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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러너스

2023년 3월 달리기, 나이 듦이 아닌 가능성에 집중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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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은 나이나 노화의 문제가 아니라 역시 태도의 문제다. 몸보다 감정이 먼저 늙는다는 말은 사실이다. 그러니까 몸이 먼저 나이를 드는 게 아니라 마음이 먼저 나이를 먹는다. 생존하기 위해서인지 모르지만 나이를 먹어간다는 생각은 스스로를 축소하고 약하게 만들고 도전을 삼가게 만들고 활동 영역을 줄이는 삶을 살게 한다.

 

2월 26일 고구려 마라톤 대회에서 32km를 3시간 기록으로 달렸다. 3월 19일 열리는 서울마라톤(서울 동아마라톤 명칭이 아예 서울마라톤으로 변경되었다.) 풀코스 42195km 달리기 준비는 거의 끝났다. 훈련을 해도 그렇고, 특히 장거리를 달린 후에는 잘 쉬는 것에도 신경을 쓴다. 섬세하고 예민한 몸은 아주 작은 근육, 힘줄부터 발가락 끝, 팔까지 어디 하나 소홀하게 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회에 나가면 달리기 전에 주저하고 겁먹고 자신에 대한 의심이 계속 남는다. 이때 과감히 달리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 피니시 라인을 두 팔을 높이 들고 통과하는 순간은 세상을 정복한 것처럼 기분이 삼삼하다. 

 

주로에서 겸손할 것, 마라톤 시계, 몸무게, 4명 감독 이야기, 방 냄새, 나이에 따라 변하기 어려움, 훈련 풍경 등 달리기에 대해 쓸 주제와 단어를 모으긴 모으는데 글을 쓸 시간이 부족한 건지, 아니면 글이 잘 안 써지는 건지 모르겠다. 일부러 시선을 두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 때문인지도. 시간이 없다는 말은 생각하는 대상에 쓸 마음이 없다는 혹은 쓰고 싶어도 참는다는, 아니면 어떤 이유로 그것에 시간을 쓰지 않기로 결정한 마음을 따르고 있다는 말이다. 시간이 없다는 말도 쉬운 말은 아니다. 

 

3월 2일 목요일 훈련 관문 체육공원. 10.2km 1시간 1분, pace 5분 58초  

3월 첫 훈련을 조깅으로 몸을 풀었다. 약 두 달 동안 술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마시는 데 근육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른다. 확실히 술은 근육을 감소시키고 정신적으로 약하게 만들고, 시간을 낭비하게 만든다. 동아마라톤 대회일까지 관리를 철저히 하자. 마찬가지로 보스턴 마라톤 나갈 때까지 또 관리하고, 이러다가 일 년 내내 관리를 잘할 수도 있다. 

 

  • 월 별 거리 합산 해서 기록하기
  • 작은 주제로 달리는 글을 쓰기-감독, 몸무게, 몸, 복장, 주로, 동료들, 운이라는 것 

 

3월 첫 주 토요일 정모 당번이라 청주

 

3월 7일 화요일 훈련. 11.7km 1시간 4분 14초, pace 5분 27초. 

 

동호회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식자 선배와 현자, 감독과 순자 선배가 나왔다. 오늘은 10km를 달리는 것이 목표다. 조깅 페이스로 400미터 트랙을 8회전 달리고, 100미터 질주를 4번 하면 4km 거리를 달린다. 오늘 훈련 목표는 10,000미터를 천천히 가속주(점점 속도를 높여 빠르게 달리는 훈련)로 달리기다. 오늘 참석한 5명이 5바퀴씩 교대로 맨 앞에서 돌면서 순서를 바꾸며 달린다. 순서대로 순자, 나, 감독, 현자, 식자가 달린다. 마지막 5바퀴를 남겨놓기 전에는 거의 일정한 속도로 달린다. 중요한 것은 pace다. 

 

주위에 잘 달리는 사람과 달리면 자신도 잘 달리게 된다. 무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스스로 몸 상태에 집중하면 부상을 입을 위험은 없다. 달리기에 대해 잘 배울 수 있고 무엇보다 조금이라도 실력이 는다. 무엇보다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배울 것이 많다. 6분으로 시작한 달리기가 5분 30초로, 마지막 바퀴에는 4분 10초까지 달린다.

