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모음

가을을 표현하는 단어와 문장들, 가을 풍경, 가을 묘사

지구빵집 2021. 10. 8. 10:20
반응형

 

 

가을을 표현하는 단어와 문장들, 가을 풍경, 가을 묘사

 

가을은 1년을 구성하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가운데 셋째 국면에 해당한다. 따라서 상징적 의미는 다른 계절과의 관계를 전제로 한다. 하루의 국면에서 봄이 새벽에 해당하고 여름이 대낮에 해당한다면 가을은 저녁에 해당하고 겨울은 밤에 해당한다. 저녁은 해가 지는 일몰의 시간이고 따라서 가을은 생명이 시드는 노쇠, 전락, 소멸, 고립, 비극을 상징한다. 이런 상징적 의미는 인생의 네 단계인 생로병사, 혹은 탄생, 성숙, 노쇠, 죽음을 강조할 때도 나타난다. 이때 가을은 질병, 노쇠, 애상, 추억을 상징한다. 그러나 농경사회에서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기 때문에 풍요, 휴식, 결실, 기쁨을 상징한다. 따라서 가을뿐만 아니라 모든 상징은 어떤 문맥에서 읽느냐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나타낸다.

 

가을날

바이올린의

긴 흐느낌.

단조로운 우울로

내 마음 쓰라려

 

종소리 울리면

숨 막히고

창백히

옛날을

추억하며

눈물짓는다.

 

그리하여 나는 간다.

모진 바람이

날 휘몰아치는 대로

이리저리

마치 낙엽처럼 - 베를렌, 민희식 역, <가을의 노래>

 

이 시의 경우 가을은 '바이올린의 긴 흐느낌'과 '단조로운 우울에 비유되고 이런 비탄과 우울은 다시 추억과 울음으로 물든다. 요컨대 이 시에서 가을은 떠난 님에 대한 애상과 추억을 상징한다.

 

여름 하늘이 밀리면서 훤해지는 가을 높은 하늘에서

흰 빛깔이 내리니

젊음과 꿈의 푸른 빛이

널리 건너편으로 날린다

천지 허전하여

귀뚜라미 마루 밑으로 기어들고

가뭄에 시달린 가마귀들 빈밭에 모여서 운다

 

서풍 찬 바람에 나무 잎새들이 힘없이 진다

장미 꽃잎이 우시시 지는 소리에 가슴이 울린다

피는 꼽다 지는 꽃을 따라가는 것이 더 많다

갈대와 같이 조용히 생각하는 철

돌도 생각에 잠든 빛

산이 익어서

산마다 단풍이 들며 단풍이 빨갛게 타서

풀지 못한 염원의 祭石 위에

피를 흘리며 딩군다

 

기러기가 칼칼 울며 고향하늘을 향해 간다

따라 못 가는 서러움

꽃보다 짙은 단풍의 강토

싸늘한 바람과 가냘핀 햇빛에

뉘우치며 혼자 생각는 가을

잊어버린 노래가

구름에 흘러가는

병든 향수의 길

 

서러운 세월이 가고서도 서러운 세월이 겹쳐서

인간 천년의 꿈이

한 마리 산새만도 못하다! - 김광섭, <가을>

 

이 시에서도 가을은 기쁨이 아니라 슬픔, 비애, 울음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런 비애는 베를렌느의 시에 나타나는 떠난 님을 동기로 하지 않고 여름을 동기로 한다. 여름이 사라지고 가을 하늘에선 흰 빛깔이 내리고 이 흰색은 공허, 허무를 상징한다. 여름이 '젊음과 꿈의 푸른빛'이라면 가을은 '흰 빛깔'이고 이 흰색이 '허전한 천지', 공허, 허무를 상징하는 빈 밭의 이미지로 제시된다. 

