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빨라지는 무더위와 장마에 벌써 한 여름이 실감 난다. 오전 10시 20분, 자동차 계기판 온도계는 33도를 나타낸다. 작은 나라 한정된 장소 모든 곳이 절절 끓는다. 아침 일찍 일을 처리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사람의 근원적인 모습은 그가 하는 반복적인 행동에 있다. 누군가 살아온 모습을 보면 앞으로 살아갈 방향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에 있다. 그러므로 탁월성은 한 번의 행동이 아니라 하나의 습관이다. 진짜 행동이란 늘 반복하는 것이다. 바디 프로필을 찍기 위해 몸을 만들기로 했다면 오늘, 삼일 후, 한 달 후, 내년에도 계속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 사는 것, 이게 바로 행동이다. 체중을 줄이고, 아침 일찍 일어나고, 규칙적인 일상과 같은 일은 명확하게 짜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6월과 7월에 걸쳐 있었던 워크숍을 마치고 온 남자는 매일 해야 하는 할 일 목록을 적고, 7월 12일까지 마무리해야 할 목록을 따로 적는다. 사업팀 발표 자료를 준비하고, 행사 진행을 돕고, 성과 발표 영상을 만들었다. 우리가 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일이 훨씬 더 많다. 행사 내내 틈만 나면 잘 쉬고, 잘 먹고, 계속 운동하고 왔지만 운동을 해서인지, 오랜만에 비행기를 타서 그런지 온 몸이 욱신거린다. 호텔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용두암에서 이호 해수욕장까지 7km를 달리고, 수영장에서 만난 여학생에게서 자유형을 배워 50m 수영장을 10번 정도 왕복한 운동이 전부인데 전신이 뻑뻑한 게 움직이는 데 힘이 든다.
어떤 조직이나 단체에서 일어나는 일은 내용만 다를 뿐이지 형식이나 일어나는 일은 별반 차이가 없다. 정확이 지위와 서열에 따라 동작한다. 높이 오른 사람이 더 많은 자유와 결정권을 갖는다. 회의를 하고 토론을 하고 회식을 하는 일도 거의 비슷하다. 그런 방식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그런 일에 재미가 없는 사람이다. 방식을 따르는 일은 마찬가지로 방식을 따르지 않는 것과 똑같이 어렵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 누려보겠다고 애쓰는 사람이나 질서를 벗어나 자유롭고 편하게 살겠다고 노력하는 사람이나 똑같이 힘들다는 말이다.
7월에 미국에 2005년 이민을 가서 LA에 살고 계신 심 박사 집을 방문한다. 연구소에서 함께 근무하며 신세를 많이 졌다. 총각 때는 그분 집인 안산 예술인 아파트에서 2주 정도 머물기도 하고, 회사에서는 상사였고 늘 함께 일하고 술도 자주 마시고 친분이 두터웠다. 이민 간 이후로 연락을 계속하였고, 가끔 한국에 오면 자주 만났다. 삶을 장기적으로 살지 않고 조급하게 살아서는 얻는 것이 별로 없다. 오로지 지금을 살고, 순간에 집중하면 사는 것은 사안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 긴 인생에서 같은 기회는 수도 없이 많이 오고, 같은 상황은 매년 일어나고, 대부분의 일은 반복적으로 생긴다. TV에서 나오는 뉴스는 20년 전 여름과 똑같은 소식을 전한다. 경제도 그렇고, 문화도 그렇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든 모습이 별 차이가 없다.
스스로 느끼는 자부심, 자신이 키우는 자존감, 명확한 목표에 기반한 동기부여가 없다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남자는 스스로 품격과 탁월함을 지닌 사람으로 살고 싶어 하지만 힘들어한다. 실제로 경험하고 사파리에서 살아가는 동물처럼 살아보지 못한 사람,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사람, 아비투스와 엑셀런스 같은 것들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 무엇으로도 삶을 옥죄거나 명확한 규칙에 따라 살아가는 일은 자기와는 잘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견뎌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가서도 안 된다. 어떻게든 비티고 또 버텨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면 모두를 영원히 잃어버릴 거라고 생각한다. 잃어버리는 것은 물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정신적인 것들이다. 관계, 욕망, 탁월함, 품격, 사랑이나 우정, 친절과 용기, 모범과 존경, 칭찬에 관한 것들이다. 얻기 힘든 것들이란 공통점이 있지만 그냥 포기해 버리면 편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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