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관점에서 시간은 유일하거나 일정하지 않다. 장소와 움직이는 속도에 따라서 다른 리듬으로 흐른다.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지도 않고, 측정하는 대로 똑같이 흐르는 것도 아니고, 일정한 방향성도 없으며, 우주의 사건들은 과거와 현재를 지나 미래의 순서대로 벌어지지도 않는다. 과거는 정해졌고, 미래는 열려있는 것도 아니다. 세상은 존재하는 사물들이 아닌 일어나고 발생하고 사라지고 소멸하고 변화하는 과정과 사건들의 총체적인 결과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주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세상이다.
내일의 날씨와 구름, 그늘이 지고 꽃이 필지, 돌이 어디에 있을 것인지 우리는 궁금해 할 수 있다. 반면 사랑하는 아이와의 입맞춤은 사건이다. 내일 입맞춤이라는 사건이 어디에서 일어날 것인지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 세상은 돌아 아닌 이런 입맞춤이라는 사건들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진다.
우리가 늙어가는 것도 모두 시간이 흐르기 때문이 아니라 사건과 과정의 결과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과정에 개입하고 사건을 잘 마무리 짓는 것이다. 물론 지난 일은 어쩔 수 없다. 이미 일어난 사건과 과정으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버려야 할, 하지 말아야 할 행동과 생각을 적는다.
나만, 내 감정만 소중히 여기는 것
물론 우리는 여기를 살고, 지금 살아간다. 그렇다고 영원하지도 않고 찰나와 같고 섬광과 같다. 인터넷, sns, 미디어들이 지금을 살고 현재에 충실하라고 강력히 주장하는 이유는 소비를 부추겨야 하기 때문이다. 욕망을 실현하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으로든 도파민을 분사해 만족해야 하고 행복한 감정을 느끼도록 조장하기 바쁘다. 이러 것들을 거부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감정만 생각하고 사는 사람은 솔직히 전혀 매력이 없다. 세상사에 관심 없고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사회의 일원이 될 자격이 없다. 사회적 공감은 지적인 성숙함이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사람은 마찬가지로 상대방을 인정해주는 사람이다.
물론 자신의 감정이 소중하다. 마음에서 비롯되는 편안한 느낌과 육체적으로 건전하고 건강한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을 소중히 하는 것은 젊을 때 필요하다. 나이 든다는 것은 조용히 사라지고 잊힌다는 것을 의미한다. 너무 내 감정, 내 느낌, 내 것을 주장하는 모습은 추해 보인다. 심성이 지저분한 사람 같아 보인다. 그게 그렇게 중요하면 왜 다른 사람과 어울리겠는가? 아무도 없는 고립된 공간에서 열심히 자기 상처를 핥아주면 되는 일 아닌가.
나이 들었다고 포기하는 것
마음과 몸은 끊임없이 상호작용한다. 때가 되어 우리 몸을 빠져나가는 영혼은 없다. 존엄하고 매력적이고 아름답고 반짝반짝 빛나는 영혼은 고이 우리 몸속에 존재할 때나 의미가 있다.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인내하도록 하고, 다른 사람을 배겨하고 친절함을 베푸는 영혼은 늘 육체와 마음을 단련할 때 더욱 매력적인 모습을 나타낸다. 우리 몸이 조금씩 약해지고, 감각이 둔화되고, 총기가 희미해질수록 우리의 인내와 의지, 강인함도 동시에 약해진다. 그럼 우리는 쉽게 지키고, 열정을 불러오기 힘들고, 간단하게 포기하거나 도전도 쉽게 하지 못한다.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경험한 사건들은 이미 우리의 기대와 가치, 성격과 생존에 기반한 예측을 더 잘하게 만들기도 한다. 더불어 예측은 도전을 막고, 의기소침하게 하고 모든 사건과 과정을 뻔한 것으로 생각해 무미건조함을 더하거나 심지어 아무것도 하지 않게 만든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늘 갈구하고 분노하지 않는다면 세상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
남과 비교하는 것에서 나오는 궁색함
함께 어울리는 사람 중에 심하게 탐욕적인 사람이 있다. 맘 씀씀이가 좋은 선배가 준 비아그라를 혼자 몽땅 챙기는 사람, 모임에 다른 사람이 가져온 꾸덕꾸덕 말린 생선을 먹기도 전에 남겨서 가져가려고 하는 사람, 함께 밥을 먹어도 늘 마지막엔 꼼꼼히 비용을 따져가며 남을 배려하는 것 같으면서도 1/N을 원칙처럼 강요하는 사람이 있다. 궁색하다는 뜻은 아주 가난하거나 말이나 태도, 행동의 이유나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미 몸에 밴 습관은 고치기가 힘든데 이건 물질적인 게 아니라 정신의 문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경쟁하는 것은 시기와 질투, 욕구불만에서 비롯된 우울한 감정을 불러온다.
풍족하게 사는 것, 부자처럼 행동하는 것, 검소하게 삶을 살아가는 것들은 모두 물질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다. 사실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가에 대한 가치관이나 태도에서 비롯된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하고, 자기 배가 불러야 다른 사람의 형편을 챙긴다고 하는데 꼭 그렇지 않다. 삶의 태도를 우선 건강하고 밝게 만들고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데 집중한다. 잘 받는 사람이 잘 준다. 선의를 베푸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친절함에 진심으로 고마워한다. 인색한 것은 정성의 문제이지 돈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을 거쳐 가는 모든 것들에 되도록이면 상처받지 않고 잘 흘러가도록 신경 써야 한다. 자신을 거쳐 간 어떤 것들은 다시 돌아 자신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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