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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의 서재

키스 엔 텔* *kiss ans tell - 앨랭 드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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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엔 텔* - 앨랭 드 보통 

 

*kiss ans tell: 유명인과 맺었던 밀월관계를 언론 인터뷰나 출판을 통해 대중에게 폭로하는 행위

 

함께 먹고 마시고 살면서 사회적으로 교제해보지 않고는 어떤 사람의 삶에 관해 쓸 수 없다.(제임스 보즈웰 1740~1795)라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 남자는 이사벨의 삶에 대한 비인격적인 연대기를 무시하기로 한다. 대신 그녀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그녀에 대한 인상이 어땠는지, 어떻게 바뀌고, 그녀에 대해 무엇을 이해하고, 무엇을 오해했는지, 그의 편견이 어디서 방해를 했고, 여자에 대한 통찰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 

 

키스 앤 텔은 새로운 여자 친구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그녀의 유년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그리고, 현재 그녀의 심리상태를, 철학적 숙고와 함께 재미있게 그려나가고 있다. 서사도 없고, 연대기도 없다. 전기(傳記)가 갖추어야 할 모든 규정을 폐기한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는 한 사람의 성찰 따위는 무시해 버린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와 그가 좋아하는 음식, 상황에서 일어나는 모든 세세한 행위가 곧 그사람에 대한 정직한 면을 보여준다는 생각에 충실하게 글을 써내려 간다.

 

 

편견이 나의 사람을 파악하는 방법에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지 깨닫게 해주었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그들을 보는 우리의 관점이 달라지는 자기중심적인 면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나를 강제 노동 수용소에 보내지 않았으니 스탈린이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닐지 모른다고, 또 이 여자는 파티에서 처음 만났지만 내 우편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으니 아주 흥미로운 사람일 것이다라고 판단을 내리기가 쉽다. 사실 무서울 정도로 쉽다. p.55

 

돈이 없어서 좋은 점은 아마 돈이 좀 생기면 모든 게 얼마나 좋아질까 상상할 수 있는 점인 것 같아요. 하지만 막상 부자가 되면 탓할 게 자기밖에 안 남을 것 아니겠어요. p.63

 

누군가에게 과거를 기억하라고 재촉하는 것은 총을 들이대고 재채기를 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진정한 기억은 재채기와 마찬가지로 사람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p.125

 

한 장의 레코드에는 그 레코드를 들은 여러 시기를 반영하는 몇 층의 기억이 동시에 자리를 잡고 있을 수도 있다. 오랫동안 사람이 살던 도시의 유적 위에 덮인 흙을 횡단면으로 자르고 들어가면 연속되는 정착지가 겹겹이 나타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무더위가 한창이던 올 여름 내내 연속해서 듣던 음악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대목이다. 특정한 음악을 들으면 그 때의, 그 당시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p.142

 

비밀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아마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비밀이라는 딱지를 붙인, 별로 대단할 것 없는 이야기보다는 우리 자신의 비밀을 상상하기 때문일 것이다. (중략)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이전에는 정도를 벗어났거나 수치스러운 행위로 보였던 것들을 크게 어긋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p.161

 

어떤 사람이 사랑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그 사람에 관하여 뭘 알기를 바라는가? 왜 이 문제가 우리가 사적이라고 여기는, 삶의 신비한 부분을 이해하는 데 중심을 이루는 것처럼 보이는가? 마지막으로, 우리가 선택한 연인은 우리 자신의 무엇을 드러내는가? 감정적 공허와 연애의 후보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연인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며, 이런 의미에서 내적 요구를 단순하게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고 알랭 드 보통은 이야기하고 있다. p.170

 

이런 불일치는 전기적 객관성이라는 개념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중략) 자기 인식과 외부의 판단 사이의 긴장 가운데 다수는 그런 불일치가 요구하는 교정이 우호적인 방향에서 이루어진다는 의미에서 유쾌하다. 예를 들어, 라자냐는 요리사 자신은 끔찍하다고 생각해도 훌륭할 수 있고, 식후 연설은 연설한 사람 자신은 무에 젖은 불발탄이라고 판단하더라도 익살스러운 성공작이 될 수 있다고 한다. pp.230-231

 

누구나 감추는 것이 있다. 누구나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어떤 면을 알면 그 후에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욕구 뒤에는 우리에 관한 모든 것이 알려지면 우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놓여 있다. 그래서 속임수를 쓰는 바람에 이따금씩 비밀이 드러날 것이라는 두려움이 생기기도 하고, 또 거리에서 벌거벗고 있거나, 혼잡한 공항의 짐 찾는 컨베이어벨트에서 옷가방이 열려버리는 꿈을 꾸기도 한다. p.240

 

우리가 어떤 사람을 모르면 모를수록 더 분명하고 알기 쉬운 사람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소설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강렬한 인물들은 대개 2차원적이다. (중략) 우리가 그녀를 기억하는 것은 그녀에게 한 가지 특질밖에 없기 때문이다. p.308

 

나한테는 나 자신도 납득할 수 없고 당연히 너한테도 납득이 안 될 괴상한 것들이 가득해. 나도 독서를 더 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TV 보는 게 더 편해. 나한테 잘 대해주는 사람들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툴툴거리는 사람들이 한번 달려들어보고 싶다는 의욕을 더 자극해. 나는 동정심을 발휘하고 싶지만, 그럴 만큼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아. 행복해지고 싶지만, 행복이 사람을 멍청하게 만드는 다는 걸 알아. p.331

 

사람을 알아가고, 이해하고, 공감하고 사랑하게 되기까지. 알랭 드 보통이 화자, 전기 작가가 되어 그의 연애 이야기를 엮어 나간다. 이사벨은 그녀의 남자친구의 가치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키스 엔 텔* - 앨랭 드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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