 

 

나의 정원

 

1. 가을은 과일의 아버지다. 《호라티우스 / 서정시집》

 

2. 풀잎이 가을을 만나면 빛을 바꾸고 나무가 가을을 만나면 이파리를 벗는다. 그러므로 가을은 형관이라 하고, 때에 따라서는 음이 되며, 오행에 있어서는 금이 되고, 그리고 병을 상징하는 것이다. 《구양수 / 추성부》

 

3. 가을은 차고 이지적이면서도 그 속에는 분화산 같은 정열을 감추고 있어서 그 열정이 이지를 이기고 기어이 폭발하는 수도 있고 이지 속에 여전히 싸늘하게 숨어 있는 수도 있다. 열정과 이지가 무섭게 대립하여 폭발의 일선을 위해롭게 비치고 있는 것이 가을의 감정이요 성격이다.《이효석 / 인물 있는 가을 풍경》

 

4. 좋은 날씨가 계속되는 가을이거니 / 오랜동안 마음에 살고 있던 / 행복한 생각도 서러움도 / 이제 먼 곳 향기에 녹아 사라졌다. // 잔디풀 태우는 연기들에 나부끼고 / 그 부근에서 노는 마을 애들 / 지금은 나도 끼어 노래 부른다 / 노래하는 애들을 따라 소리를 맞춰. 《H 헤세 / 가을날》

 

5. 가을바람에 나무는 흔들리고 / 촉촉이 밤은 야기에 젖고 있다. /..... // 바람은 나뭇잎에 떠들썩거리고 / 전나무는 가만히 속삭이며 말한다. 《H 하이네 / 가을바람에》

 

6. 주여, 어느덧 가을입니다. / 지나간 여름은 위대하였습니다. / 태양 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눕히고 / 광야로 바람을 보내 주시옵소서. // 일 년의 마지막 과실이 열리도록 / 따뜻한 남국의 햇볕을 이틀만 더 베풀어 주십시오. / 과실이 익을 대로 잘 익어 / 마지막 감미가 향긋한 포도주에 깃들일 것입니다. //....... / 지금 혼자만인 사람은 / 언제까지나 혼자 있을 것입니다. / 밤중에 눈을 뜨고 책을 읽으며 /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 나뭇잎이 떨어질 때 불안 스러이 가로수가 나란히 서 있는 길을 / 왔다 갔다 걸어 다닐 것입니다.《R M 릴케 / 가을날》

 

7. 나뭇잎이 떨어집니다. 아슬한 곳에서 내려오는 양 / 하늘나라 먼 정원이 시든 양 / 거부하는 몸짓으로 떨어집니다. // 그리하여 밤이 되면 무거운 대지가 온 별들로부터 / 정적 속에 떨어집니다. // 우리도 모두 떨어집니다. 여기 이 손도 떨어집니다. / 그대여 보시라, 다른 것들을 만상이 떨어지는 것을 // 하지만 그 어느 한 분이 있어서 이 낙하를 무한히 다정한 손길로 어루만져 주십니다. 《H 하이네 / 가을바람에》》

 

8. 황금빛으로 병든 가을아 / 버들 강변에 청풍 일적이면 / 너 가을아, 너는 죽으리라. / 능금 밭에 백설이 찾아올 때면..... / 가엾다 가을아 / 너 백설 흰 빛깔 속에 죽을지어다. / 풍성한 과일의 성숙 속에서 / 하늘 속 / 솔개 돌고 / 꿈꾸는 처녀인 양 / 초록머리 소나무 위에 / 머얼리 노루가 운다. / 검은 숲가에서 / 계절이여 / 사람도 없는데 / 떨어지는 과실과 / 몸으로 우는 수풀과 바람을 / 나는 사랑한다. / 흐르는 눈물 - 낙엽이여! / 짓밟히는 낙엽이여! / 기울어 가는 기차여! / 흘러가는 목숨들이여! 《G 아폴리네르 / 병든 가을》

 

9. 근심스러운 구름이며 가을바람 / 내 홀로이기에 나는 헤매 다닌다. / 고목에는 새도 노래하지 않고 - / 아아 고요함이여, 쓸쓸함이여! / 죽음의 추위에 겨울은 가까이 온다. / 지금은 어디 있느냐, 수풀의 기쁨 / 어찌하였느냐. 그 전날 들판에 / 물결치던 금빛 벼 이삭들 // 해 저물자 날이 추워졌다. / 안개는 자욱이 목장을 덮고 / 벌거숭이의 숲으로 몰려간다. / 향수여, 모든 것이 달아나는구나. 《N 레나우 / 만추》

 

