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생각 바른 글

남자가 가을을 나는 방법

지구빵집 2019. 10. 2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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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 세계의 왕이라고 불리는 사자가 존중받을 이유도 없고, 굼벵이가 멸시받을 이유도 없다. 모든 생존이라는 게 바로 이렇다. 제각기 정해진 나름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목적과 의식없이 살아간다. 아니 어떤 모습으로든지, 목적과 이유가 없어도 어쩔 수 없다. 어찌할 수 없기 때문에 좋은 것이다. 지금 가을이 짧게 지나가니 아름답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순간이 주는 들뜨고 기쁜 마음이나 하루 종일 괴롭히는 그리운 마음은 동일하다. 금방 지나간다는 사실, 영원하지 않다는 것, 같은 마음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면에서 동일하다. 즉시 좋은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메시지가 아니면 어떤 전화나 이메일이나 SNS와 같은 연락에서 관심을 거두어야 한다.  

 

  세상 좋은 가을 날들이 머뭇거리거나 주저하지 않고 거침없이 흐르고 있다. 빠짐없이 집중하고, 모든 일상을 아름답게 보고, 하나도 남김없이 맛있게 먹는 날들이 되면 좋겠다. 변함없이 오는 계절이지만 한 번도 새롭지 않은 계절은 없었다. 새로운 계절에 새로운 것을 탐험하는 용기를 가지면 좋겠다. 하다못해 무엇을 하더라도 주말 전사(주말에 집중적으로 술을 마시거나, 운동을 하는 사람)처럼 살아도 좋다. 생각대로 되는 건 별로 없다. 무엇인가 잘 되겠다 싶을 때는 오히려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드는 게 좋다. 플랜비를 마련하고,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하면 크게 마음 어렵지 않게 잘 헤쳐 나갈 수 있다. 무한 낙관적이고 잘 되겠다는 건 희망사항이고, 우리 태도에 관련된 일이다. 물론 잘 되면 좋은데 안될 때 굉장히 기분 나쁘고 속상하니까 '생각대로 되는 일은 별로 없다.' 생각하고 이렇게 편하게 일을 하기로 한다.

 

  찬 바람이 불고, 기온이 내려가기가 무섭게 남자는 아침마다 빠뜨리지 않고 하는 잠자리 정돈, 명상, 차 마시기, 아침 일기, 스트레칭에 순서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해 순서에 집착하는 삶은 소모적이라고 생각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해야 한다. 순서 없이, 준비도 없이 해야 한다. 아침 일찍 사무실에 도착한 남자는 다른 생각 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운동기구에 올라 윗몸일으키기 백 번을 한다. 몸은 약간 따뜻하다. 요가매트를 가지고 지하로 내려간다. 보통 집에서는 가족들이 모두 나간 아침에 하지만 회사에서는 지하 창고에서 명상을 한다. 교육 일정으로 빠뜨렸기 때문에 오늘은 20분으로 정한다. 양 무릎을 바닥에 붙이고 조금씩 오래 한다. 사무실로 올라온 남자는 컴퓨터를 켜고 글을 쓰고 일을 한다. 청계산이 온통 보이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게 내키지 않지만 억지로 집중한다.

 

"한번 지나간 것에 미련 두지 마. 다시 온다고 반드시 오게 돼 있어. 오지 않아도 버리고 가면 더 좋아. 계속 달려. 계속 숨을 쉬라고, 꼬리를 휘저어 움직이라고. 멈추면 안 돼."

 

  남자가 혼자 견디는 법은 대게 이러하다. 날씨가 좋은 날 일렁이는 기분에 여자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 것, 당신의 하루를 궁금해하지 않는 것, 밤에 술 마시지 않고 잠을 잘 자는 것, 외로운 마음에 누군가를 만나러 가지 않는 것, 힘들 때 미루었던 공부를 시작하는 것, Dropbox에 저장한 지나간 사진을 보지 않는 것,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누군가의 시를 읽는 것, 새벽에 홀로 깨어있지 않는 것, 나를 위한 작은 선물-하얀색 와이셔츠, 러닝 바지, 향수, 속옷-을 사는 것, 다른 생각이 나지 않도록 여유롭게 살지 않는 것, 약속시간에 일찍 도착해서 책을 읽는 것, 클래식 음악을 10분 이상 듣는 것, 자주 핸드폰 전원을 꺼 놓는 것, 내가 놓으면 끝날 관계에 대해 억울함을 품지 않는 것, 나를 스쳐간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감정을 절제하는 것, 과거를 생각하지 않는 것, 바로 앞의 일만 생각하는 것, 세 끼니를 온전히 제시간에 다 하는 것, 잠깐의 슬픔이 하루를 망치지 않게 하는 것. -見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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