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심리학 4 관계의 가치, 댄 애리얼리
저는 댄 애리얼리입니다. 오늘은 돈과 사회 규범에 관해 얘기해보죠. 돈과 사회 규범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데이트를 상상해봅시다. 여러분은 미혼 남성입니다. 데이트를 하면서 식사 비용과 술값을 내고 아름다운 여성을 집에 데려다주는 길이죠. 이제 집 앞에 도착해 작별의 키스를 할 시간입니다. 그런데 키스를 하기 직전에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오늘 너랑 데이트하면서 123달러를 썼네." 여성이 어떻게 반응할까요? 안 봐도 뻔하니까 절대 실험해보지 마세요. 만약 하게 되면 저한테도 결과를 알려주시고요. 그런데 왜 이 상황에서 돈을 언급하는 게 부정적으로 느껴질까요? 왜 그렇게 싫어질까요?
돈에 관해 언급하면 관계의 성격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데이트는 두 사람이 관계를 장기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하는 거죠. 서로 사랑하길 바라면서요. 근데 사랑의 방정식에 돈을 더하는 순간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내 몫을 했으니 이제 당신 차례예요." 이건 장기적 관계가 아니라 단기적 관계죠. 주면 받아야 하는 관계예요. 차례가 있는 겁니다. 또 다른 예입니다. 제 자동차 바퀴가 터졌다고 생각을 해보세요. 당신에게 바퀴가 터졌다며 교체하는 걸 도와달라고 하는 겁니다. 그럼 당신은 도와주실 건가요? 만약 제가 사례금을 드린다면요? "바퀴가 터졌어요. 가는 걸 도와주시면 5달러를 드릴게요." 어떠십니까? 5달러에 남을 돕는다는 기분까지 들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남을 도와줄 때 느끼는 즐거움은 사라지고 5달러만 남을 거예요. 1,000달러면 몰라도 5달러는 큰돈도 아니잖아요.
여기서 핵심은 관계에 돈을 더하면 남을 도울 때 느끼는 즐거움이 사라진다는 겁니다. 이게 바로 돈과 사회 규범의 관계죠. 이 두 가지 개념은 아주 다릅니다. 할머니 댁에 저녁을 먹으러 가면 맛있는 걸 많이 차려주시겠죠? 돈은 안 내도 됩니다. 사회 규범으로 선물을 드릴 순 있지만 돈을 드리면 할머니의 사랑을 계산한 거죠. 사회적 관계를 폄하하는 겁니다.
비슷한 실험이 또 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한 실험인데요 부모들은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다시 데려갑니다. 그런데 가끔 늦게 올 때가 있어요. 그래서 아이들을 늦게 데리고 가죠. 그래서 어린이집에서는 부모들이 늦게 나타날 때마다 벌금을 물리겠다고 공지합니다. 10분씩 늦을 때마다 부모들은 일정 금액의 벌금을 내야 하죠. 어떻게 됐을까요?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벌금제를 시작하고 평소보다 더 많은 부모가 늦었습니다. 그다음 주부터는 늦는 사람이 점점 더 늘어났습니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요? 벌금이 도입되기 전 부모들은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어린이집에 늦게 가면 선생님이 시계와 부모를 번갈아 봤죠. 이 행동이 죄책감을 불러왔어요. 그래서 제시간에 도착하려고 했죠. 그렇다고 부모들이 항상 시간에 맞춰간 건 아닙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제시간에 가려고 한 건 바로 이 죄책감 때문이었죠. 벌금이 도입되면 사람들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그냥 벌금을 냅니다. 죄책감은 사라지죠. 게다가 이렇게 말해요. "벌금 내면 두 시간 더 봐줄 수 있죠?" 갑자기 죄책감이 사라지는 겁니다. 12주가 지나고 어린이집은 큰 실수를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벌금을 없애죠. 부모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훨씬 더 늦게 갑니다 왜냐고요? 한번 사라진 죄책감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부모들은 약속 시간에 늦어도 더 이상 미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어린이집과 부모들의 관계가 변한 거죠. 원래는 어린이집이 아이를 돌보고 부모가 제시간에 갔지만, 이제 부모들은 돈을 내니까 늦게 가도 된다고 생각하죠. 실수를 하거나 약속 시간에 늦어도 돈을 더 내면 되니까 괜찮다고 여겨요. 벌금이 사라져도 죄책감이 다시 생기진 않습니다. 죄책감에서 벗어난 부모들은 벌금이 없어졌으니 마음껏 늦게 갑니다. 여기서 핵심은 뭘까요?
