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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러너스

6월 달리기, 열심히 일하고 신나게 놀고 맘껏 달려도 시간이 남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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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고 빛나는 것들로 가득했던 봄이 끝났다. 뜨거운 유월이 시작한다. 달리기가 끝나면 우리가 달린 거리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게 된다. 중요한 것은 달리는 동안 우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가 중요하다. 진실로 길과 마주하였나? 달리는 동안 행복하였나? 세상에 대해 다정하고 자상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뜨겁게 사랑했는가? 

 

가벼우라고 유월(육월이 아니라)인지 모르겠지만 가볍지 않게 무겁지 않게 살아간다. 살아가면서 겪는 시련을 의도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마찬가지로 굳이 피하려 하지 말고 담담히 받아들인다. 6월은 해가 길어도 너무 길어 열심히 일하고 신나게 놀고 맘껏 달려도 시간이 남는 계절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고 열심히 일하고 신나게 놀고 힘껏 달리기로 한다.

 

6월 2일. 일찍 퇴근 후 잠깐 잔다는 게 8시가 되어 운동장에 나갔다. 동료들은 일찍 와서 마치고 혼자 9시 반까지 달렸다. 술 마시면 몸이 약해진다. 당연히 달리기가 힘들다. 유월의 첫날부터 빠지지 않았다. 목표를 달성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6월 4일. 비구름을 따돌리고 35회전. 10회 조깅, 25회 5 분/km로 달렸다. 어째 달리기가 전투적인 달리기가 되어간다. 과천팀 선수들과 달리고, 끝나고 까치 식당을 소개해주었다. 함께 식사도 했다. 열정이 있고 열심히 하면 330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다시 목표를 가다듬고 생활의 모든 면을 목표에 맞춘다. 먼저 할 것과 나중에 할 것을 구분한다. 코로나가 극성이다. 우리가 진건가? 6월 14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이다.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은 존중받을 가치가 없다.

 

6월 6일. 토. 대공원을 달렸다. 모든 풍경들이 좋다. 

 

6월 9일. 화. 관문운동장. 스케이트 훈련하는 아이들로 보이는 9명의 초등학생, 태극권을 수련하는 아저씨, 생활 체육인들 지도를 받고, 부부가 휠체어 타시는 어머님을 모시고 걷기 훈련을 하는 이 모든 모습을 바라보며 달린다. 

 

6월 11일. 목. 관문운동장. 조깅 9회전, 빌드 업 5분 16회전, 100m 질주 2회전, 워밍다운 1회전. 11km. 종현이와 끝까지 달렸다. 종현이가 과천 팀 두 명과 함께 달리며 가르치는 모습을 보니 그가 나의 스승인 게 자랑스러웠다. 마지막 두 바퀴를 함께 달렸다.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었다. 다행이다.

 

나에게 남은 힘이 얼마나 있는 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나의 육체가 쓸 힘을 몸에서 자꾸만 미리 당겨 쓴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 좋은 기분이 달릴수록 좋아진다면 틀림없이 어떤 부분은 우리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그렇다면 마음이나 영적인 면도 마찬가지다. 천천히 느끼고 오래도록 좋은 상태에 있어야 할 영혼과 몸이 강도가 센 기쁨을 누린다면, 그것이 육체적이든 마음이든지 간에, 당겨서 강하게 누린다면 자연과 마찬가지로 일찍 쇠하게 될 게 분명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아직은 늦출 생각은 없다. 그런 사실을 깨닫고 행한다면 그 사람은 신이다. 초록 초록한 시간을 흐르는 지금, 평온한 안도감으로 하루를 지내는 나는 바로잡을 것도 없지만, 미루고 미루어서 오랜 시간 동안 행복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순간을 살아가는 자세에 문제가 있는 지점이 바로 이렇다. 명상을 해서 행복하면 계속 죽을 때까지 하면 행복하게 죽을 텐데 그런 사람은 아직 없다. 신기한 일이다. 인간이 만든 종교가 그렇다. 확신이 서면 빨리 후세의 행복을 누리고 싶지 않을까. 

