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하는 데 섬세한 사람과 함께 지내는 기분을 안다. 배려와 공감은 다르다. 물론 둘 다 지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흔히 공감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배려를 잘한다고 알고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공감은 개인적으로 중요하고 더 큰 진실을 잊게 만든다. 배려는 존중과 감사가 기반이며, 나를 위해 필요한 일이며, 바라는 것 없이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주는 것이다. 배려하는데 세심한 사람과 함께 있는 기분은 배우는데 겸손하고 영리한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기분과 같은 느낌일지도 모른다.
한 학기가 아주 길었다. 지루한 일들을 하고, 생산적이지 못한 생각을 하고, 일상을 살아내는데 집중하느라 개인적인 프로젝트 진도가 안 나갔다. 학생들은 무엇이든 용감하게 돌진한다. 끝까지 매달리고 포기할 줄을 모른다. 주말 밤을 새워 일한 팀은 펠티어 소자를 사용한 소형 냉각기의 열을 식히기 위해 소형 라디에이터가 필요했다. 배송기간이 일주일이 넘어 아이들과 부품을 사러 안산 유통 상가를 가기로 했다. 결국 맞는 부품을 사지 못했지만 아이들은 늘 진심으로 감사한다. 아이들은 남자가 갖지 못한 것들 대부분을 가지고 있다. 즉시 실행하는 민첩한 행동, 해야 할 일을 포기하거나 멈추지 않는 근성, 모든 상황에 있어서 결정은 단호하고, 자기에게 꼭 필요한 것만을 기대하고, 자기 것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일까지 그렇다.
"끈기, 그리고 품격이 전부입니다. 성공이나 성취는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과 끈기에서 온다."는 말은 많은 사람들에게 이젠 당연한 명언처럼 들린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 학기 팀을 만들어 작업을 한 아이들은 새로운 눈을 갖는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하는 것들을 볼 줄 아는 눈 말이다. 하나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일은 어렵다는 사실과 크든 작은 모든 성과 뒤에 있는 배움과 끈기, 그리고 불확실함에 도전한 용기, 이에 수반되었던 두려움과 좌절, 참석하지 못한 생일 파티, 이런 것들을 이젠 볼 수 있다. 대부분은 사소한 일이고, 대화하고 설득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에러를 수정하는 일을 우리는 바로 노력이라고 부른다.
작품 발표회를 마치면 아이들이나 남자나 1학기 모두 끝이다. 더 이상 지긋지긋한 것들과 씨름하지 않아도 된다. 생각만 해도 신난다. 남은 일은 또 몰려올 테지만 어쨌든 지금은 이 순간 여기서 맡겨진 일이 전부다. 우리가 스스로 중단하거나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남은 것은 다 잘 될 것이다. 6월에 워크샵이 남아 있고 두렵지만 다음 달에 긴 여행 일정이 기다린다. 늘 하던 일이 멀어지고 매주 가던 곳도 조금은 뜸해질 것이다. 일부러라도 그렇게 만들어야 하지만 어째 밀려서 하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세월은 흐르고 삶은 파도처럼 밀려오고 밀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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