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도 꽃이 질까 걱정하던 애달픈 마음도 사라졌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우리가 이기고 있다. 4주째 서울 대공원 마라톤 코스를 달리고 있다. 다음 주부터는 아마도 원래 달리던 보금자리로 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보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라면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5월 2일. 토. 대공원. 늦잠 자고 나가서 열심히 달렸다. 정답처럼 사는 선배에게 인생에 정답이 있는지 물었다. 달리면서 생각하기로 한다. 멈추어서 생각하지 말고, 달리면서 생각하기로 한다. 멈추는 순간 넘어지기 때문이다.
5월 7일. 관문에서 등용문 하프 거리를 달리기로 하고 수현과 일찍 나섰다. 수현은 2월에 입은 종아리 근육 부상으로 한참을 달리지 못하고 회복하는 중이다. 천천히 훈련하며 상태를 보고 있다. 등용문 1.5km 전까지 달리고 돌아오려는 찰나 종아리 근육이 뭉쳐 전혀 달리지를 못한다. 조금이라도 무리하지 않는 게 최고라서 영동 1교로 올라와 택시를 잡아타고 함께 관문 운동장으로 돌아왔다. 인생에 남는 것은 베푸는 것 밖에 없다. 배려도 또한 베푸는 일이라면 남는다. 수현이를 혼자 보내고 욕심을 갖고 달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혼자 맘껏 달린 기분은 아무것도 아니다. 둘이 돌아오니 좋았다. 마라톤을 가르친 스승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기품 있게 의리를 지켜가는 방법이다. 놀아도 격을 갖춰 놀아야 한다. 몸이 많이 힘들어한다. 느긋하고 여유 있게 좀 참으면서 살기로 한다.
5월 12일. 왜 빼먹지 않고 달려야 하느냐? 자기를 온전히 점검을 할 수 있어. 관리가 잘 되는지, 어디 이상은 없는지, 버릴 건 버리고 가져갈 건 가져가고 하는 일상에 대한 점검이지. 요즈음 피로를 많이 느낀다. 몸이 막 달리고 싶은 단계까지 올라가는 일이 어렵다. 포기도 일찍 하는 것 같아.
5월 14일. 목요일. 과천팀과 가속주. 25회전 10km. 쫓아가기 힘드네. 너무 빨리 달리면 오래 달리지 못하고 천천히 뛰면 오래는 달리는데 기록이 나오지 않고. 능력껏 힘껏 달리면 된다. 걱정마라고 한다. 알겠습니다, 선배님. ^^
5월 17일. 강릉으로 가족여행. 스카이베이 호텔에서 아침 7시에 일어나 경포호 2회전. 반대편이 까마득하게 보였는데 달리면 어느새 출발점에. 멋졌다. 흐린 날이라서 더 좋았고. 무엇보다 진심 가지고 있는 태도가 좋다. 앞으로 훈련일은 5번 남았다.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5월 19일. 기진맥진할 정도로 바람처럼 달린다. 주위에는 항상 잘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위대한 달리기든, 완벽한 달리기든 상관없이 아름다운 달리기란 모든 힘을 남김없이 쏟아내고 심장이 터질 정도로 달리는 것이다. 그래야만 달리고 나서 상쾌한 기분이 든다. 힘들면 쉬고, 아프면 징징대는 사람이 좋다.
5월 30일. 연녹색에서 진한 초록으로 변하기 전 모든 풀들, 때 이른 코스모스 한 떨기, 이제부턴 자기 차례라는 도도하게 피는 여름 꽃들까지 우리가 좋아하는 반짝반짝 빛나는 것들로 가득 찬 5월을 보낸다. 여러 가지 행사로 오랜만에 영동 1교 아래에 모였다. 우리가 조금 더 겸손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본래의 태도가 좋은 아름다운 사람이면 네가 만나는 모든 사람도 아름다운 사람이다. 로미오와 줄리엣하고 나이가 같은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서 와글와글한 정모가 되었다. 항상 양재천이나 운동장과 같은 야외에서 만나는 사람은 모임을 주로 실내에서 하는 사람들과 다르다. 만나는 순간은 약간은 우울할 지라도 시간이 갈수록 얼굴 표정이 점점 밝아진다. 온몸이 유연해지고, 생기가 넘친다. 물이 얼마나 맛있는지 아는 사람으로 변한다.
6월은 낮이 길어지는 달이다. 힘껏 일하고 많이 놀고, 부지런히 달려도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는 달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고 열심히 일하고 신나게 놀자.
5월 2일. 토. 정모. 대공원 9km
5월 7일. 목. 관문에서 등용문 여차저차 12km
5월 12일. 관문 25회전 10km.
5월 14일. 관문 25회전 10km.
5월 17일. 강릉 경포호 정확한 거리 4.3km 두 바퀴 8.6km
5월 19일. 관문 25회전 10km.
5월 21일. 관문 30회전 12km.
5월 26일. 관문 46회전 18km.
5월 30일. 정모 영동 1교~과천 1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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