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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심리학 3 지불의 고통, 댄 애리얼리

지구빵집 2022. 2. 16.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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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심리학 3 지불의 고통, 댄 애리얼리 

 

저는 댄 애리얼리고 오늘은 돈과 관심에 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보세요. 당신이 비싼 식당에 간 겁니다. 처음에는 식사가 끝나고 현금을 냈습니다. 다음 식사에서는 신용카드로 계산했습니다. 차이가 뭘까요? 당신은 이 두 식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현금을 낼 때 훨씬 더 기분 나빠합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다음 예를 한번 생각해보세요. 웨이터인 저는 사람들이 숟가락질 100번에 100달러를 낸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그리고 여러분에게 가서 정말 멋진 사람이니 할인을 해준다고 합니다. 숟가락질 한 번에 1달러가 아닌 50센트로요. 그리고 100번 다 돈을 청구하지도 않고 여러분이 숟가락질하는 만큼만 청구하죠. 50센트에, 숟가락질한 만큼만 청구하니 아주 좋은 거래죠. 저는 음식을 가져다준 뒤 연필을 들고 서서 여러분이 한 입 먹을 때마다 기록합니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면 숟가락질 횟수만큼 50센트를 청구하는 겁니다. 좋은 거래 아닌가요? 금전적으로 따지면 놀랍죠. 그런데 이런 식사가 맛있을까요? 저는 학교에서 돈의 심리학을 가르치는 해마다 학생들에게 피자를 돌리고 한입당 25센트를 청구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한입이 엄청납니다. 음식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죠. 조금이라도 더 먹으려고 피자를 입에 쑤셔 넣습니다. 처음 한 입만 그러고 그만두는 거 아니냐고요? 아뇨, 계속 그렇게 피자를 입에 쑤셔 넣습니다.

 

돈의 심리학 3 지불의 고통, 댄 애리얼리

 

다시 신용카드와 현금 문제로 돌아가 봅시다. 무슨 차이일까요? 차이는 관심입니다. 한입당 돈을 내야 하면 돈에 신경 쓰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그래서 매번 먹을 때마다 즐거움이 조금씩 줄어들죠. 게다가 식사가 끝나고 현금으로 지불하면 돈이 지갑에서 사라지는 게 보이죠. 신용카드로 지불하면 사인만 하고 돈은 나중에 나갑니다. 중요한 건 지불의 고통입니다. 지불과 소비를 동시에 하면 지불의 고통 때문에 즐거움이 줄어듭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떨 때는 지불의 고통이 증가하기를 어떨 때는 감소하길 바랍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개인 수표에 금액을 적어 전기세를 납부하는데요. 사용자가 결제 수단을 자동이체로 바꾸고 나면 전기 소비량이 4% 증가합니다. 왜 이렇게 될까요? 전기세 고지서를 보고 금액을 확인할 때 우리는 화가 납니다. 짜증이 나서 가족을 비난하죠. "이것도 끄고 저것도 꺼! 내가 저번에 말했잖아." 이 말을 들은 가족은 전기 소비량을 조금 줄입니다. 그런데 계좌에서 자동이체가 되면 전기세를 신경 쓰지 않게 되죠. 생각도 안 하고 가족을 비난하지도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전기세는 더 많이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지불의 고통이 큰 게 더 좋을 때도 있습니다. 지출에 신경 쓸수록 담배 같은 품목의 소비는 줄어들겠죠. 그렇지만 삶의 즐거움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지불의 고통을 덜 느끼길 바랄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돈 자체가 아닙니다. 돈을 소비하는 데 쏟는 관심이죠.

 

다시 식사에 관한 예로 돌아가 보죠. 선불로 6개월 치 식비를 미리 냈다고 칩시다. 그리고 이미 돈을 냈으니 잊어버립니다. 덕분에 식사를 매 순간 즐기게 됩니다. 반면 식사가 끝나고 돈을 낸다면, 처음엔 식사를 즐기지만 식사가 끝난 뒤 돈을 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즐거움이 감소하죠. 특히 현금으로 내면 즐거움이 더 많이 감소합니다. 당연하지만 숟가락 횟수로 돈을 내는 제 방식을 사용하면 그건 최악이죠. 전혀 즐겁지 않을 거예요.

