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와 태양 Klara and the Sun - 가즈오 이시구로
미래 이름 없는 도시 번화가 상점에는 가정용품과 잡지와 함께 아이들을 위한 휴머노이드 로봇인 AF(Artificial Friend)가 전시되어 있다. 그들은 창 밖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태양을 동경하고, 태양에 대한 믿음을 키워간다. AF 중에는 태양을 사랑하고 인간과 그들이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이 배우고 싶어 하는 로봇 클라라가 있다. 등급이 높아 보이는 옷, 등급 높은 교육을 이수한 사람으로 뚜렷한 계급사회를 표현한다. 클라라의 관점에서 지능형 기계와 첨단 기술이 일상생활에 통합된 으스스한 미래 사회를 묘사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것에 대해 행복하지는 않다.
클라라는 기술적인 실업, 인공지능의 진보, 불평등, 유전자 편집의 안전과 윤리, 증가하는 외로움과 고립을 보면서 성장한다. 매장의 친절한 매니저에게 어떻게 하면 사람에게 선택받는지, 좋은 손님을 구별하는 방법 등에 대해 알게 된다. 오랜 기다림 끝에 클라라는 "등급이 높은 옷을 입은 엄마와 함께 방문한 조시라는 14세 소녀에게 선택된다. 도시 밖에서 크고 햇볕이 잘 드는 집에 사는 밝고 친절한 조시는 주기적으로 발화하여 한 번에 며칠 동안 침대에 갇혀 있는 불특정 질병에 시달린다. 미래 세상에서 부유한 아이들은 더 이상 함께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디지털 기기로 혼자 공부한다. '상호 작용 모임'은 아이들이 사교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마련되었으며, 부모님은 다음 방에서 조심스럽게 도청하고 갈등이나 상처가 있을 때 개입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클라라는 조시의 친구, 보좌관 및 동료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주변 세계에 대해 배우고 인간 행동의 신비를 해독한다. 우리는 그녀가 다른 유형의 지능과 함께 진화하는 감정을 이해하는 기본적인 능력으로 프로그래밍되었다고 추측한다. “감정이 많다고 생각한다. 더 많이 관찰할수록 더 많은 감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라고 한 캐릭터에게 설명한다. 클라라는 인간의 외로움을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특히 인간의 외로움에 조율되었다.
조시의 사망에 대비해 클라라를 조시로 대체하는 로봇으로 정기적으로 초상화를 그리러 시내에 간다. 헤어진 아빠를 만나고 집 근처에 사는 리키와 깊이 사귀며 지낸다. 클라라는 조시의 병을 낫도록 오염 기계를 파괴하기도 하고, 신에게 자신에게 주는 생명의 햇살로 클라라를 살려달라고 태양에게 기도한다.
조시를 이어가기 위해 열심히 배웠지만, 병을 치료하게 된 조시는 등급이 높은 대학으로 떠나고, 클라라는 로봇 야적장에 앉아 매니저를 만나고 과거를 회상하며(클라라는 되돌아보고 순서대로 배열할 기억을 가지고 있다.) 노을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끝난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지능이 과연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까? 로봇은 태양을 숭배하는 신앙과 믿음을 갖게 될까? 인간의 영혼과 마음을 디지털화하는 일은 가능한 것인가? 약간은 슬프게 끝나는 결말만 잘 참아내면 이 책은 꽤 훌륭한 AI 소설이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클라라와 태양>을 처음에 동화로 펴낼 구상이었는데 '아이들이 읽으면 트라우마에 갇힐' 것이라는 딸(나중 작가로 데뷔)의 조언을 듣고 소설로 펴냈다고 한다."
"<클라라와 태양>을 번역할 때 가장 고민스러웠던 게 화자인 클라라의 목소리였다. 보통 소설을 번역할 때는 캐스팅 놀이를 하듯이 각 인물마다 구체적인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목소리를 잡으면 말투를 다듬기가 좀 쉽다. 그런데 클라라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클라라와 태양>에서도 그렇고 비인간적(이라고 사회가 규정하는) 존재들이 인간이기를 희구하는 내용. 그리고 진실한 사랑을 하고 있음을 증명하려는 장면이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양쪽의 결과는 다르다. 결과는 사랑의 진실성과는 상관없다."
