을 좋아한다. p.35

  글쓰기도 그러하다. 자기가 살아 있음을 증명받고 싶어 글을 쓰고, 내 삶을 나 스스로에게 증명해주고 싶어 글을 쓴다. 객관적으로 볼 때 별로 잘나지도 않은 자기 얼굴과 자기 몸매에 반하여 사는 그 미친 짓이 없다면 이 세상을 무슨 재미로 살 것인가. p.45

  글을 잘 쓰지 못하는 것은 결코 나의 문장력 탓이 아니다. 그 문장을 그렇게 쓰라고 명령한 내 머리의 탓이다. 문장은 아름답고 고운 포장이면서 동시에 그 속에 숨어 있는 달을 손가락질해주는 방편이다. p.63

  모름지기 글을 잘 쓰려면 마음속에 착함과 진실됨이 담겨 있어야 한다. 다음은 글쓰기에 미쳐야 한다. 미친다는 것은 그것이 아니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매진한다는 것이다. 글을 쓰되 그 글을 자기 생명처럼 사랑해야 한다. p.74

  진실하지 못한 글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현란한 수사로 치장을 하게 되면, 그것은 고운 헝겊을 누덕누덕 기워 만든 보자기로 오물을 싸놓은 것처럼 흉한 냄새를 풍기게 된다. 좋은 글을 쓰려면 먼저 영혼이 순수하고 진실해야 한다. p.93

  세상과 자기의 일로부터 사랑을 느낀 사람은 삶을 향기로워하고 그것을 느끼지 못한 사람은 절망하고 원망하고 주위의 사람들을 증오하고 숨어서 비관하고 우울해한다. 글도 사랑으로부터 온다. p.97

  기억력이 뛰어나고 늘 정확한 사고만 하는 사람의 머리에서는 문학적인 상상력이 일어나지 않는다. 과일이 썩지 않으면 술이 될 수 없듯이 어떤 생각이 기억 속에서 썩어 없어지지 않으면 문학이 될 수 없다. p.134

목차만 보고, 목차가 이야기 하는대로 써보자.

목차

1부 글쓰기란 무엇인가
001 글은 자기 깨달음의 기록이다
002 글쓰기를 통해 일상의 삶을 꽃피워라
003 생명력을 예찬하는 일
004 우주의 씨앗을 싹 틔우기
005 준비했던 폭죽 터뜨리기
006 우주의 말을 번역하기
007 탑처럼 하늘로 솟아오르기
008 자기의 끼를 드러내어 예찬하라
009 막힌 길 앞에서 당황하지 마라
010 깨달음을 얻었다면 치열하게 증명받아라
011 참회로 건너가는 징검다리
012 글이 스스로 움터나게 하라
013 신명나게 타 넘어라
014 절대고독을 맛보아라
015 삶이 곧 글이다
016 내 머리를 탓하라 
017 삶의 향기로운 반전
018 글쟁이는 치부노출증 환자
019 글쓰기에 미쳐라
020 목이 탄 개처럼 헤매지 마라

2부 글 쓰는 이의 정신
021 우주의 율동을 깊이 읽어내라
022 삶을 깊이 통찰하라
023 착하고 정직하고 솔직하게 써라
024 향기롭게 써라
025 사랑하는 마음으로 써라
026 거짓 없이 솔직하게 써라
027 글 쓰는 과정을 즐겨라
028 내 눈빛이 별을 만든다
029 빛 속에서 어둠을 찾아내는 눈
030 닭의 식탐을 배워라
031 육체와 영혼을 다스려라
032 멋스러움과 슬픔의 간극을 이해하라
033 기억의 창고에서 발효시켜라
034 자기를 유배시키고 가두어라
035 모든 이름난 글쟁이들은 편집광들이다
036 고정관념과 통념을 뒤집어엎어라
037 고지식한 사고방식을 버려라
038 새로운 시각으로 새 진리를 발견하라
039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라
040 여행지에서 나의 참모습을 발견하라
041 컴퓨터 글자판이 녹슬지 않게 하라
042 5천 권의 책을 읽고 만 장의 글을 써라
043 말의 퍼즐 놀이를 즐겨라

3부 글은 어떻게 쓰는가
044 푸지되 헤프지 않게 써라
045 경허 스님이 술을 마시듯이 써라
046 글 속에 숨은 그림을 감추어라
047 겨자씨 속에서 우주를 찾아내라
048 밀도 있게 살고 밀도 있게 써라
049 물 흐르듯이 꽃이 피듯이 써라
050 슬픈 눈빛으로 재구성하라
051 낙화의 슬픈 마음으로 써라
052 순리의 가락을 따라 써라
053 허방 혹은 플라시보를 이용하라
054 막고 품어라!
055 자연의 섭리를 따라라
056 글의 존재 이유를 분명히 하라
057 누가 써도 마찬가지인 글을 쓰지 말라
058 한사코 부지런히 써라
059 최소한의 글쓰기 기법을 배워서 써라
060 긴박하고 속도감 있고 창조적으로 써라
061 동물적인 본능으로 글감을 확보하라
062 시체를 본 까마귀처럼 덤벼들어라
063 글쓰기의 최고 비법
064 말의 절망에서 벗어나라

4부 글쓰기 실전
065 신화나 전설에서 글감을 찾아라
066 신화나 전설의 진실을 파헤쳐라
067 역사적 사실에서 글감을 구하라
068 속담에서 글감을 구하라
069 동물의 행태에서 진리를 찾아라
070 식물의 행태에서 진리를 찾아라
071 생물이나 무생물의 말을 들어라
072 사소한 것에서 진리를 찾아라
073 웃어른의 이야기에서 진리를 찾아라
074 멋진 광고 문안에서 역설을 배워라
075 말도 안 되는 말에 진리가 들어 있다
076 무식한 머슴의 말 속에 진리가 들어 있다
077 작은 글감 두세 개를 교배시켜라
078 남이 관심 가지지 않은 것에 주목하라
079 떠도는 이야기를 나의 글에 대입하라
080 어두운 이야기에서 희망을 건져내라
081 섬세하고 정확하게 묘사하라
082 글 속에 농현을 담아라 
083 진부한 표현을 삼가라
084 비유라는 뗏목을 사용하라
085 시의 비결은 역설에 있다
086 수필을 쓰는 방법

5부 글을 꾸미는 법
087 비유법의 신비한 묘미를 터득하라
088 직유법과 은유법의 차이
089 상징법으로 글의 품격을 높여라
090 의인법으로 자연이나 사물과 친근하게 하라
091 활유법으로 생명을 불어넣어라
092 풍유법으로 진리를 에둘러 표현하라
093 반어법으로 진리를 표현하라
094 도치법으로 강조하라
095 인용법으로 글의 권위를 세워라
096 문답법으로 글에 변화를 주어라
097 점층법으로 독자의 주의를 끌어라
098 열거법으로 내용을 강조하라

6부 논술 쓰기의 비법
099 연역법이란 무엇인가
100 귀납법이란 무엇인가
101 유추법이란 무엇인가
102 논술로써 주의 주장을 당당하게 펴라
103 주의 주장을 조리 있게 펼쳐라
104 논술의 본론을 충실하게 써라
105 결론을 인상 깊게 써라
106 신빙성?타당성?건전성을 잃지 마라
107 우리 삶의 큰 원리를 알아야 한다
108 좋은 논술을 위한 연습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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