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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일을 마치면 깊이 떨어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지구빵집 2019. 10. 3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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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정이 빠듯하지만 일요일에 제법 먼 곳까지 달리기를 하러 다녀왔다. 메달이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짧고 긴 여행을 함께 하는 일이 중요했다. 하나의 달리기가 끝난 지 이제 겨우 하루하고 9시간 지났을 뿐이다. 잠을 잘 자고, 새롭게 맞는 아침에 감사했다. 꼭 마라톤 풀코스(42.195km)를 달리지 않더라도 제법 긴 거리를 달리고 나면 자주 허기진다. 억지로 건강한 음식을 배불리 먹고, 해야 할 일을 깔끔하게 처리했다. 용인시 디지털산업진흥원에서 예비 창업자 대상의 사물인터넷 교육과 캡스톤 과정이 끝났다. 좋은 기회였고 오히려 받은 것이 많아 수강생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실제로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아무리 듣는 사람이 빈말이라고 생각해도 진심으로 좋은 말만을 해야 한다. 영혼이 없는 말이라도 상대방에게 칭찬으로 들린다면 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빈말이라도 성의껏 하면서 산다.

 

모든 말에 진심을 담기란 힘든 일이다. 늦게 사무실로 돌아와 차에 가득 싣고 다니던 짐을 내려 정리한다. 2주 동안 5번의 수업을 6시 반부터 10시 반까지 진행했다. 주말 4시간 과정을 2번 하고도 월요일이 돼서야 끝냈다. 수강생들의 열정과 강의 환경, 강사의 진행으로 보자면 매우 성과가 좋은 축에 속하는 도전이었다. 바로 내일부터 2일 과정으로 산업기술대학교 라즈베리파이 기반 사물인터넷(IoT) 설계 실습 교육을 해야 한다. 마음에 꼭 드는 결과를 얻으면 또 그만큼 내려놔야 해서 그런지 바닥으로 깊게 떨어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사람에 대해 곤두박질치는 감정과 다르다. 채워지지 않는 마음으로 인해 미끄러지고 싶다는 생각은 스스로 포기하는 감정이나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무책임한 상태에 들게 한다. 자신을 충돌 시험 자동차의 좌석에 앉은 시험용 인형으로 만든다. 결국 부서지는 것은 차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팔다리가 흩어지고, 머리가 차체에 부딪혀 날아가고, 전면 유리는 산산조각으로 부서진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둘러볼 시간이 되면 마음은 산란하고, 육체는 멍든 채 깨어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하고 묻지만 대답해 줄 사람은 없다. 세상에 인류가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고 자신만 살아남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미끄러지면서도 최대한 가속도를 줄이고 화상을 덜 입도록 무언가 잡아야 한다. 그게 사람이든, 일이든 상관없다.

 

  좋은 결과를 이룬 사람에게 더 좋은 상승효과와 자신감을 불러일으키는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작은 일을 성취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좋은 과정에도 단계가 있다. 그저 운이 좋아 기대한 것 이상으로 좋을 때는 정말 만족감이 높다. 세상 부러운 게 없다. 이 정도면 앞으로 확실하게 망할 수 있겠는데? 하는 무모한 감정에 빠지기도 한다. 더 올라가 볼까? 하는 충만한 자신감도 경험한다. 그런 경우와는 반대로 어느 것 하나 빠뜨리지 않고, 모든 말초신경까지 집중하고, 없는 계획까지 모두 고려해서 애써 이룬 좋은 결과는 다르다. 몸이 알아챈다. 무엇인가 푹 하고 땅이 꺼지는 느낌이다. 이렇게 좋은 건가? 하는 생각이 아니라 이렇게 열심히 해야 겨우 여기까지 다다른 거야? 하는 마음이 든다. 이럴 때는 정도는 약하지만 다소 절망에 가깝다. 애쓴 만큼 절정에 이르지만 모든 것을 쏟아버리고 난 뒤에 찾아오는 우울과 공허감이다.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고 한다. 특히 남자의 몸은 섹스 후 약간 가벼워진다. 역정으로 가득 찼던 뇌가 갑자기 텅 비기 때문이다.

 

  작은 성과라도 제대로 정리하고 결과를 폼나게 꾸미는 일은 사실 맡겨진 일을 잘 처리하는 과정보다 더 중요하다. 다른 일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고, 작은 결과들을 모아야 큰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완성하지 못하면 제대로 한 일이 아니다. 끝까지 완성할 글이 아니면 쓰지를 말아야 한다. 업무를 끝내는 일정에만 집중하다 보니 마지막까지 밀어붙이고, 스스로 정한 마무리까지 해내는 일을 잘 못한다. 늘 그렇다. 끝이 아닌 데서 멈추기 때문에 앞으로 더 나가지 못한다. 끝난 것은 끝난 게 아니다. 네가 반드시 끝이라고 하고, 끝을 봐야 끝이다. -見河-

 

 

사물인터넷 설계실습시스템 수업 - 보이는 시스템이 소프트박스 라즈베리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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