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건너온 계절도 이랬었구나. 뜻밖의 계절, 임하운 저
고등학생 반윤환은 새벽에는 아버지 배송일을 돕고, 밤에는 편의점 알바일을 하며 가장 좋아하는 책 읽기에 빠져든다. 어머니는 8살 때 다른 남자와 도망을 갔다. 반윤환은 어머니를 지키지 못한 아버지의 무능함을 돈을 벌어 생활비로 대며 자기는 그러지 않아야 한다고 결심하며 스스로 극복하는 중이다. 학교에서는 하루 종일 잠을 자고, 밥도 혼자 먹고, 마음을 나누는 친구 하나 없이 지낸다. 중학교 때 과제를 함께 하다 만났던 이하은을 잊지 못한다. 자기가 지켜주지 못해서 죽었다고 자책한다.
수행평가를 함께 하던 지나루는 윤환이 알바를 하는 편의점에 자주 들르지만 윤환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반장 강별은 윤환을 마음에 두고 있지만, 윤건은 강별의 마음을 얻지 못해 자주 윤환과 지나루를 함정에 빠뜨린다.
지나루는 강은비와 친했는데 지나루의 어머니가 싫어하는 사실을 알고 강은비와 멀어진다. 윤환은 은비를 설득해 다시 지나루와 친하게 지낸다. 지나루의 어머니는 윤환에게도 지나루를 만나지 말 것을 주문했지만 윤환은 자기 것을 온전히 지키기로 결심한다. 친구들 모두가 편견의 피해자로 살아가고, 각기 다른 상황에서 상처를 입은 아이들을 이해하고 마찬가지고 지키려고 노력했던 아버지를 용서한다.
1994년 생 작가의 장편 소설이다. 잔잔한 한 편의 성장소설이다. 인생의 5분의 1 정도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생각과 태도, 일상을 볼 수 있다. 우리와 같은 계절을 지나가는 아이들은 무엇보다 강박적으로 책임지려고 한다. 사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책임지려고 하는 동기와 욕망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첫 단추라고 생각하고 무엇보다 완벽한 결과를 만들지 않으면 시작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강해서일까? 상처 받은 생각을 벗어나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어른이라고 했다. 아이들은 상처 받고, 상처 주는 일도 가능하면 피하고 싶어하며 살아간다.
아이들은 무게에 집착한다. 삶에 무슨 무게가 있을까? 아이들은 모든 관계를 무겁게 생각한다. 무겁지 않으면 관계가 아니든가 자기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상을 무겁게 생각하니 자꾸 가라앉는 일이 많다. 집을 나가고, 학교를 나오지 않고, 무턱대고 금을 긋거나 침묵으로 가라앉는다. 남의 것을 챙길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버티는 일도 버거운데 내 것이 아닌 것에 욕심부려봤자 결국 상처 받는 사람은 자신이라는 것을 안다.
아이들이 마주치는 낯선 느낌들, 다가온 사랑과 빠져드는 관계에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모른다. 살아온 날이 적어서 모든 게 처음인 아이들이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도 처음이고, 보폭을 맞춰 걷는 일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도 처음인 아이들은 그저 묵묵히 버티는 일이 전부다. 겉에서 보기엔 두려움이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아주 큰 두려움에 대처할 만한 용기를 갖지도 못했다.
"무책임하다고? 책임질 일을 만들지 않는 거랑, 책임을 못 지는 건 다르니까. 한번 책임지면 끝까지 책임질 거니까, 신중해지는 것뿐이야." 어떤 식으로든 사람과 관계를 맺는 순간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었다. 난 책임을 질 수 없었기 때문에 사람을 사귀지 않았다. 이하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p.51
내 나름의 방식이었다. 더 이상 귀찮아지고 싶지 않았고, 귀찮아지지 않으려면 울타리를 쳐야 했다. 말할 필요가 없을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말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그 대화가 가장 빠르게 끝날 말을 선택하는 것이다. p.25
사람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었다. 너무 부족하고 연약하기 때문에 태어난 대로 사는 사람과, 너무 부족하고 한심한 걸 알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노력하는 사람으로. p258
나에게도 그럴 권리가 있다면 이젠 아버지를 용서하고 싶었다. 더 이상 누구를 원망하고 싶지도, 더 이상 나를 괴롭히고 싶지도 않았다. 솔직하게 말하면, 용서할 수 없었던 나를 용서하고 싶어 졌다. p.273
"왜 사람들한테 다가가지도 않고, 다가오지도 못하게 해?"
"넌 왜 사람들한테 다가가고, 사람들이 다가오게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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