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여름 달리기, 달리기도 춤이라면 가볍고 우아하게 달린다.
7월 초부터 시작한 장마가 오랜 시간 계속되고, 지역에 따라 집중호우로 피해가 늘고 있다. 8월 중순까지 이어지면 최장 장마 기간을 기록한다. 어떤 일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을 때가 있다. 흔하지 않은 일이지만 일어난 일이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북극 만년설이 녹아내렸고 CO2 증가와 함께 지구 온도는 여전히 상승 중이다. 이미 기후와 지구 환경은 인류의 통제를 벗어났다. 북극과 시베리아 기후변화로 여름에는 뜨거운 더위와 홍수가 이어지고, 겨울에는 춥지 않고 그 여파로 유해 환경이 봄부터 시작할 것이다. 모든 걸 감수하고 살아가야 한다. 어떠한 국가도 예외는 없다.
8. 4. 화. 코로나 19 대응을 생활 속 거리두기로 시행한 지 두 달만에 도서관, 체육시설, 공공장소가 대부분 해제되었다. 마라톤 팀도 저번 주부터 공식적으로 보금자리에서 정모가 열리고 있다. 비를 피하지 않고 오면 오는 대로 훈련을 하러 나갔다. 과천팀 전 감독과 회원들이 함께 훈련했다. 여전히 손목, 어깨, 허리와 발에 힘이 들어가 있다. 힘을 빼는 방법을 알려준다. 달리기도 춤이라고 했다. 어느 한 곳이라도 힘이 들어가면 쉽게 지친다고 한다. 춤이라면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덩실덩실 춤추듯 달려야 한다. 가볍고 우아하게 달릴 일이다. 달리기가 춤이라는 사실, 몸의 힘을 빼는 방법을 배웠다. 인터벌 훈련이 부상을 두려워하거나 겁낼만한 훈련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8. 6. 목. 장마는 잠깐 휴식 중. 트랙 달리기. 과천팀은 언덕 훈련 시작. 시간도 7시 30분으로. 모든 일상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와중에 전국적으로 수해가 일어나 망연자실. 정상이란 게 뭘까?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을 수 없으니 이제 다신 일상을 꾸려 나간다고 해야 되겠지. 회복 중이라는 말은 어떨까? 원상태로 돌아가지 못하지만 상처에서 회복한다는 말이 어울리겠다.
8. 12. 목. 훈련일에 달리지 못하면 다른 날에라도 달린다. 하지 못한다는 말은 핑계다. 어려운 생각으로 나름 스트레스를 받는지 배가 아팠는데 달리고 나니 편해졌다. 가장 작은 일을 반복적으로 정확히 실행하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다.
8.16. 일. 오늘부터 2주간 서울 경기지역의 코로나 19 대응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하여 심각함이 증가하고 있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지혜가 느는 것은 아니다. 종교가 광기인 것은 사랑과 같다.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종교가 구원이나 평화를 위한 것이 아니며 철저히 이기적인 목적에 이용될 수 있다. 사람에 따라서 어떤 사람은 세월이 쌓아 올린 연륜을 무시할 정도로 무례하고, 이기적이고 몽매하며, 인류애마저도 없다. 역겹기도 하고 환멸을 느낀다. 늦잠 자고 일어나 대공원 언덕 2km 달렸다.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일이 정말 어렵다. 단지 우리가 모이는 장소에서 늘 달리던 양재천을 달리고 싶을 뿐인데. 아이들은 묻는다. "또 학교 못 가는 거야?" 슬픈 날이 계속 흐른다.
8. 18. 화. 월요일 같은 화요일. 에어컨 바람 쐬며 놀다가 열대야도 피할 겸 밤 11시쯤 퇴근해야지 했는데 아뿔싸, 월요일이 아니고 화요일이라 훈련하러 재빨리 귀가했다. 집요한 코로나 19 공격도 걱정이지만, 장기간 계속되는 방역과 거리두기로 사람의 마음에 병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한다. 모든 민간, 공공 모든 실내 활동 중지와 폐쇄가 시작되었다. 대공원 야구장 입구에서 동물원 앞까지 왕복 언덕 달리기 5회전 10km 달렸다. 다른 러너와 함께 달릴 때는 적어도 분명하게 시작과 끝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포기하긴 이르다.
