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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때로는 가을에게
거짓말을 하는 법이라서
어떤 남자가 울고갔는지 가을이 다 알기 어렵다
폭풍과 비바람을 이겨낸 남겨진 풀잎들이
아슴아슴 지는 해에 마음을 아끼는 때
순간 찾아오기도 하는
가을은
말라가는 풀잎에 몸을 걸친 늙은 여치의 울음,
일생을 울고도 함께 돌아갈 짝을 이루지 못하는
귀머거리 귀뚜라미의 하얀 고막 같은 것,
가을이
때로는 가을에게
거짓말을 하는 법이라서
어떤 인연이 다녀갔는지 가을이 다 알기는 어려워도
밤이슬 툭, 떨어지는 가는 풀잎에
제 얼굴을 비쳐 본 사람이라면
가을이 언제 지나가는지는 알 수 있지 않을까
남자를 발견한 가을은 언제나 굳게 다문 입이다
- 김계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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