 

6월 13일. 토. 대공원 마라톤 코스 언덕훈련 길 2km를 달렸다. 어제 늦게까지 술을 마셔서 천천히 두 바퀴만 달리고 말아야지 생각했다. 웬걸 종현이가 옆에 착 달라붙어 5바퀴를 다 뛰었다. 리프트 앞에서 동물원 앞을 지나 동물병원 긴 언덕을 올라가 기린 나라 옆으로 내려가 리프트 앞에 도착하는 2km 거리를 5회전 달렸다. 여름에 언덕 훈련하는 코스가 바로 여기다. 마지막 더 빠르게 달리고 나니 고마웠다. 늘 주위에 다그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6월 16일. 화. 평일 저녁에 훈련하는 관문 체육공원 트랙과 축구장, 테니스장, 실내 배드민턴장 모두 무기한 폐쇄한다고 공지가 올라왔다. 코로나 19의 공격은 집요하고 포괄적이다. 현재를 사는 누구나 옴쭉달쭉 못하게 한다. 3월에 WHO에서 팬데믹을 선언했다. 팬데믹이란 전 세계적으로 특정 전염성 질병이 최악의 수준으로 유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잘 와 닿지 않는다면, WHO 전염병 경보단계 중 최고 위험등급에 해당하며, 그렇기에 아무 때나 발령되는 것이 아니라는 정도만 받아들이면 된다. 더군다나 해제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다시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 현상이 대규모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어쨌든 인류에게 아무리 큰 피해를 끼친다 하더라도 지나가기만 하면 의미는 없더라도 인류가 이기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늘 이겨왔던 것이다. 우리는 대공원 언덕으로 향한다. 대공원 마라톤 코스 언덕 훈련 코스 2km 5바퀴. 과천팀 1분이 달리고 계셔서 오다가다 인사하고. 혼자 달렸다. 아름다운 언덕 훈련 주로다.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규칙적인 훈련은 오로지 자신을 단련하고 자신을 지키기 위한 마지박 방법이다. 더 적당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대공원 마라톤 코스 지도에 오늘 달린 코스 설명이 없다. 그려서 채워 넣기로 한다.

 

6월 23일. 화. 뚱떼이와 저녁을 먹었던 목요일과 감자 캐느라고 토요일을 빠졌다. 오늘 학교 작품 콘테스트 행사를 마치고 종강했다. 눈 앞에 펼쳐진 길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계속 달린다. 달리기는 우리가 강인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는데 필요한 힘을 준다. 무엇보다 우리를 달리는 시간 동안 해방시켜준다. 달리기는 다른 어느 것보다도 중요하다.

 

6월 25일. 목. 싸락비가 내리는 운동장 33회전 13km를 달렸다. 5분 주를 반 정도 달렸다. 매일 술을 마셔서 그런지 따라갈 수 없었다. 상대방과 내가 동시에 행복한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어려우니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대부분 한쪽만 행복하든지, 둘 다 불행하다. 쉬운 일이어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다. 혼자서는 얼마든지 자주 행복할 수 있다. 딜레마다. 내가 다른 주자를 추월할 때나 추월당할 때도 절대 페이스가 늦거나 빨라져서는 안 된다. 우쭐한 마음에 멋지게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려 약간이라도 더 빨리 달려서도 안되고, 옆으로 추월하는 주자가 안타까워 조금이라도 잡으려고 애쓰지 말아야 한다. 네가 지켜 온 페이스를 끝까지 지켜가는 일은 삶에서도 중요한 일이다. 교훈이다. 네가 추월하는 순간이나 추월당하는 순간에도 너의 페이스를 잃지 마라.

 

6월 30일. 화. 초록의 떨림 마지막 날. 모든 것이 끝난 달. 다시는 오지 않을 시절. 다 잃고 다 망가지고 다 폐허가 되었다. 그래도 살아가는 게 삶이다. 세상에 책임질 일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조깅 5바퀴, 1킬로를 5분에 달리는 빠르기로 10km 달렸다. 끝나고 과천팀과 밥 먹고 맥주 마시고 놀다가 12시 귀가. 좋은 사람도 안 되는 일은 안된다. 왜 인간들은 협력을 하고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끼리 모일까? 왜 나무들은 모여서 숲을 이루고, 꽃은 군집을 이루고, 철새는 비행 편대를 이루어 날고, 물고기는 모여서 유영할까?  

 

6월 2일. 화. 관문 트랙 25회전. 10km
6월 4일. 목. 관문 트랙 35회전. 14km
6. 6. 토. 대공원 언덕 4회전. 8km
6. 9. 화. 관문체육공원 25회전. 10km
6. 11. 목. 관문체육공원 28회전. 11km
6. 13. 토. 대공원 언덕 5회전 10km
6. 16. 화. 대공원 언덕 5회전 10km
6. 23. 화. 관문체육공원 31회전 12km
6. 25. 목. 관문체육공원 33회전 13km
6. 30. 화. 관문트랙 30회전 1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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