10. 가지에서 가지로 건너는 바람은 / 명랑한 여름과 어두운 날이 / 검은 / 부엉새와 흰 비둘기 우는 / 노목의 가지 끝을 흔든다. // 나무 잎새에 뚝뚝 지는 빗소리의 / 조용하고도 울적함은 / 떠도는 몸에 한 걸음 한 걸음 / 슬픔의 흐느끼는 소리로 들리지 않는가. // 파랑에서 노랑으로 노랑에서 빨강으로 / 또 황색에서 황금의 빛으로 / 나무마다 가지가 늘어지면 나는 가을에서 가을로 지는 내 과거를 생각한다.《H 레이네 / 가을》

 

11. 지금은 가을, 가을은 네 마음을 찢는다. / 날아가라! 날아가라! / 태양은 산을 향해 기어 올라가며 / 발걸음마다 쉬곤 한다. //아, 이 세상은 이처럼 시들어 빠졌는가! / 시달려 늘어진 줄 위에 바람은 그 노래를 켠다. / 희망마저 달아났다. / 바람은 그것을 애석해하며 탄식한다. 《F W 니체 / 가을》

 

12. 말 한 마리 오솔길 한가운데 쓰러진다. / 그 위에 나뭇잎이 떨어진다. / 우리의 사랑이 오열한다. / 그리고 태양도. 《J 프레베르 / 절망이 벤치 위에 앉아 있다》

 

13. 안개와 무르익은 열매의 계절이여.《A A 밀른 / 영추사 》

 

14. 잘 개고 살갗에 찬기가 스며들며 아침마다 거리를 볼 수 있는 때라도 되면, 자작나무는 동화 속의 나무들처럼 온통 황금빛으로 빛나고 코발트빛 하늘에 아름답게 부각된다. 태양은 나지막이 걸려 있어, 이미 따스한 빛을 던지지는 않지만 여름의 해보다 더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백양나무의 작은 숲은, 옷을 홀랑 벗어 버린 것이 즐겁고 경쾌한 일이기나 한 것처럼 온통 투명하게 반들거리고 있다.《I S 투르게네프 / 사냥꾼의 수기》

 

15. 가을바람 불어와 흰 구름 날아가네. / 초목은 황락한데 기러기는 남쪽으로 / 난초가 빼어났다 국화도 향그럽네. / 가인을 부여잡네 잊지 못할 건 정이어라. / 배를 띄워 저 하수를 건너자. / 중류에 비꼈네 출렁이는 소파여. / 피리 불고 북 쳐 도가를 불러라 / 환락은 극에 달해 풍덩 애정으로 바꿨구나 / 젊었을 때 언제던가 늙는 걸 어찌할까. 《한무제 / 추풍사》

 

16. 이슬 치는 가을밤 홀로 거닐면 / 시름에 싸이는 나그네 마음 / 멀리 배에서는 등불이 새어 오고 / 초승달을 두들기는 다듬이 소리. 《두보 / 밤》

 

17. 빈방에 홀로 앉았으면 늙어감이 서러웁다. / 이경 - , 밖에서는 찬비가 내리고 / 어디선지 산과일이 떨어지는 소리 /..... 무엇일까? / 벌레가 방 안에 들어와 운다. 《왕유 / 추야독좌》

 

18. 오동에 바람이니 벌써 가을인가. / 꺼져가는 등불 밑에 귀뚜라미 눈물을 짜개질하는 밤 / 누군가? 나의 서러운 한 권의 시집을 소중히 읽어 벌레 먹지 않게 할 이. / 삶은 애처로워 창자 곧추서는데 / 차가운 비 타고 찾아오는 어여쁜 얼아! / 가을의 무덤 속, 나는 죽어 포조의 시를 외고 피도 한스러워 천년을 푸르리라. 《이하 / 추래》

 

19. 우물가에 오동 잎새 / 바람에 나부끼고 / 옆집 다듬이 소리 / 가을이 분명코나 / 처마 밑에 홀로 누워 / 어렴풋이 조을 때 / 머리맡에 달빛이 / 소리 없이 흘러든다.《백거이 / 가을밤》

 

