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가장 후회되는 건 실패하고 좌절했던 시간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놓친 시간이다.
비틀거렸지만 넘어지지 않고 달려온 한 학기가 화요일 마지막 수업으로 끝났다. 아이들은 두려워하거나 지친 기색 없이 발표를 잘했고 내키지 않지만 순위를 정하고 마무리를 했다. 우리의 주의를 빼앗고, 집중하게 만들지 못하는 것들로 인해 사람 대부분은 삶을 자율 주행모드에 맞추고 살아간다. 그러면 편하다. 시간에 맞춰 일하고, 쉬고, 먹고, 예정된 사람을 만나고 맘에도 없는 일을 해내기만 하면 긴장을 풀고 놀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참을 지내면 인생은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자율 주행모드에서 벗어나는 길은 의도적으로 지루한 일을 하고, 선택한 작업에 오랜 시간 집중해야 한다. 스스로 선택한 삶, 주도적이고 계획적이고 명확한 목표가 자신을 이끌도록 해야 한다.
남자의 정원엔 기말고사 기간까지 시끄럽던 소란함이 물러가고 고요가 찾아온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방학내내 아주 조용할 것이다. 2학기가 시작하기 전까지 말이다. 나무와 풀을 보고, 배롱나무와 하늘을 보는 벤치는 겨울과 다르게 아침 일찍 햇살이 비친다. 정원 한 가운데 있는 흡연구역에도 학생들 인적도 드물고 모과나무에는 어린 모과가 잔뜩 달리고, 감나무 꼭지들엔 어느새 작은 감이 매달려 있고, 풀밭에는 벌초를 두 번이나 했지만 클로버, 민들레와 들국화 꽃은 여전히 많이 핀다. 학교는 근무시간을 새로 조정했고, 통근 버스 시간과 배차 상황을 알리는 이메일이 오고, 방학중 새로운 업무와 회의 시간을 알려준다.
사람이 아프면 인자해지고 모든 문제에 주로 져준다. 갑자기 착해지고 부드러워지는 게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아프면 모든 게 귀찮아져서 그렇다. 2주 전부터 시비를 걸고, 불만을 말하고, 지시사항이 많아지는 것을 보니 이젠 견딜만 하고 오히려 몸이 아주 좋아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건선으로 두 달 동안 고생한 여자는 불안하면서도 조금 상태가 호전된 것을 위로 삼아 출근을 시작한다. 사람이 경험이 많다는 것은 감당할 수 있는 삶의 넓이와 깊이를 확장한다는 의미가 있다. 여자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이 집과 직장으로 한정되어 있다. 남자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똑같이 다른 사람도 남자의 한계를 보고 있을 것이다. 단지 다를 뿐이다. 감당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거기엔 인정하는 데 대한 비용이 들지 않는다.
추락할 때는 한 없이 바닥 끝까지 추락하는 것을 미덕으로 아는 남자는 번번이 추락하지도 못한다. 절망 같은 것은 어울리지 않으니 적당한 선에서 그만 내려가기로 한다. 진짜 행동과 행동하는 척을 구분하는 일은 시간이 걸린다. 진짜 행동은 공부든, 운동이든, 스스로 정한 약속을 끊임없이 실행하는 것이고, 행동하는 척하는 것은 잠시 기분만 만족하면 더 이상 지속하지 않고 끝낸다는 점이다. 진짜 행동은 끝이 어딘지 모르지만 멈추면 안 되고 목표에 이를 때까지 장기간 지속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중에 지나고 나면 알게 된다. 지금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얼마나 덧없는지를. 무얼 열심히 한다고 그런 감정에서 벗어나는 것도 아니다. 원래 그런 시간을 산다. 부디 잘 흘러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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