로사와 내가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우리는 매장 중앙부 잡지 테이블 쪽에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도 창문이 절반 넘게 보였다. 그래서 바깥세상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해가 움직이는 걸 볼 수 있는 운 좋은 날이면 나는 얼굴을 내밀어 해가 주는 자양분을 최대한 많이 받으려 했다. 로사가 곁에 있을 때는 로사에게도 그러라고 말했다. pp.11-12
우리와 같이 있던 소년 에이에프(AF) 렉스가 걱정하지 말라고, 우리가 어디에 있든 해는 우리한테 올 수 있다고 했다. 렉스가 마룻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게 해의 무늬야. 걱정되면 저걸 만져 봐. 그러면 다시 튼튼해질 거야.” p.12
때로는 걸음을 멈춘 사람이 우리에게 아무 관심이 없을 때도 있었다. 그냥 운동화를 벗어서 뭔가 하려고 하려거나 혹은 오블롱을 들여다보려고 걸음을 멈출 때도 있었다. 하지만 유리창으로 다가와 안을 들여다보는 사람도 있었다. 주로 아이들, 우리와 가장 잘 맞는 나이 때의 아이들이 많이 다가왔는데 우리를 보고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혼자, 혹은 어른과 같이 와서 우리를 가리키며 웃고 괴상한 표정을 짓고 유리를 두들기고 손을 흔들었다. 가끔은 아이가 다가와 우리를 보는데, 우리가 마치 무슨 잘못이라도 한 듯 슬픔 혹은 분노가 어린 표정일 때도 있었다. 이런 아이도 금세 돌변해서 다른 아이들처럼 웃거나 손을 흔들기도 했지만, 창문 앞에 선 지 이틀째에 나는 그래도 여러 아이들 사이에 뭔가 다른 점이 있음을 느꼈다. p.21
조시는 행인들이 뒤쪽으로 다 지나갈 만큼 유리창에 가까이 다가온 다음 걸음을 멈추더니 나를 보고 웃었다. “안녕.”조시가 창문 너머에서 말했다. “내 말 들려?” 아이가 나에게 말을 걸었기 때문에 나는 아이를 돌아보고 마주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정말?” 조시가 말했다. “시끄러워서 나도 내 목소리가 잘 안 들리는데. 정말 내 목소리가 들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조시는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p.24
RPO 빌딩 쪽에 다다르자 두 사람은 마치 한 몸인 것처럼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 해도 그 모습을 보고는 두 사람 위에 자양분을 한껏 쏟아부었다. 커피잔 아주머니는 여전히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남자가 눈을 꼭 감은 게 보였다. 행복한지 속상한지는 잘 알 수가 없었다. “저 사람들 만나서 무척 기쁜가 보다.” 매니저의 말에 매니저도 나처럼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네, 아주 행복해 보여요. 그런데 이상하게 속상한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아, 클라라. 너는 놓치는 게 없구나.” 매니저가 조용히 말했다. p.39
매니저는 자리를 뜨려다 말고 다시 몸을 돌렸다. “그건 아니지, 클라라? 너 누구랑 약속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나는 매니저가 창문에서 거지 아저씨를 보고 비웃은 소년 에이에프 둘을 꾸지람했을 때처럼 나한테도 꾸지람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니저는 내 어깨에 손을 얹고는 아까보다도 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말 잘 들어 봐. 아이들은 툭하면 약속을 해. 창가로 와서 온갖 약속을 다 하지. 다시 오겠다고 하고 다른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고 해. 그런 일이 수시로 일어나. 그런데 그래 놓고 다시 안 오는 아이가 훨씬 많아. 더 심한 경우는, 아이가 다시 오긴 했는데 딱하게도 기다렸던 에이에프를 외면하고 다른 에이에프를 고르기도 해. 아이들은 원래 그래. 너는 늘 세상을 관찰하면서 많은 걸 배웠지. 이것도 잘 명심해두렴. 알겠니?” “네.” “좋아. 그럼 이제 이 이야기는 끝난 걸로 하자.” 매니저가 내 팔을 쓰다듬고 돌아섰다. pp.56-57
그거 참 좋겠다. 지나간 것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 거. 자꾸 지난 일을 돌아보게 되지 않는 거. 그러면 모든 게 훨씬 더....... p.139
사람이 자신에게 외로움을 가져올 방법을 원한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p.229
만족하고 충만하게 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된 사람들이지. p.339
참고
노벨상 작가도 'AI 로봇'…이미 온 '미래' 이야기에 흠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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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좋은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