20. 가을바람에 붉은 목서 꽃의 그윽한 향기가 불려 오고, 달이 맑고 밝은 빛을 발사하며 별들은 하늘 가에서 반짝이면 아이들은 마당에서 그림자와 경주를 하면서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사빙형 / 여병자전》

 

21. 가을은 「여름이 타고 남은 것」이라고 써 있다. 초토이다. 「여름은 샹들리에, 가을은 등롱」이라고도 써 있다. 「코스모스 무참」이라고 써 있다.《태재치》

 

22. 하늘은 높고 구름은 맑으며 대기는 약간 서늘한데 / 달은 희고 바람은 맑아 흥취가 절로 길다. / 멀리 도연명의 삼경의 취미를 생각하면서 / 국화의 떨기 속에 누워 그 향기 맡아 보네. (* 삼경 : 은사의 문정) 《기화 / 함허화상어록 》

 

23. 강호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져 있다 / 소정에 그물 실어 흘리 띄워 던져두고 / 이 몸이 소일하옴도 역군은이샸다.《맹사성 / 강호사시가 4-3 》

 

24. 대조 볼 붉은 골에 밤은 어이 듯들이며 / 벼 벤 그루에게는 어이 내리는고 / 술 익자 체 장사 돌아가니 아니 먹고 어이리.《황희 / 사시가 4-3 》

 

25. 수국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져 있다 / 만경징파에 슬카지 용여하자 / 어즐한 인세를 돌아보니 멀도록 더욱 좋다. 《윤선도 / 어부사시가 추사이》

 

26. 단풍은 연홍이요 황국은 순금이라 / 신도주 맛이 들고 금은어회 더 좋아라 / 아이야 거문고 내어라 작자자가 하리라.《김수장》

 

27. 가을 타작 다한 후에 동내 모아 강신할 제 / 김풍헌의 메더지에 박권농의 되롱춤이로다 / 좌상에 이존위는 박장대소하더라.《이정보》

 

28. 머귀 잎 지거야 알와다 가을인 줄을 / 세우청강이 서느럽다 밤기운이야 / 천리에 님 이별하고 잠 못 들어 하노라. 《정철》

 

29. 강사에 등 붉은 제 외로이 꿈을 깨니 / 조롱엔 서리 차다 앵무새 탄식하네 / 오동잎 가을바람에 뜰을 덮어 날더라.《이옥봉 / 가을밤》

 

 

신전 가을

 

30. 우수수 갈바람에 산천이 쓸쓸한 제 / 달 밝은 사창가엔 벌레가 우는고야 / 찬 자리 팔굽베개에 잠들 길이 없어라. 《억춘 / 가을도 깊어가고》

 

31. 가을빛 좋길래 홀로 강루 올라 / 맘 고이 갖은 풍경 고요히 구경할 제 / 술 들고 풍류 화객이 나를 찾아오더라. 《계생 / 소견》

 

32. 비 뒤의 갈바람은 댓 술을 휘젓는데 / 뚜렷이 밝은 달은 다락 위 덮었어라 / 벌레는 밤새워 울며 남의 애를 끊나니. 《계생 / 가을밤》

 

33. 들마다 늦은 가을 찬 바람이 움직이네. / 벼이삭 수수 이삭 으슬으슬 속삭이고 / 밭머리 해 그림자도 바쁜 듯이 가누나. // 무 배추 밭머리에 바구니 던져두고 / 젖 먹는 어린 아니 안고 앉은 어미 마음 / 늦가을 저문 날에도 바쁜 줄을 모르네. 《이병기 / 가람문선》

 

34. 달이 지고 / 귀또리 울음에 / 내 청춘에 가을이 왔다. 《김상용 / 가을》

 

35. 저녁노을이 / 하이얀 은지를 / 나의 가슴에 바르고 / 지나가던 날 / 구름을 향하여 / 한층 더 가벼워지는 지구에 / 실오리 같은 / 가을이 쏟아져 왔다. /....... // 머얼리 / 나의 영주가 / 바람에 나부낄 때 / 나는 부드러운 사랑의 / 속삭임도 없이 / 아스러운 공간 위에 / 채축처럼 달리고 있었다. 《김영린 / 선회하는 가을》

 