 

정리하면 관심의 첫 번째 법칙은 지불의 고통입니다. 돈을 쓰는 것에 주목하면 즐거움이 줄어든다는 거죠. 관심의 다른 요소는 운영의 투명성이라는 겁니다. 운영의 투명성은 살면서 우리에게 일어나는 마법에 관한 건데요. 하지만 우리는 그 마법을 모르죠. 그 마법을 몰라서 가치를 크게 평가하지 않고 돈도 많이 안 내려고 해요. 하지만 마법이 어떤 식으로든 보이면 우리는 거기에 더욱 감사하며 기꺼이 돈을 내죠.

 

설명을 위해 예시를 들어볼게요. 항공권 검색 사이트를 생각해보죠. 그걸 트래블 파인더라고 부르겠습니다. 세 가지 조건을 생각해봅시다. 첫 번째, 검색어를 입력하고 엔터를 누르면 바로 결과가 나옵니다. 두 번째, 검색어를 입력하고 엔터를 누르면 빈 화면에 연결 신호가 뜹니다. 여러분은 기다리죠. 때론 짧게 기다리고 때론 좀 더 길게 기다리지만 어쨌든 기다리면 결과가 뜹니다. 세 번째는 투명성이라는 조건입니다. 검색어를 입력하고 엔터를 누르면 아까랑 똑같은 시간만큼 기다리는 대신 어떤 상황이 진행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검색 상황을 지켜보는 거죠. 정보가 화면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거리별과 가격순으로 비행편이 정렬되고 점점 더 많은 비행편이 검색되는 게 보이는 겁니다. 빈 화면이었을 때는 알 수 없었죠. 투명성이 존재할 때 보이는 겁니다. 그래서 결과는 어떨까요? 사람들은 검색 결과를 즉시 확인할 때 만족감을 느낍니다. 두 번째로 화면이 비어 있는 경우 바로 결과를 보게 되면 물론 만족감을 느끼지만 그 이후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만족감이 떨어집니다. 30, 40초에서 60초까지 기다리는 상황이 생기면서 상당히 불만이 커지죠. 이 실험을 수행한 이유는 투명성 조건을 이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기다려야 하지만 진행 상황을 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놀랍게도 투명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선 처음에는 더 만족감을 느낍니다. 근데 35초쯤 지나면 만족감은 감소해요. 하지만 빈 화면보단 높습니다. 기다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조건이 같은데 기다릴 사람이 있겠어요? 당연히 없습니다.

 

그런데 이건 기다림에 대한 게 아니라 투명성에 대한 겁니다.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해서 무슨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게 핵심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볼 수 없는 투명한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를 검색할 때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안 보이죠. 인터넷 뱅킹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여기에 운영의 투명성을 더해 진행 상황에 대한 정보를 준다면 그 일이 더욱 가치가 있다고 평가해서 돈을 더 지불할 겁니다. 이건 가족 관계에서도 마찬가집니다. 부부 한 쌍이 각기 다른 방에 있다고 해봅시다. 두 사람에게 100%를 기준으로 이 관계를 위해 각자 얼마만큼의 노력을 하는지 물어봐요. 두 대답을 더하면 항상 100%가 넘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모두 자신만의 투명성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은 세부 사항을 보지만 다른 사람의 행동은 보지 못합니다. 제가 쓰레기를 버리는 역할을 맡는다면 그 일이 단순하지 않다고 여길 겁니다. 많은 일을 해야 해서 복잡하고 어렵고 단계와 요령이 있다고 하죠. 제 아내는 고지서만 챙기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요.

 

우리는 내가 한 일은 과장하고 남이 한 일은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관계에서 운영의 투명성을 가지는 게 좋습니다. 때로는 부모님이나 아이들, 배우자에게 여러분이 한 일을 얘기해서 알리는 거죠. 투명성에 대해 제가 한 다른 연구가 있습니다. 이 연구는 케냐에 있는 키베라라는 슬럼가에서 진행했죠. 여기엔 아주 가난한 사람들이 삽니다. 이들이 만일을 대비해 저축하도록 하는 게 제 목표였습니다. 일반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은 근근이 살기 때문에 여윳돈이 없죠. 때로는 안 좋은 일이 일어납니다. 지붕이 새거나 누군가가 아프면 돈을 빌려야 하지만 여윳돈이 없습니다. 그럼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리죠. 거기서 일이 악화됩니다. 전 이들이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돈을 모으도록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했을까요? 많은 걸 시도했습니다.