 

총알처럼 빨리 달리고 나면 이상하게 몸이 막 나가려고 한다. 그러니까 피곤한 게 아니라 몸이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어서 집에 돌아와 밥을 먹고 입욕하고 잘 시간이 되어도 몸에 힘이 넘치는 상태가 된다. 좋은 현상인지 잘 모르지만 과한 훈련으로 푹 꼬꾸라지거나 기절하는 것은 아니다. 몸이 막 나가고 싶어 하는 증상은 운동이 과하다 싶은 한계점을 넘으면 나타나는 반응이라고만 생각한다.

 

3월 9일 목요일 훈련 관문체육공원 1시간 12분, 12.6km, pace 5분 46초

늘 나오는 사람이 나온다. 아주 강력한 습관의 힘이다. 렬자가 나오고 순자 선배가 나오지 않아 5명이 달렸다. 30바퀴 돌 줄 알았더니 25바퀴만 돌았다. 아싸~ 좋다. 일찍 나와서 달리는 JJ팀 영자와 연선 선배와 25회전을 함께 달렸다. 

 

준비 체조를 마치고 하고 과천 마라톤 팀 단체 사진을 찍어주고 함께 조깅으로 10회전을 달린다. 지금은 우리 감독이 참여하니 따로 훈련을 한다. 과천팀은 화요일은 400m, 800미터 인터벌 훈련, 목요일은 5km 지속주를 반복한다. 우리가 달리면 과천팀 선배는 열심히 응원해 주고 공중을 달리는 멋진 사진을 찍어준다. 함께 하면 무엇이든 쉬워지고 더 잘할 수는 있다. 우리가 못하는 경우에는 그렇다. 만약 당신이 이 방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면 당신은 올바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더 오래 쉬고 싶고, 달리기 힘들고, 인터넷, SNS 등 어떤 유혹에도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끊는다. 인터넷 회선을 뽑아버리고, 핸드폰은 비행기 모드로 하거나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우고, 운동하러 나가기 싫어지면 아예 일찍 나가도록 한다. 그러니까 8시가 운동 시간이면 7시 30분에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움직이면 저항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끔은 외롭고, 그립고, 힘들고 지칠 때가 있다. 누구나 그렇다. 진짜 행동한다는 것은 그럴 때도 행동하는 것이다. 하기 싫을 때도 하는 것, 그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잘하고 있다. 아주 훌륭하다.  나 자신이 너무 좋다. 아름답고, 친절하고, 지혜롭고 선명하고 관대하다. 사실 인생은 지금이다!  

 

3월 11일 토요일 정모 영동 1교~관문 운동장 왕복

12.2km, 1시간 11분, pace 5분 52초

정모가 시작하는 시간에 늦지 않기로 한다. 동절기엔 오전 8시, 하절기엔 7시다. 되도록 30분 전에 나가서 요가 매트를 펴고 근력운동을 하고 천천히 몸풀기 달리기를 한다. 참석하는 동료들에게 친절히 인사를 한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좋은 집, 좋은 차나 특별한 물건이 아니라 이미 몸에 습관으로 밴 성실함과 좋은 태도, 따뜻한 미소 같은 것들이다. 그런 것들은 열심히 한다고 얻어지는 것들이 아니다. 스스로 성찰하고 되돌아보고 매일 조금씩 더 나아지는 습관이 쌓여서 되는 것이다. 

 

30명 가까이 정모에 나오지만 관문 운동장까지 달리는 사람은 6명에 불과하다. 부상으로 달리지 못하는 동료도 있고 달리기가 익숙하지 않아 등용문으로 1시간 정도 걷는 사람도 있다. 날씨는 봄 속으로 재빨리 들어가고 싶은지 따뜻한 날이다. 아침에도 춥지가 않다. 준비운동 체조가 끝나고 옷을 갈아입고 선크림을 바르고 열을 맞춰 달린다. 갈 때는 6분 30초 정도로 착착 착착 발걸음도 경쾌하게 달린다. 하염없이 흐르는 양재천을 왼쪽으로 두었다가 오른쪽에 두었다가 하며 관문 운동장에 도착한다. 붉은색 트랙과 녹색 축구장이 선명한 운동장 들어가면 100미터 질주를 두 개 정도 한다. 잠깐 물도 마시고 볼 일도 보고 쉬었다가 다시 돌아온다. 돌아올 때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다. 5분 40초 페이스로 달리기 시작해 원점인 영동 1교로 들어올 때는 5분까지 빠르게 달린다.

