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서재

태도에 관하여 서평 임경선 에세이

지구빵집 2021. 7. 1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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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언제나 첫 단추, 임경선 에세이 '태도에 관하여' 

 

평소 좋은 태도가 훌륭한 사람을 만든다고 생각했고, 늘 좋은 태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태도는 누가 무어라고 해도 지독히 주관적인 가치관의 문제라서 어떤 태도가 좋다고 말할 수 없고, 말하지 않는 게 낫다. '태도가 본질이다'라는 말이 유행이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것은 삶을 대하는 일상적인 태도이고, 말하는 태도가 우리를 설명한다. 좋은 태도는 위기에 빛을 발하고, 우리를 성장하게 하며, 평판을 좋게 만들고, 주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고, 스스로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좋은 태도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노력하며 길러지고 간직하는 것이라서 전적으로 자신의 삶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보통 '태도에 관하여' 제목처럼 무엇무엇에 대하여 라는 제목은 잘 쓰지 않는다. 워낙 범위가 넓어서 좋은 글이 나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가능한 좁은 범위에서 세밀하게 보는 관점으로 글을 쓰기 위해서는 대하여란 제목은 어울리지 않는다. 북한의 공식적인 글 제목에는 온통 '~대하여'로 발행한 글이 많다.

 

임경선의 에세이 '태도에 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은 전적으로 저자가 생각하는 좋은 가치와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지은이의 관점으로 이야기한다. 사실 중요한 게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 아닌가? 자기가 좋으면 끝이고, 자기 눈에 아름다우면 끝이지 않은가? 어차피 다른 사람은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든, 어떤 태도와 가치를 두고 살든 관심도 없으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관점과는 많이 다르게 이야기하는데 좀 억지일 수도 있고, 꼰대가 하는 말처럼 너무 교훈적으로 보이지만 대체적으로 맞는 말이다.  

 

저자는 좋은 태도를 자발성, 관대함, 정직함, 성실함, 공정함이라는 다섯 개의 핵심적인 범주를 선별한다. 

 

자발성,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자신의 의지나 생각 말고 행동에 기반한 삶은 먼저다. 생각은 행동하면서 하는 거다. 내가 먼저 마음을 담지 않으면, 내가 먼저 발을 푹 담그지 않으면 그 어떤 일이라도 계속 내 주변에서 겉돌기만 한다.    

 

"비가 오나 날이 맑으나, 숙취에 시달리든 팔이 부러졌든, 그 사람들은 그저 매일 아침 8시에 자기의 작은 책상에 앉아 할당량을 채우지요. 머리가 얼마나 텅 비었건 재치가 얼마나 달리건, 그들에게 영감 따윈 허튼소리." 레이먼드 챈들러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에서

 

연애의 본질은 애초에 완전한 것도 아니었으며 연애를 하는 인간들 역시도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연애는 부모가 나를 사랑한 이래로 나의 존재가 전적으로 타인으로부터 긍정을 받는 유일한 경험을 지도 모른다. 더불어 나밖에 몰랐던 내가 타인을 향해 깊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경험이다. 그래서 연애를 하면 고통스러워도, 손해 본다고 해도, 상처 받는다고 해도, 온몸과 마음을 다해서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을 해두어야 할 것 같다. p.45

 

관대함, 나의 마음을 이해하는 만큼 상대의 마음도 이해한다.

 

연애를 잘하거나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은 어떤 것에든 열정적으로 잘 반하는 기질이 있다. 그들은 사람이든 물건이든 그 안에서 자신이 좋아할 수 있는 점을 발견하는 에너지가 있다. 그들은 사랑을 주면서 행복해한다. 이성에게 사랑받는 사람들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본인들 자체가 이성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을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 아니 에르노 '단순한 열정'에서 

 

자식은 부모라는 껍질을 깨고 나와야 어른이 된다. 성장은 나의 부모가 나처럼 한낱 불완전한 인간임을 깨닫고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부모와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해결하지 못할 바에는 물리적으로 벗어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깔끔하게 포기하고 인생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가족 운이 없다고 자조하고 떨쳐버리는 것이다. p.65-66

 

정직함, 그 누구보다도 나에게 솔직하고 싶다.

 

가장 많은 사람에게 힘든 문제가 바로 관계 문제이다. 관계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헛소리는 빼고라고 가장 중요한 것은 혼자서 잘 지내야 한다. 스스로 보기에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게 우선이다. 혼자서 잘 서 있을 수 있어야 타인과 함께 있을 때도 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고, 마음이 통하지도 않는 누군가로 공허함을 가짜로 채우기보단 차라리 그 비어있는 시간들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는 것이 낫다. 그래야만 내가 앞으로 어떤 사람들과 있어야 진정으로 나답고 편안할 수 있을지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다 좋아한다고 하면 당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 것이다. 당신은 모두를 기쁘게 할 수는 없다. - 파울로 코엘료 

 

어떤 불행이 닥쳤을 때 저마다 그 고통을 초월하는 방식이 있다. 어떤 사람에겐 종교가, 어떤 사람에겐 가족의 사랑이, 어떤 사람에게 마약이, 그렇다면 글을 쓰는 사람은? 바로 글을 쓰는 것으로 그 고통을 초월하려 한다. 사람의 몸만큼 정직한 건 없고 사람의 마음만큼 조작 가능한 것도 없는 것 같다. p.128

 

성실함, 누구나 원한다고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일을 어디서 하더라도 일에 본질은 같다. 최선을 다해야 하고, 사람들과 조율할 줄 알아야 하고, 규칙을 따라야 하며 스스로를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 p.155

 

자유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지만 그럴수록 그에 대한 대가는 엄정하게 치를 수밖에 없다. 육체적 고통은 물론 미움받을 용기 그리고 외로워질 가능성도 떠안는다. 내가 선택한 자유가 결과적으로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구속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오르지 기꺼이 감당하고 책임지고 그 대가를 치를 수 있는 사람만이 자유를 가질 수가 있다. p.156

 

공정함, 나와 너의 개인성을 인정한다.

 

자존감이 소중한 것은 나의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애쓸 때 우리는 타인을 있는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상대의 결핍이나 불완전함을 이해할 포용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p.193

 

"일이나 해. 인생은 짧아. 가만히 앉아서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쓰레기 같은 이야기를 하는 대신에, 진짜 일을 해. 신께서 재능을 주셨지만 살날은 많지 않으니까." - 스티븐 킹

 

복잡한 미움이라는 감정의 원인은 동종 혐오,  질투, 관심의 불균형으로 알려져 있다. 누군가를 미워할 때는 상대보다 '나'에 대한 일말의 진실이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니 초점을 상대에게 두기보다 자신의 마음에 먼저 두어야 할 것이다. 타인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은 쉽다. 나 자신을 정직하게 보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내가 어느 순간 타인에 대한 비난으로 열을 올린다면 나는 그것을 내 안의 공허함이나 불안함에 시선을 돌리라는 자가 신호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p.210

 

 

태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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