36. 가을바람이 해조같이 불어와서 / 울안에 코스모스가 구름처럼 쌓였어도 / 호접 한 마리 날아들지 않는다. // 적막만이 가을 해 엷은 별 아래 졸고 /...... / 달이 유난하게 밝은 밤. / 지붕 위에 박이 또 다른 하나의 달처럼 / 화안히 떠오르는 밤. 《박화목 / 호접》

 

37. 이 강산 가을 길에 / 물 마시고 가 보시라 / 수정에 서린 이슬을 마시는 산뜻한 상쾌이라. // 이 강산 / 도라지 꽃빛 가을 하늘 아래 / 전원은 풍양과 결실로 익고 / 빨래는 기어이 백설처럼 바래지고 / 고추는 태양을 날마다 닮아간다. 《한하운 / 국토편력》

38. 능금나무의 열매들이 익었으니 / 오늘은 먼 하늘빛 넥타일 매어 볼까? // 별은 / 이순하고, / 이삭들 / 바람에 익는다. // 아침저녁 / 살결에 묻는 요즈막 향깃한 차가움...... // 기쁜 때도 가고 / 슬픈 때도 가면 , / 오동과 잎 새지는 / 먼-길 위에 / 또다시 램프의 시간이 오려는가. 《김현승 / 가을 넥타이》

 

39.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 포화에 이지러진 /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게 한다. /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 일광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어 뿜으며 / 새로 두 시의 급행차가 들을 달린다. / 포플러 나무의 근골 사이로 /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로내인 채 / 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이 바람에 나부끼고 / 그 우에 셀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 호올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 저쪽에 / 고독한 반원을 긋고 잠기어 간다. 《김광균 / 추일서정》

 

40. 뜰을 쓰는 대로 가랑잎은 / 비 오듯 했다. / 마른 국화의 향기는 / 차라리 섭섭한 것. //...... / 산에는 / 찬 그늘이 내리고 // 새들도 / 멀리 가고 말았다. 《박목월 / 동정(겨울정원)》

 

41. 밤은 아람이 굵고 대추는 볼이 붉구나. / 감은 침이 들고 배는 거풀이 얇구나. / 가을의 풍성은 과실이 먼저 알리는구나.《최남선 / 가을》

 

42. 여름 하늘이 밀리면서 훤해지는 / 가을 높은 하늘에서 / 흰 빛깔이 내리니 / 젊음과 꿈의 푸른빛이 / 멀리 건너편으로 날린다 / 천지 허전하여 / 귀뚜라미 마루 밑으로 기어들고 / 가뭄에 시달린 가마귀들 빈 밭에 모여서 운다 // 서풍 찬바람에 나뭇잎 새들이 힘없이 진다 / 장미 꽃잎이 우시시 지는 소리에 가슴이 울린다 / 피는 꽃보다 지는 꽃을 따라가는 것이 더 많다 / 갈대와 같이 조용히 생각하는 철 / 돌도 생각에 잠든 빛 / 산마다 단풍이 들며 빨갛게 타서 / 풀지 못한 영원의 제석 위에 / 피를 흘리며 딩군다. 《김광섭 / 가을》

 

43. 지금 한국의 가을은 / 모든 것을 벗어 버린 청자의 살갗. / 그 영혼까지도 얼비춰 보이는 / 투명한 한국의 가을은, 지금 / 그 밋밋한 육신을 세우고 있다.《박남수 / 여름에는 보이지 않던》

 

44. 무너진 성터에 바람이 세나니 / 가을은 쓸쓸한 맛뿐이구려 / 희끗희끗 산국화 나부끼면서 / 가을은 애닯다 소색이느뇨 《김영랑 / 4 행시》》

 

45. 추일은 마침내 별곡이 된다. / 가다가 잘못 산신령을 만나면 / 꼰바둑이나 한판 둘 여유는 있어야지 / 이마 푸른 고려 선비는《신동집 / 가을과 시인》

 

46. 황국 단풍이 어느덧 무르녹아 달 밝고 서리 찬밤 울어 예는 기러기도 오늘내일에 볼 것이다. 독서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하늘 높고 바람 급한 적에 호마가 소리쳐 장부의 팔이 부르르 떨치면서 넌지시 만리의 뜻을 품는 것은 가을의 감정이다. 《안재홍 / 독서개진론》