 

2023 서울 마라톤 배번이 도착했다. 대회는 늘 설레어 기대하고, 이따금 긴장한다. 아름다운 몸은 정직해서 요행동 없고 예전처럼 잘 달릴 수도 없지만 주로에서 훌륭한 러너를 만나는 행운이 있기를 고대한다. 마라톤은 언제나 원점으로 다시 돌아오기 위해 가능한 한 아주 멀리까지 달린다. 풀코스를 달릴 것을 생각하면 두렵기도 하고 잘 달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지만 내 안으로 들이지는 않는다. 남은 일주일은 정신과 몸을 무너지지 않도록 견고하게 관리한다. 그러면 결과가 어떻든 간에 모두 내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3월 14일 화요일 훈련 관문운동장. 조깅 후 가속주 5,000미터

9.8km 57분, pace 5분 49초

준비 운동을 하고 400미터 트랙을 8바퀴 달리고 100미터 질주 4개를 한다. 잠깐 볼 일을 보고 5,000미터 가속주를 시작한다. 6분 정도에서 시작하고 5분 40초, 5분 20초로 줄이고 마지막 4바퀴는 4분 40초에 달린다. 100미터를 13초에 달릴 수 있고, 1km를 4분에 달릴 수도 있지만 먼 거리를 달리는 일은 전혀 다른 빠르기를 갖는다. 수자 선배는 등에 난 종기가 심해서 달리지 못하고, 현자는 일찍 와서 혼자 달리고 갔다. 식자 선배는 나오지 않았다. 원자와 감독인 룡자와 함께 짧게 달렸다.

 

며칠 후면 서울 마라톤이 열린다. 특별히 준비할 것은 없다. 미켈란젤로가 남긴 작품 중에 높이 5미터, 무게 6톤의 다비드상이 있다. 미켈란젤로의 머릿속엔 이미 다비드상이 완성되어 있었다. 한 조각 한 조각 드러나기만을 기다리며 큰 대리석 덩어리를 깎아나갔던 것이다. 미래로부터 현재를 향해 조각한 것이다. 어쩌면 어떻게 달리고, 기록이 어떨지는 이미 우리가 달려온 거리에 의해 명확히 정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대회는 그 과정을 확인하는 작은 절차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삶을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

 

3월 16일 목요일 훈련 관문운동장 

7km 42분 pace 6분 00초

서울 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가벼운 훈련을 하기로 했다. 400미터 트랙을 8바퀴 조깅페이스로 달리고 100미터 질주를 4개 하고 3km를 5분 40초 페이스로 달렸다. 두려워할 것 없다. 잘했으니까. 다 알면서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머뭇거리는 멍청함만 빼고는 다 좋다. 그러니 매일 그 자리에 있는 거다. 어차피 낭비하는 게 인생이라면 좀 더 독창적으로 낭비하자. 마음이 시키는 일, 열정이 꺼지지 않는 일, 하고 싶고 갖고 싶은 것을 위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몰입하는 삶을 살고 싶다.

 

3월 18일 토요일 정모. 영동 1교. 5km 가볍게 조깅

내일 서울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니 등용문 방향으로 가볍게 5km를 달린다. 풀코스 42.195km를 서브 4 목표로 잡았다. 초반 3km를 6분 10초 정도로 달리고 이후 정확히 sub4 페이스인 5분 40초로 32km까지 달린다. 마지막 10km를 5분 10초로 달리면 3시간 59분에 들어온다. 운이 좋다면 함께 뛸 러너를 만날 것이고 운이 나빠도 혼자 최선을 다해 달린다.

  

자봉인 희자 선배가 맛있는 시루떡을 해오셨다. 영희 부부가 해창 막걸리를 준비했다. 모든 사람의 지원과 도움으로 목표를 달성하긴 하는데 어쨌든 이루는 것은 자신의 문제다. 만족하는 것과 더 높이 가려고 하는 마음 중 어디에 두어야 할까? 둘 다를 얻고자 하는 것은 절반씩 포기하는 것인데 이젠 마음에 들지 않는다. 

 

꾸준히 잘 관리했다.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청결을 유지하고, 미루지 않고, 음식을 구별해 잘 먹고, 틈틈이 운동하고, 훈련일은 빠지지 않고, 마음을 고요하게 유지하고, 일은 미루지 않고, 가족에게 성심 성의껏 대하고, 늘 감사하는 마음까지... 결국 어떤 사람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태도와 그릇의 크기다.  