8. 22. 토. 번개 달리기 대공원. 아름다운 길을 무작정 달리기만 하면 아까울 것 같아 선배들과 여기저기 산책하며 돌았다. 청계산 자락으로 풍경이 아름다운 곳도 많고, 호수와 다리 부근에 귀엽고 반짝이는 것들로 가득한 대공원이다. 달리는 속도에 따라 러너에게 보이는 풍경도 다르다. 지금까지는 주위 모든 것들을 분명히 보고, 생각도 하고, 느끼면서 달렸지만 점점 빨라지면 모든 것이 보이지 않게 된다. 오직 길과 러너 자신만이 존재함을 본다고 한다. 모든 풍경이 뭉개지고, 육체는 더욱 고통을 풍부하게 느끼고, 달리면서 만나는 바람과 구름과 다른 러너들조차도 품거나 느낄 수 없게 된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우리가 지금보다 빠른 러너로 성장하는 과정을 피하지 많고 또렸하게 직면하면 모두 알 수 있다. 그 전에는 사실 아무것도 모른다. 끝나고 관악산 계곡으로 놀러 간다. 그 후에는 또 혼자 조용한 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8. 25. 화. 관문 체육공원 모든 곳이 출입금지다.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보지만 그런 곳은 없다. 약속한 세 명이 양재천을 달렸다. 마스크 쓰고 달리는 데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산책하는 사람에게 미안하다. 이대로 달리기도 쉬어야 할까. 빠뜨리지 않으면서 나를 지키던 것들과 내가 한사코 지키고 싶던 것들을 모두 잃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현이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침묵하며 달리고, 명휘 선배는 발바닥이 아프고 힘들다 주절주절 떠들지만 잘 달린다. 숨 쉬는 게 기적이라는 사실을 깨닫다. 영동 1교까지 우아하게 다녀왔다. 요번 주는 학교로 가기로 한다. 그나마 가장 안전한 곳이다. 시간도 잘 간다. 네가 소중한 만큼 아주 강한 이타주의를 발휘해야 한다. 올해 한 일이 코로나에 안 걸린 것이라 해도 전혀 아깝지 않다. 끝까지 잘 싸우자. 우리가 이길 것이다. 저번처럼 확진자 수가 3명(5.5), 2명(5.6) 때처럼 말이다. 다분히 고의적이고 불순한 목적으로 행해지는 의도적인 사회적 범죄에 대해 착한 사람들이 참고만 있지는 않는다. 착한 개인들이 뭉치면 어떤 악도 감히 살아남지 못한다.
8. 27. 목. 언덕을 달린다. 의미는 우리가 부여하면 된다. 단체방에 1이 사라졌다. 선배에게 카톡을 보냈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려면 문제를 만들지 말든가, 해결을 하든가 해야 한다.
8. 29. 아들과 늦게까지 술마시느라 8월 마지막 훈련에 나가지 못했다. 아쉽다. 훈련은 참가하지 못했지만 놀 것은 놀아야 하기에 놀러나간다. 돈까스집, 커피 ^^
8. 4. 화. 11km 트랙 조깅 18회, 100미터 인터벌 24회.
8. 6. 목. 10km 트랙 25회전
8.12. 목. 11km. 대공원 F코스 1회전, 언덕 9회전
8.16. 일. 2km. 대공원 언덕. 사무실. 한 달에 12번은 해야 하는데 3번 했다.
8.18. 화. 10km. 대공원 언덕 훈련 왕복 5회.
8.20. 목. 9km. 대공원 언덕 훈련 정자에서 동물병원 앞 왕복 9회
8.22. 토. 6km. 언덕 2바퀴 호숫가 산책
8.25. 화. 13km 관문에서 영동 1교 왕복
8.27. 목. 10km 대공원 언덕 10회전
8월엔 정확히 82km를 달렸다.
8월 29일 토요일 아침 훈련이 2주 전부터 대공원으로 바뀌었다. 대공원에서 이렇게 많이 달린 적이 없었다. 모두 망할 코로나 때문이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다.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고 나의 문제다. 똑바로 응시하고 진심으로 마주 대한다. 9월은 또 다른 달리기가 될 게 분명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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