 

47. 가을은 슬프다고들 한다. 추풍이라든지 낙엽이라든지 하는 것이 우리에게 비애의 감정을 일으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벌레 소리, 그중에 밤새도록 머리맡에 씰씰거리고 우는 실솔(귀뚜라미)의 소리도 어째 세월이 덧없음과 생명과 영화도 믿을 수 없음을 알리는 것같이 여름에 자라고 퍼져 싱싱하게 푸르던 초목이 하룻밤 천서리에 서리를 맞아 축축 늘어지는 꼴은 아무도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난데없는 찬바람이 뒤를 이어 누렇게 말라 버린 나뭇잎을 그냥 떨어 버리는 것만 아니라 이리 날리고 저리 굴려 지접할 곳이 없이 휘몰아 가는 소리는 사람을 잠 못 들게 한다. 《이광수 / 병창어》

 

48. 요새 연일 된서리 쳐서 호박잎이 축 늘어지고 앞산 잡목이 갑자기 단풍이 들었다. 새벽 우물에서 김이 오르니 어지간히 찬 모양이다. 제비는 어느덧 자취를 감추고 밤벌레 소리도 어쩌다가 하나둘 들린다. 소에게 덕석을 씌우게 되었다...... 아침에는 손끝이 시리지마는 낮이 되면 푸른 하늘에서 오는 맑은 별이 살 속에 폭폭 스며들도록 따뜻하여서 타작마당에 탈곡기 밟아 돌리는 일꾼들의 이마에 땀방울이 솟고 저녁때가 되어 비낀 별이 비치는 곳에 파리들이 다닥다닥 붙어 즐기고 있다. 《이광수 / 살아갈 만한 세상》

 

49. 가을바람이 소슬하여 낙엽 구르는 소리만이 들리는 밤, 기러기는 울부짖고 싸늘한 서릿발은 기왓장을 뚫어 찬기운이 살 속으로 스며들 때 이부자리는 차가웠고 베개는 외로웠다. 《박종화 / 민족》

 

50. 가을은 확실히 우리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가는 약탈자이긴 하지만 조락의 가을은 동시에 수확의 가을이었던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아니 된다. 우리는 어린애들 모양으로 달아나고 없어지는 것을 애석하는 데만 머물러 서지 말고 현존하는 자의 화미를 다시 한번 보살필 필요가 있다. 왜 그러냐 하면 가을은 실로 장엄하고 또 그것은 나날이 장엄한 것을 우리에게 가져오기 때문이다. 보라, 모든 수목은 나날이 교체되는 화려한 색채를 띠고 얼마나 풍창한 모양을 가지고 우리 앞에 서 있는 것이냐! 《김진섭 / 가을의 감상》

 

 

양재천 주로 가을

 

51. 아침에 세수할 때 어디서 날아왔는지 버들 잎새 한 잎 대야 물 위에 떨어진 것을 움켜 드니 물도 차거니와 노랗게 물든 버들잎의 싸늘한 감각! 가을이 전신에 흐름을 느끼자 뜰 저 편의 여읜 화단이 새삼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장승같이 민춤한 해바라기와 코스모스. 모르는 결에 가을이 짙었구나. 《이효석》

 

52. 화단 위 해바라기 송이가 칙칙하게 시들었을 젠 벌써 가을은 완연하다. 해바라기를 비웃는 듯 국화가 한창이다. 양지쪽으로 날아드는 나비 그림자가 외롭고 풀숲에서 나는 벌레 소리가 때를 가리지 않고 물 쏟아지듯 요란하다. 《이효석 / 가을과 산양》

 

53. 가을이다! 가을은 생활의 계절이다. 나는 화단의 뒷자리를 깊이 파고, 다 타 버린 낙엽의 재를 - 죽어 버린 꿈의 시체를 - 땅 속 깊이 파묻고, 엄연한 생활의 자세로 돌아서지 않으면 안 된다. 이야기 속의 소년같이 용감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이효석 / 낙엽을 태우면서》

 

54. 가로수의 낙엽이 자꾸만 발에 채었다. 늦은 가을날 밤 점점 차지기만 하는 싸늘한 바람이 부는 데다가 찔끔찔끔 가느다란 빗발까지 뿌려서 매섭게 싸늘했다. 《김광주》

