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생각 바른 글

가끔 한 번씩 이렇게 지내면 좋은데.

지구빵집 2019. 12. 12.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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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일하느라 숨쉬기도 힘든 그를 연락도 없이 찾아가 데리고 나와서 한적한 곳에 데려다 놓고 싶다. 따뜻한 햇살을 쬐는 노란 병아리처럼 카페 창가에 자리 잡고 커피를 오랫동안 마시며 신나게 밀린 이야기를 하고, 익숙한 맛집 구석자리에 앉아서 여러 가지 요리를, 한 5인분은 시켜놓고, 하나씩 음식을 남김없이 억지로 배불리 먹여주고, 따뜻한 녹차를 우려내 색과 향과 맛을 느끼며 마시고, 어두워지면 자주 가는 술집에 가서 맥주도 짠 부딪치며 놀다가 이제 좀 머리가 비워지면 집까지 데려다주고 싶다. 집 앞에 내려주고 '다음 주에도 올 테니 긴장하고 살아!' 하고 협박도 하면서. 그래 봤자 또 일을 하며 지내겠지만. 

 

ㅁ  괜찮은 척하기가 힘들 것 같아서 억지로 참고 참았다. 남자가 싫어하는 주말에는 조금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집중하도록 내버려 두고, 혼자 있고 싶을 때 혼자 있도록 두는 게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가을 찬 비가 많이 쏟아져 귀찮기도 했다.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 잘하는 말이 있다. '이루고 싶지 않아서', '돈 벌고 싶지 않아서', '그냥 지금이 좋아서'라는 말이다. 바라는 일을 이룰 능력이 없기 때문에 대는 핑계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지금처럼 사니까 좋은 모습일 수 있다. 정말 그가 원하는 것을 이룬 사람으로 나타나도 존중을 받고, 좋은 관계로 변함없이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대부분 사람은 억지로 사회의 현실적인 기준을 따르려 한다. 나뿐 소비일지라도 소비가 어떠해야 한다는 수준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 다른 사람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것들을 스스로 판단해 갖기를 원하고, 마찬가지로 그들이 바라보는 잣대에 맞춰 살기 시작하면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 힘들다. 현재의 모습에서 조금씩 더욱 좋아지는 모습으로 살고 싶다. 아주 조금씩.

 

ㅁ  익히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지만, 우리가 아는 살아가는 세상은 존엄한 세상이 아니다. 존엄은 그냥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것이고,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게 생명을 가진 존재 방식이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다른 문제의 끝이 된다. 어느 정도 부족하고, 미완의 상태가 인간을 행복하게 하고, 타인에게 선의를 베풀도록 만든다. 풍요롭고 넘치는 상황이 만들지는 않는다.  

 

ㅁ  우리가 무엇에 대해 -사랑, 돈, 관계 등- 알고 있는 상태에서 당하는 고통과,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당하는 고통 중에 더 힘든 게 무엇인지 궁금하다. 하다못해 나쁜 짓이라는 것을 알고 저지른 범죄와 모른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가 다른 형량을 받는다. 매를 들면 내리치기 전이 가장 두려운 법이고, 고문을 당할 때는 그다음 고문이 두렵다고 한다. 같은 경우란 있을 수 없다. 케바케(case by case)고 때에 따라서 다르다. 사실 전혀 모르고 지냈는데 불현듯 만난 사랑이나 가난이나, 관계들은 얼마나 상처가 클까. 알면서 겪어야 한다면 얼마든 겪을 수 있을 텐데. 몰랐다는 말도 사실 소용이 없다. 그게 더 절망적이다. 

 

ㅁ  어쩌면 인류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지표가 지금 홍콩의 시위가 아닌가 생각한다. 국제관계, 저항, 국익, 체제, 혁명, 인류애, 다국 정치관계, 사랑 등 모든 분야에 있어서 현실과 이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배우지 못하면 다시 먼 훗날 다른 데서 배우겠지만 그때 인류가 살아남아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무조건 약자 편에서 싸우는 게 맞다. 강한 자의 말을 믿지 말고 약자의 말을 믿어야 한다. 성인들은 늘 그랬다. 약한 자의 거짓이라도 그들 편에 서서 싸우는 것이 맞다. 그래야 더 강한 유전자가 나오고, 멸종을 피할 수 있다. 

 

ㅁ  바로 이 순간, 지금 여기를 온전히 누리고 사는 게 정말 힘든 게 뭐냐 하면, 한 순간 망가지면 모든 게 망가진다는 거야. 금연을 하다가 한 개비라도 피면 기간이 어떻게 되든 모든 기간이 의미가 없듯이 그냥 무효야. 천 번을 사랑한다고 말해도, 한 번 헤어지면 끝나는 게 사랑이라고. 다 똑같아. -見河-

 

 

댕댕이, 점원 둘 다 로맨틱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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