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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가는 날 더 자주 만나고, 더 오래 놀고, 더 아껴줄 걸 그랬다.

지구빵집 2019. 12. 2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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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날 더 자주 만나고, 더 오래 놀고, 더 사랑할 걸 그랬다.

 

따뜻한 비가 한 움큼씩 쏟아지던 늦여름을 보내기 아쉬웠다. 바람의 결이 바뀌며 아주 천천히 가을로 넘어가는 날이 아까웠다. 무더운 날 따뜻한 기운에 신났고, 구름 낀 날도 좋았고, 먼지 낀 회색 도시도 좋았다. 날이 밝기를 기다리고, 새로운 계절을 진심으로 반갑게 맞이했다.

 

일렁이는 바람 한 줄기도 우리를 만지며 지나가게 했고, 실 같은 햇살을 세며 낮을 보냈다. 노란 단풍이 주는 평온함에 취하고, 바람에 마구 흔들리는 미루나무를 바라보는 시간이 흘렀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그런 날에 더 자주 만나고, 더 오래 놀고, 더 사랑할 걸 그랬다. '지나고 보니까'라는 말을 할 시간에 지금 그렇게 살아야 한다. 항상 좋은 날은 오늘도 포함된 날이라는 것을 또 지나 봐야 아는지도 모른다. 

 

擬古(의고) 좋은 한때가 어찌 없으랴만 - 陶淵明(도연명)

 

日暮天無雲[일모천무운]저무는 하늘에는 구름도 없이

春風扇微和[춘풍선미화]봄바람 부드러이 불어오누나

佳人美淸夜[가인미청야]가인은 맑은 밤을 아름다이

達曙酣且歌[달서감차가]밤새 술 마시며 노래를 하네

歌竟長歎息[가경장탄식]노래 끝나자 길게 한숨 쉬니

持此感人多[지차감인다]이에 느끼는 이가 많구나

皎皎雲間月[교교운간월]구름 사이의 교교한 달빛

灼灼葉中華[작작엽중화]나뭇잎 속의 화사한 꽃.

豈無一時好[기무일시호]좋은 한때야 어찌 없으랴만

不久當如何[불구당여하]오래가지 못하니 어찌할거나

 

시인(詩人)은 무엇을 보고, 왜 길게 탄식을 쏟아낸 것일까. 아무리 짧아도 좋은 한때를 갖는 것은 자연에게 당연한 일이다. 삶을 길게 사는 방법 중 하나가 순간에 몰입하는 방법이다. 무엇이든 팍팍하라는 말이다. 말하고 싶으면 바른 태도로 즉시 말을 하고, 이전에 맛보지 못한 먹을 게 있으면 팍팍 먹고, 사랑하려면 진정으로 팍팍 사랑하란 말이다. 삶을 건성건성 사는 사람은 모든 일을 건성건성 한다. 치열한 삶을 사는 사람은 한순간도 집요하지 않은 때가 없다. 어느 것이 바르거나 맞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앞으로 올 것에 대해 생각하지 말고, 이미 지나간 것을 그리워할 시간에 지금 이 자리에 더욱 집중하라는 말이다. -見河-

 

꽃집 이름이 "봄이 옵니다" 남자는 꽃집, 커피가게, 서점은 24시간 해야 한다고 타령을 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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