사회 규범이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겁니다. 우리는 특정 행동을 하는 이유는 타인을 사랑하고 사회에 속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여기에 돈이 개입되면 사회 규범이 사라집니다. 미국의 아동 낙오 방지법도 이런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정책에는 많은 내용이 있지만 그중에는 가르치는 학생의 성적이 나아지면 선생님에게 소정의 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하지만 돈이 너무 적어서 선생님들은 다들 이랬죠 "저는 다음 세대를 돕는다는 이념으로 여기 있는데 겨우 이게 전부예요?" "사회에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제 가치가 고작 몇백 달러인가요? 받고 싶지 않네요."
다음 사례에선 똑같은 원칙이 다른 규모에서 작용하는데요. 한 반도체 기업에서 했던 실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실험은 컴퓨터 칩을 만드는 생산 공장에서 진행됐습니다. 제가 이 실험을 좋아하는 이유는 컴퓨터 칩 개수를 셀 수 있기 때문이죠. 공장 직원들은 4일간 근무하고 4일간 휴식을 취합니다. 또 4일간 일하고 4일간 쉬죠. 12시간씩 4일 동안 근무하고 4일 동안 휴식을 취하는 거예요. 회사는 직원들이 4일을 쉬고 근무에 복귀했을 때 조금 더 기분 좋게 일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복귀 첫날 컴퓨터 칩 1,300개를 만들면 보너스 30달러를 주기로 했습니다. 그 이하면 보너스를 주지 않죠. 2일째는 목표치와 보너스가 없습니다. 3일째, 4일째도 없어요. 4일간의 휴일이 끝나면 목표치와 보너스가 생기죠. 이 시스템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아주 흥미롭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반도체 회사에 실험 하나를 제안했죠. 실험을 위해 네 그룹을 만들었어요. 1번 그룹은 목표치도 보너스도 없습니다. 4일 일하고 4일 쉬는 것만 반복하죠. 2번 그룹은 복귀 첫날에 컴퓨터 칩 1,300개를 만들면 30달러를 받습니다. 그리고 3일간은 보너스가 없고 다시 첫날에 보너스가 생기죠. 3번 그룹은 피자 쿠폰입니다. 컴퓨터 칩 1,300개를 만들면 피자 쿠폰을 받죠. 3일간은 아무것도 없고 다시 첫날에 쿠폰이 생깁니다. 4번 그룹은 복귀 첫날에 칭찬을 받습니다. 컴퓨터 칩 1,300개를 만들면 사장님이 수고했다며 칭찬 문자를 보내죠. 나머지 3일은 아무것도 없고 4일 쉰 후 다시 칭찬 문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자, 질문입니다 복귀 첫날에 보상이 없던 그룹과 30달러, 피자 쿠폰, 칭찬 문자를 받은 그룹 중 누가 생산성이 높았을까요? 보상 없는 그룹보다는 다른 세 그룹이 더 높았습니다. 보상 없는 그룹의 생산성이 0일 때 현금은 5% 더 높았고, 피자 쿠폰과 칭찬 문자는 조금 더 높았습니다. 이건 근무 첫날의 결과죠. 그런데 제가 이 회사와 함께 연구한 이유는 나머지 3일이 궁금해서였습니다. 보상받는 당일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궁금했지만 보상이 사라졌을 때가 진짜 궁금했죠. 어떻게 됐을까요?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현금을 받은 사람들은 첫날 생산성이 5퍼센트였죠. 두 번째 날에는 아무것도 못 받는 그룹보다 생산성이 훨씬 떨어지고 그 후 서서히 올라서 거의 따라잡았습니다. 실제로 돈이라는 게 데이트 상황과 바퀴를 가는 예시에서처럼 똑같이 작용한 겁니다. 돈을 받는 순간에는 더 열심히 일하죠. 근데 돈이 사라지면 사람들은 이래요. "내가 이 정도 가치밖에 안 돼?" 흥미가 사라지죠. 칭찬 그룹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칭찬 그룹의 능률은 꽤 유지됐습니다. 칭찬을 받아서 좋았던 기분이 계속 유지됐던 거죠. 피자 쿠폰은 어떻게 됐을까요? 결과는 중간 정도였습니다. 첫째 날 돈을 받는 그룹보다는 조금 나았지만 안 받은 그룹보단 낮았고, 마지막 날은 많이 올랐죠. 이때 많이 오른 이유는 휴일 전날이라 쿠폰을 사용할 수 있어서 기억한 겁니다.
