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생각 바른 글

남자는 엄마에게 주황색 장미를 선물한다.

지구빵집 2019. 12. 15. 00:52
반응형

 

 

남자는 며칠 전 수요일에 붉은 장미와 노란색이 선명한 꽃다발을 샀다. 오늘은 엄마 생신이라서 주황색 장미를 산다. 오후 5시에 청주 부모님 집 근처 식당을 예약했다. 토요일이니 좀 일찍 출발해야 한다. 시내로 나가 가끔 가는 꽃집을 간다. 내가 무엇을 묻는다거나, 이렇게 해주시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면 모든 것을 부정하고 핑계를 대면서 해주지 않는 사장님이다. 다음부턴 오지 말아야겠다. 주황색 장미가 아름답다. 겨울이라 꽃값이 비싸다고 하는 데 원래 여기서는 비싸다. 한 송이에 4,500원이다. 7송이를 넣고 다른 꽃을 장식용으로 넣고 꽃다발을 만든다. 가는 동안 춥지 말라고 트렁크에 넣지 말라고 한다. 

  

요번 주에는 두 번이나 청주에 내려간다. 목요일 학교에 영업을 하고 왔다. 물론 부모님을 뵙지 못했다. 오늘은 가족 모두 모인다. 가족 누구에게나 느끼는 애틋한 마음이 식는다. 늘 가족을 만나는 일은 남자에게 힘든 일이다. 아버지에게는 아버지대로,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형제자매는 또 그것들대로 늘 감당하기도 벅차다. 대화를 잘하고, 알맞게 소통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는 남자다. 조곤조곤 설득할 줄도 모르고, 따뜻한 애정을 받지도 베풀지도 못하는 남자는 늦었지만 열심히 배워가기로 했다. 육체적인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감정적으로 배우는 일도 정확히 같다. 풍요와 빈곤, 사랑이나 연민, 베풀고 받는 감정 모두 정확히 감정을 겪을 때 배우게 된다. 이제 실수는 그만해도 되는 나이다. 같은 잘못을 또 반복하는 것은 애들이나 하는 짓이다. 어른은 그러면 안된다. 

 

  가족 모두가 모였다. 남자는 주홍장미 꽃다발을 어머니께 준다. "사랑합니다. 축하합니다." 어머니가 '고맙다'라고 하시며 웃는다. 눈가에 조금 물기가 흐른다. 우리 가족들은 이런 헛헛한 감사나 조그만 애정이라도 베풀면 참 당황스러워한다. 이제 좀 익숙해질 때도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서로들 익숙해지기 힘들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많으니 잔소리를 하기 일수고, 자식들이 하다못해 누가 더 바보 같나 하는 경쟁도 마다하지 않는다. 언성이 높아지고, 서로 기분이 상하기 일수였다. 부모님을 뵈러 내려올 때는 '이번에는 차분하게 지내다 올라와야지.' 하는 다짐이 어느새 사라지고 사정없이 부딪히기 일쑤다. 

 

  가족들이 5시 30분에 모두 모이고 14명이 샤브향 식당으로 이동한다. 정말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어찌보면 가장 평범한 일을 어렵게 하는 것도 같다. 남자는 특히 그렇다. 집으로 돌아와 케이크를 자르고, 축하 노래를 하고, 즐거운 일들을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고 다시 올라온다.

 

토요일 오전에 운동을 끝내고 둘이 점심을 먹게 된 선배가 말했다.

 

"최대한 얼굴을 자주 보이고 자주 만나는 게 네가 할 일이야. 나는 일찍 다 돌아가셨어." 선배가 말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어머니와 20대 초에 아버지를 읽은 선배의 얼굴이 붉게 물든다. 나를 바라보는 눈은 부러운 눈빛으로 읽히지만 실제 그런지는 알 수 없다. 이미 겪은 일이라서 이제 내 차례인 것뿐이다. 선배는 장모님을 모시고 산다. 잘해도 너무 잘하시는 분이다. 늘 노인복지관에 아침저녁으로 모셔다 드리고, 집에서도 혼자 두는 법이 없는 선배다. 어쩜 선배와 형수님 두 분은 늙어가는 모습도 아름답다.  

 

"부모님 돌아가시면 정말 많이 후회하게 되나요?" 남자가 말했다.

 

"후회? 안계시니까 슬프고 생각나는 거지." 선배가 말했다. -見河-

 

 

세상 누구보다 가장 오래 만나고 싶은 아버지 어머니.

 

주황색 장미, 실제로 보면 환상적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