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받아들이고, 부모를 지켜보는 일에 감사하기로 한다.
3월부터 시작한 프로젝트가 거의 막바지다. 조금 더 집중하기로 한다. 운동선수들에게, 특히 축구 같은 경우, 아나운서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말라고 하는 이유는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빈 공간을 살피고, 공이 갈 곳을 예측하고, 공이 오면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하라는 주문이라고 한다. 행동할 때는 생각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대부분은 아니지만 일이 많다는 것은 돈을 번다는 이야기고, 만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변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언제까지 움직이며 즐겁게 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끝까지 집중하는 사람만이 성취할 수 있다.
월요일은 학교로 가고, 화요일은 김천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러 갔다가 올라와서 학교로 가고, 수요일은 진천 위성센터로 출장 가는 일이 3주째 이어진다. 다음 주에 모든 일이 마무리되길 바란다. 어차피 시간이 가야 해결되는 일은 아닌데 좀 더 과감하게 일을 하지 못하는 건가? 부를 얻고 싶다는 생각을 한 이후로 점점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한다. 9시 전에 사무실에 도착한 지 4개월이 되었다. 마음에 쏙 들었다. 스스로 이렇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기적은 늘 우리 곁에 있다.
올해 1월에 군대 간 아들이 7월 20일경 휴가를 나온다고 한다. 가장 오래 떨어져 있었던 아들을 처음으로 보는데 남자는 별로 반갑지도, 실감 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 그냥 제대할 때나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가 위험에 빠지면 지구 끝까지 가서 구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우리가 서로 잘 있다면 더 오래 서로 만나지 않고도 잘 지내는 일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다.
7월 들어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하다. 1월 이후 수도권은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 1200명 대를 넘나 든다. 수도권은 약 800명 대다. 조심하고 자제하고 드러내지 않고 지내는 사람들은 제일 억울한 일이다. 제법 잘 참고,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다시 상황은 몇 달 전으로 돌아간다. 전 국민 백신 접종과 함께 상황이 좋아지길 기다리고, 뭐 특별히 노력한 건 없지만, 조용히 지냈지만 결과는 좋지 않다.
화요일 저녁 훈련날이라 일찍 왔더니 우리 다세대 건물 202호가 이사를 간 집에 새로운 이웃이 이사를 했다. 좋은 이웃을 기대할 게 아니라 나쁜 이웃이 아니길 바란다. 그랜저 차가 있는지 반 지하층 주차장이 가득 찬다. 2일째 차가 그냥 있다. 차를 몰고 다니지 않나 보다. 좋은 사람은 우리가 노력하면 우리에게 좋은 사람으로 다가오고, 좋은 사람이 될 여지가 충분하지만 나쁜 사람은 어떻게 해도 나쁜 사람이라서 조심해야 한다.
가족을 끊어 내고 거리를 두는 데 소홀한 사람은 결국 힘들어할 때가 온다. 가족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부모님이 나이가 들고, 늙어가면서 아이를 키우듯 돌봄이 필요한 상황을 지켜보기가 싫었다. 가족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부모님에게 받은 따뜻한 사랑이 부족하다느니, 어떤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난 건 우연이라느니, 이 세상에 던져진 건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말한다. 반대로 모든 불행과 꼬인 삶을 부모와 가족 책임으로 돌리기도 한다. 남자도 예외는 아니다. 부모님이 늙어가는 것도 싫었고, 특히 엄마가 점점 가벼워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아버지는 늘 마주하기 어려웠으며, 5남매가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이나 원하는 것들을 표현하기에 서툴렀다. 특히 큰 누나에게는 연민을 느끼면서 부모님을 돌보는 일에 대한 감사를 언제나 동시에 해야 하고, 부모님과 남매들 누구에게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분란을 일으키는 상황을 용납하기 힘든 감정을 가지고 지내는 중이다.
보통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일을 극도로 꺼린다. 큰 누나를 지켜본다. 오랫동안 알아온 신장 이상부터, 많이 상한 기력, 남매와 부보님에 대한 피해의식이 쌓여 우울증이 오고, 분노 조절에 너무 허약해진 상태를 보고 있다. 큰 누나는 1년 전부터 감사한 마음과 용돈으로 챙기기 시작했다. 여전히 사자로 착각하고 지내는 아버지를 제외한 남매들과 어머니에게 아주 심각하게 상처 주는 일을 계속한다. 말꼬투리를 집요하게 잡아내고, 툭하면 옛날 고생한 이야기를 하고, 부모님 집에 들어간 돈과 다른 형제들에게 돈 낸 것들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최근 1~2년 동안 부모님을 근거리에 모신 이야기들도 여과 없이 자신이 해결한 일이라며 이야기한다. 모두 맞다. 부모님이나 남매들은 모두 감사해야 하고, 그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 그 헌신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갚아야 하는지, 큰 누나가 원하는 것이 무언지 아직까지 아무것도 모른다.
남자는 이제야 가족을 받아들이기로 생각한다. 더 이상 피할 데도 없고, 외면할 시간도 없다. 엄마와 아빠 두 분의 건강과 일상을 보내는 상태에 따라 우리 다섯 남매들이 하는 일과 해야 할 일, 모든 일이 결정된다. 언제 그런 적 아닌 적이 있을까. 모두 때가 되니 일이 생기고, 감당하기 어렵고,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이제 남자는 행동할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받아들이기 어렵게 보인다. 말과 행동이 얼굴에 그대로 보인다.
남자는 외면하거나 도망가지 말고 끝까지 부모님을 지켜보자고 생각했다. 지켜보는 일이 오히려 감사한 일로 생각한다. 누구나 겪는 일이고, 우리 나이 때는 그런 때가 되었기 때문에 겪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부모님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남자도 나중에 겪을 일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늙고, 치료를 위한 잦은 병원 방문, 마지막엔 아픈 몸을 데리고 요양원에 가는 모습들을 익숙하게 바라보지 않아야 한다. 실제로 30년 후에 건강한 상태에서 삶을 정리하고, 존엄하고 고귀한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 합법적으로 가능할지 모른다. 건강수명을 늘리고 질병 수명을 줄이는 데 신경 쓸 일이다. 무엇이든 지금 해야 한다. 함께 늙는 우리에겐 무언가 다른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남자는 너무 많이 뜯어고쳤다. 비록 허울일지라도 스스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이왕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은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다. 남자는 보기보다 집요하고 날카롭고 똑똑했다.
"현실이 싫으면 미친개처럼 날뛰거나 욕을 하고 신을 저주해도 되지만, 마지막 순간엔 받아들여야 한다."-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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