여기서 우리는 사회적 동기와 금전적 동기가 다르다는 증거를 다시 찾을 수 있습니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30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해 금전적 손해를 봤습니다. 직원들은 돈을 받은 당시에 약간 기분이 좋았지만 직원과 회사의 연결성은 떨어지고 전체적인 생산성도 떨어졌죠. 돈을 더 쓰고도 생산율이 떨어진 사례 중 하나입니다. 반면 칭찬은 항상 효과가 좋았죠. 칭찬은 한 사람과 받은 사람을 동일한 영역에 속하게 해요. 다른 예도 들어보죠. 제가 저녁 식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여러분은 40달러짜리 와인을 사려다 이렇게 말해요. "댄, 저녁 식사에 초대해줘서 감사해요." "40달러짜리 와인을 사려고 하는데 뭐가 더 좋은지 모르겠더라고요" "레드와 화이트 중 어떤 걸 좋아하는지 생산지는 어디를 선호하는지 말이죠" "그래서 좋아하지 않는 와인을 사서 돈 낭비하는 대신 40달러를 드릴게요" "마음에 드는 와인을 직접 사세요" 이게 얼마나 효과적일까요? 제가 여러분을 또 초대할까요? 웬만하면 초대하지 않겠죠. 친구나 직장 동료 같은 사회적 관계에서 상대방에게 돈을 그대로 주면서 싼 물건 대신에 돈을 주겠다고 하고, 어떤 행위 대신 돈을 주겠다고 말하는 건 전체적인 관계를 평가절하하는 거죠.
수업의 마지막 내용은 사회 규범과 시장 규칙에 대한 것입니다. 친구와의 식사 비용 문제에 대처하는 제 방법을 말씀드려보죠. 친구와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합니다. 그럼 누군가는 돈을 내야 하죠. 어떤 사람은 공평하게 나눠서 내자고 말합니다. 똑같이 나누지 말고 각자 먹은 요리는 각자 내자고 말할 수도 있죠. 근데 제가 보기엔 그다지 좋은 방법 같지는 않습니다. 식사가 끝나면 즐거워야 하잖아요. 계산을 하는 시간이 아니죠. 하지만 식사 비용을 나누는 건 논리적입니다. 그런데 전 웬만하면 그러지 않아요. 대신 신용카드 러시안룰렛 전략을 애용합니다. 전부 신용카드를 내고 웨이터에게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 다음 뽑힌 신용카드의 주인이 식사 비용을 다 내는 거죠. 이게 왜 좋은 방법이냐고요? 400달러가 나왔고 네 명이 있다고 생각해보죠 공평하게 나눠서 내면 모두 합쳐서 400달러를 지불합니다. 한 사람이 전부 다 낸다면 훨씬 많이 내야 하죠 400달러를 내야 해요. 그렇다고 지불의 고통도 네 배가 되는 건 아닙니다. 이게 꼭 비례하진 않아요. 그래서 그렇게 기분 나쁘진 않죠. 사회적 관계가 더 중요하니까요. 돈을 낸 사람은 다른 사람을 대접했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은 대접받았다고 생각하겠죠? 이게 사회적 관계입니다. 제가 대접했고 여러분은 대접받았잖아요. 관계에 추가적 가치가 생깁니다. 식사 비용을 낼 때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무작위로 내는 겁니다. 이 방식이 경제적으로 효율적일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운에 따라 누구는 더 내고 누구는 덜 내잖아요. 그런데 이건 경제적 효율성이 아닌 사회적 효율성에 대한 거죠. 여러분이 저한테 40달러를 준다면 와인보다는 훨씬 경제적입니다. 와인은 사회적으로 효율적입니다. 호감이 올라가고 저녁을 더 즐겁게 보낼 수 있습니다. 선물을 사거나 비용을 나누는 문제는 사회적으로 효율적이고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하죠.
정리하자면 사회 규범과 시장 규칙이라는 두 가지 세계가 있는데, 이 둘은 물과 기름처럼 잘 섞이지 않죠. 원하는 것 하나를 선택해야만 합니다. 사회 규범은 장점이 많습니다. 인생의 굴곡에서 우리가 살아남도록 해주고 장기적인 안목을 갖게 하고 장점이 많아요. 사회 규범을 따를수록 엄청난 진전을 이루고 사회적 관계로부터 이득도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시장 규칙과 사회 규범에 관해 이야기했고, 둘의 상호작용과 인간관계에서 이를 얻는 방법을 알아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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