 

55. 청석 얹은 지붕에 별빛이 내려 쪼이면 한 겨울에 장독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납니다. 벌레 소리가 요란합니다. 가을이, 이런 시간에 엽서 한 장에 적을 만큼씩 오는 까닭일 겁니다. 《이상 / 산촌여정》

 

56. 가을은 서글픈 계절이다. 시들어 가는 풀밭에 팔베개를 베고 누워서 유리알처럼 파랗게 갠 하늘을 고요히 우러러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까닭 없이 서글퍼지면서 눈시울에 눈물이 어리어지는 것은 가을에만 느낄 수 있는 순수한 감정이다...... 섬돌 밑에서 밤을 새워 가며 안타까이 울어대는 귀뚜라미의 구슬픈 울음소리며, 불을 끄고 누웠을 때에 창문에 고요히 흘러넘치는 푸른 달빛이며, 산들바람이 문풍지를 울릴 때마다 우수수 떨어지는 서글픈 소리며, 가을빛과 가을 소리치고 어느 하나 서글프고 애달프지 않은 것이 없다. 가을은 흔히 「열매의 계절」이니 「수확의 계절」이니 하지만 가을은 역시 서글프고 애달픈 계절인 것이다. 《정비석 / 들국화》

 

57. 깊은 밤에 귀뚜라미 소리에 놀라 잠이 깨었을 때 그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것이 불현듯 그리워지기도 하고, 가을볕이 포근히 내리비치는 신작로만 바라보아도 어디든지 정처 없이 머나먼 나그네 길을 떠나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는 것도 역시 가을이라는 계절이 무한히 외롭고 서글픈 계절이기 때문이리라. 《정비석 / 들국화》

 

58. 원근이 저 선명한 산빛이 - 드높아진 하늘이 - 또 어디서 들려올 것만 같은 밤 아람 버는 소리가 나를 자꾸 유혹해 낸다. 머루랑 다래, 으름이랑 열리는 산골에서 적수를 맞는 것 같은 정숙의 경......, 가야금 소리가 맑을 대로 맑아지는 이 계절은 진정 한스러운 여인네의 몸짓 같아, 나는 건드리기를 겁내며 성 밖으로 기척 없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노천명 / 산책》

 

59. 북쪽 하늘에서 기러기가 울고 온다. 가을이 온다. 밤이 되어도 반딧불이는 날지 않고 은하수가 점점 하늘 한복판으로 흘러내린다. 《김동리 / 바위》

 

60. 구월 삭일은 맑게 불어오는 서풍이 꽃 같은 면화 밭을 향기롭게 쓰다듬고 높은 하늘에 구름송이 한 두 뭉치 떠도는 좋은 날씨였다. 《장덕조 / 광풍 》

 

61. 가을이 좋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가을이 좋아졌다. 누렇게 떡잎 진 나뭇잎이 길바닥에 뒹구는 것도 좋았고, 노란 잔디가 시들고 엉성하게 꺾어져 가는 모습도 못 견디게 좋았다. 그리고 그것들 위에 떠 있는 그 말간 하늘이며 흰 구름은 가을에만 있는 것 같아서 보다 소중스러웠다. 《손소희 / 그 해 가을 》

 

62. 가을은 하늘에서 내려온다. 높푸른 하늘에서 가을을 본다. 가을은 바람을 타고 온다. 반소매 옷자락에 스며드는 썰렁한 촉감에 가을이 눈을 뜬다. 가을은 벌레 소리에서 익는다. 이른 아침, 깊은 밤, 풀숲이고 섬돌 밑에서 울어 대는 유리 조각보다 더 가는 벌레 울음소리에 가을은 품 안으로 뛰어든다. 《차범석 / 혀 끝에 느끼는 가을의 맛》

 

63. 가을은 청징한 거울 같아서 가려진 사실마저 낱낱이 담아낸다. 더하여 가려진 정념이 모두를 비추어 낸다. 때문에 소름 끼치도록 진실에의 무섬증이 일어 온다고 할 수 있다. 《김남조 / 생명에의 시원에서》

 