 

먼저 통제 그룹을 설정하고 그들에게 저축을 권했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다른 그룹에게는 문자를 보냈죠. 육 개월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문자 한 통을 보냈는데, 이번 주에 100실링을 아끼도록 노력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다른 그룹에게는 아이가 보내는 것처럼 문자를 보냈습니다. 아이 이름이 조나단이라고 치면 문자로 이렇게 보냈죠. "엄마, 아빠 조나단이에요" "우리 가족의 미래를 위해 100실링을 아껴주세요." 어떤 그룹은 10% 이자를 받습니다. 100실링을 저축하면 10%를 더 준다고 말했죠. 다른 그룹은 두 배인 20%를 더 받습니다. 다른 두 그룹은 10%와 20%의 이자를 선지급했습니다. 정리하면 통제, 문자, 아이의 문자, 10%와 20% 이자, 10%와 20% 선이자죠. 동전을 받은 그룹이 하나 더 있는데 동전에는 주별로 숫자 24개가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집 어딘가에 그 동전을 놔두라고 했죠. 매주 칼로 숫자에 흔적을 남기는 거예요. 주마다요. 저축을 못 했으면 빼기, 저축을 했으면 위아래로 칼집을 냅니다. 이 중에서 어느 그룹이 돈을 가장 많이 모았을까요?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었을까요? 결과는 이랬습니다. 통제 그룹은 저축이 아주 적었어요. 문자 그룹은 저축이 늘었고요. 이자 그룹은 약간 늘었는데 10% 이자나 20% 이자나 둘 다 비슷했습니다. 선이자 그룹은 이자 그룹보다는 더 많이 저축했습니다. 10% 선이자나 20% 선이자나 차이는 없었고요. 아이의 문자를 받은 그룹은 20% 선이자 그룹과 비슷한 돈을 모았어요. 여러분도 부모님이 돈을 모으게 하고 싶으면 매주 문자를 보내세요.

 

하지만 이 연구의 가장 놀라운 점은 동전 그룹입니다. 다른 그룹보다 저금이 거의 두 배 늘었죠. 왜 동전이 그렇게 효과가 좋았을까요? 어떤 점이 효과적이었던 걸까요? 답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제가 소웨토에 있을 때였습니다. 소웨토는 남아프리카의 대도시로 빈민촌이 크게 형성되어 있죠. 어느 날 제가 상조 보험 회사에 앉아 있었는데요. 한 아버지가 상조 보험을 든 다음 격식을 차리며 그 증명서를 아들에게 넘겨주는 겁니다. 아들에게 그걸 건네줄 때 저는 궁금했죠. '저분은 뭐 하는 걸까? 웬 증명서지?' 전 이 아버지한테 돈이 생겼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물이나 과일, 기름을 샀다면 눈에 보이니까 가족들도 알았겠죠. 그런데 상조 보험은 눈에 보이지 않잖아요. 아버지는 증명서를 만들어서 보이지 않는 걸 보이게 한 겁니다. 당장 식탁에 음식은 덜 올라가겠지만 미래를 위한 일이라는 의미죠. 동전은 이와 동일한 개념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든 겁니다. 우리는 삶을 살면서 대체로 보이는 것만을 소유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옷, 자동차 그리고 다른 물건에 값을 지불하고 소유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도 많습니다. 우리는 빚과 주택 대출금을 갚고 보험과 저축을 들죠. 이런 것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극을 받기 힘듭니다. 하지만 이런 걸 보이게 하면 좋은 동기 부여가 되죠.

 

요약하자면 이 짧은 강의는 돈과 관심에 관한 것입니다. 중요한 건 돈 자체가 아니라 지불에 얼마큼의 관심을 쏟느냐는 거죠. 돈을 낼 때 현금, 신용카드, 체크카드 모두 다른 효과를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이런 효과는 얼마큼 돈을 쓸지에도 영향을 줍니다. 노력을 가시화하는 게 평가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도 얘기했죠. 누군가 우리를 위해 열심히 일한 걸 알게 되면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대가를 지불합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경제활동에 관해서도 얘기했습니다. 빚 갚기, 보험, 저축입니다. 우리가 이런 것에 관심을 두지 않거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으면 동기를 부여받기 힘듭니다. 그래서 돈을 쓸 때 관심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지출 방법에 관심을 둔다면 돈에 대해 효과적으로 생각할 수 있죠. 지금까지 돈과 관심에 대한 강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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