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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의 서재

시간을 복원하는 남자, 김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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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짝만 남아서 바스러질 듯 누워 있는 이한열의 운동화를 복원하고, 문익환 선생님의 피아노를 복원했다. 수많은 그림과 동상들, 도자기, 유물을 복원하는 사람이다. 시간을 되살리는 게 아니라 시간을 천천히 흐르도록 돕는 사람이 그의 작업을 자세히 설명한다. 문화유산을 돌보지 않고 관리하지 않는 것은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살면서 목욕조차 시켜드리지 않고, 건강도 보살피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물리적 변화가 진행하는 정도에 따라, 화학적 성분을 정확히 알고 진행해야 하는 보존복원을 실행하는 일은 기술적 완료가 아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복원한다는 것은 새로운 시간, 새로운 기억을 맞이하려는 의지의 진행형이다. 때로 기억을 복구하는 것은 고통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억하기 위해서,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복원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보존 복원은 유물이나 작품 상태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역사적, 미적 의미를 해석한 후 복원 방향을 결정하고, 작품과 제거할 오염물의 물성에 따라 오염물만을 제거할 약품이나 방법을 판단하고, 분리된 부분은 작품의 물성과 함께 접착제의 가역성이나 특성에 따라 가능한 눈에 띄지 않게 접착하고 유실된 부분 역시 눈에 띄지 않게 복원하되 나중에 제거할 수 있도록 하는 분야. 

 

유물이나 예술작품의 가치는 물질로서의 존재보다는 유물을 둘러싼 이야기로부터 나온다. 고전이나 명작은 과거의 이야기뿐 아니라 동시대 사람들로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덧입으며 새 생명을 획득해나간다. 보존복원이란 행위는 새로운 이야기가 유물에 덧입혀지는 과정이다.  

 

파티네이션 patination은 청동 표면을 강제로 부식시켜 보호막을 만드는 동시에 아름다운 색을 내는 기술이다. 몇 가지 약품을 어떤 용도로 제조하고 섞느냐에 따라, 청동 표면의 온도에 따라, 그날 온도나 습도에 따라 다른 색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약품을 찍어 만들어내는 붓의 패턴과 그 패턴이 쌓여 만드는 질감과 마무리 왁스 코팅 방법에 따라서도 완전히 다른 모습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바로 파티네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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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겸

 

한국에서 미술사와 미술비평을 전공하고 일본과 영국에서 보존복원을 공부했다. 일본 기비조각수복소, 삼성문화재단 보존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이후 국립현대미술관 작품보존팀 팀장을 거쳐 지금은 김 겸 미술품보존연구소를 운영하며 가르치는 일을 함께하고 있다. 로댕, 마르셀 뒤샹, 살바도르 달리, 안젤름 키퍼, 헨리 무어, 호안 미로, 클래스 올덴버그, 백남준, 권진규, 이성자 등 여러 작가의 작품을 복원했다. 또한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와 문익환 목사의 피아노 등 다양한 근현대 기록물을 복원했다. 복원은 기술적 완료가 아니라 기억과 가치를 복원하는 일이며, 잃어버린 시간을 복원하는 것이며, 새로운 시간과 새로운 기억을 맞이하려는 의지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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