64. 어둠이 쭉 깔려 간 밤, 하늘에는 별들이 빙판에 얼어붙은 구슬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찬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고 지나갈 때마다 낙엽이 우수수 발 밑으로 떨어져 흩어졌다. 《오상원》

 

65. 귀가 멍해지는 소음 속에도 완전히 정지된 내면의 시간이 있다. 그리고 나는 뼛속까지 내가 혼자인 것을 느낀다. 정말로 가을은 모든 것의 정리의 달인 것 같다. 옷에 달린 레이스 장식을 떼듯이 생활과 마음에서 불필요한 것을 모두 떼어 버려야겠다. 《전혜린 /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66. 가을은 전쟁을 치른 폐허이다. 그리고 가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침몰한다. 하나의 모반, 하나의 폭동, 들판의 꽃들과 잎과 열매와 모든 생명의 푸른 색채가 쫓긴다. 쫓겨서 어디론가 망명하는 것이 아니라, 가을은 그 자리에서 침몰한다. 《이어녕 /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격언, 속담]

 

67. 가을에 밭에 가면 가난한 친정 가는 것보다 낫다. (* 가을밭에는 먹을 것이 많다 하여 이르는 말) 《한국》

 

68. 가을 중의 시주 바가지 같다. (* 가을 추수가 끝나 곡식이 풍성하면 시주를 많이 하므로, 그 바가지는 항상 가득한 것이니, 무엇이 가득히 담긴 것을 이름) 《한국》

 

69. 가을 비는 장인의 나룻 밑에서도 긋는다. (* 그때그때의 잔걱정은 순간적이어서 조금만 참으면 곧 지나가 버린다는 말) 《한국》

 

70. 가을 물은 소 발자국에 괸 물도 먹는다. (* 가을 물은 매우 맑고 깨끗하다 하여 이르는 말) 《한국》

 

71. 가을바람에 새털. (* 꿋꿋하지 못한 것을 이름) 《한국》

 

72. 가을마당에 빗자루 몽당이를 들고 춤을 추어도 농사 밑이 어둑하다. (* 가을 타작을 하여, 줄 것은 주고 갚을 것은 갚고 빈손에 빗자루 하나만 들더라도 그래도 남은 것이 있다는 말이니, 농사일이란 든든한 것이라는 뜻) 《한국》

 

73. 갈바람에 곡식이 혀를 빼물고 자란다. (* 가을이 오려고 서풍이 불기 시작하면 모든 곡식들은 놀랄 만큼 빨리 자라서 익어 간다는 말) 《한국》

 

74. 가을판에는 대부인 마님이 나막 신짝 들고 나선다. (* 추수기가 되면 존귀하신 대부인께서도 나선다 함이니, 대단히 바쁜 것을 뜻함) 《한국》

 

75. 가을에 친아비 제도 못 지내면서 봄에 의붓 아비 제 지낼까. (* 곡물이 흔한 가을에도 아버지의 대례를 지내지 못하였는데 어찌 군색한 봄에 소례를 지낼 수 있으랴) 《한국》

 

76. 가을밤에는 일곱 개의 태양이 있다. 《에스토니아》

 

[고사, 일화]

77. 천고마비 : 중국인이 흉노라고 부르는, 말 타고 전쟁하는 것이 재주인 터키계의 기마민족이 있었다. 무적을 자랑하는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은 것도 주로 흉노의 침입을 막아 내기 위한 것이었으니, 그 무용이 어떠했다는 것은 짐작이 간다. 북쪽의 광대한 들판에서 봄풀, 여름풀을 배불리 먹은 말은, 가을에는 살이 쪄서 타고 달리면 달릴수록 길들어 힘이 생긴다. 본디 뜻은 이렇게 흉노가 쳐들어올 것을 걱정하는 말이었으나 지금은 식욕의 가을을 맞아 하늘이 높고 식성이 좋아져 살이 찐다는 데 쓰여진다. 

 

78. 휘파람부는 햇귀뚜라미의

노래는 마디마디 끊어져

그믐달처럼 호젓하게 슬프다

니는 노래 배울 어머니도 아버지도 없나 보다

(윤동주/야행) 

 

 

참고 

위키독 - 가을 

 

 

가을 참 징글징글하다. ㅎㅎ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