 

3월 19일 서울 마라톤 풀코스 42.195km 완주 3시간 59분 pace 5분 39초

 

기록아란 것은 어쩜 이리 정확한지. 마라톤 풀코스 42km 전체 구간을 1km를 5분 41초 속도로 계속 달리면 4시간에 달리게 된다. 이것을 서브 4라고 부른다. 만약 모든 1km에서 1초를 당기면 42초 앞당긴다. 신기하게도 시간을 잘 계산하다 보면 기록을 조금이라도 당기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물론 마라톤을 처음 시작할 때 5시간 30분에 완주를 하고 4시간 40분, 4시간 30분으로 줄고 더 훈련을 하면 4시간 10분 그리고 서브 4를 달성한다. 힘든 건 지금부터다. 3시간 45분은 정말 힘들고 3시간 30분은 지옥 훈련을 생각나게 할 정도로 힘든 과정이 기다린다. 마지막으로 sub 3, 3시간 안에 풀코스를 달리는 것은 모든 마라토너의 꿈이다.

 

 

3월 21일 화요일 훈련. 조깅으로 몸풀기 5.8km, 40분, pace 7분 3초 

 

서울 마라톤에서 힘을 너무 아껴서 그런지 아픈 곳도 없고 몸도 말짱하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달리지 않았다는 사실인데 즐겁게 달려서 그런지 편하다. 간단히 조깅으로 몸을 풀었다. 

 

3월 23일 목요일 훈련

9km 58분 pace 6분 24초

 

3월 25일 토요정모 10km 59분 pace 5분 58초

 

세상 봄에 필 수 있는 모든 꽃들이 피기 시작한다. 양재천 벚꽃이 아름다운 등용문으로 달렸다. 영동 3교를 지나면 일명 '수양벚꽃'(처진 개벚나무)이라고 하는 종류인 꽃나무를 만나는데, 수양나무 가지처럼 아래로 축 늘어지듯이 벚꽃의 가지가 아래로 늘어져서 꽃이 화사하고 풍성하게 보인다. 꽃이 피고 지고 또 피고 지는 계절이다. 

 

3월 26일 일요일 관악산 트레일 런 13km, 1시간 48분

 

제법 큰 행사를 알음알음 아는 사람들이 모여 행사를 계획했다고 한다. 서울 관악산 트레일런대회는 난치성 근이영양증으로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는 배종훈 님의 아들 배재국 군 부자의 달리기를 지원하기 위해 열렸다. 아들 재국 군의 꿈인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 참가와 미대륙 횡단 달리기를 위한 휠체어 마련을 돕기 위한 기부 달리기 행사였다. 배자 선배는 32km를 달리고, 선자, 화자, 경자와 나는 13km를 달렸다. 산에는 진달래가 한창이다. 재국 부자 트레일 런 대회의 주인공들과 함께 보스턴 대회에 나간다니 의미가 있다. 정말 으~ 산은 싫다. 

 

 

관악산 트레일 런 13km 메달

 

3월 28일 화요일 훈련, 9km 52분 pace 5분 57초

 

조깅으로 시작해 400미터 트랙을 20 회전하고 200미터 질주를 3회 한다. 과천 마라톤 팀과 함께 달린다. 현자와 순자 선배의 장거리 훈련을 위해 일찍 나와서 함께 35km를 달렸다. 훈련을 마칠 때쯤 관문 운동장에서 올림픽 대교까지 다녀온 둘을 만났다. 대단하다. 운동을 한다고 다 좋은 사람은 아니다. 그중에 좋은 사람이 있는 것뿐이다. 요리하는 사람, 연주하는 사람, 어떤 분야의 일을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무엇인가를 한다는 이유가 사람의 성격이나 배려심, 됨됨이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 우리 내부는 또 다른 연장으로 다듬어지기 때문이다. 음식의 양은 외모에 영향을 미치고, 음식의 질은 기분에 영향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3월 30일 목요일, 3월 마지막 훈련 훈련, 9.7km 56분 25초, pace 5분 50초

 

훈련 나가면 늘 몸무게를 잰다. 달리기전에 65.8kg, 달리고 나면 65kg으로 나온다. 

 

조깅으로 시작하지만 마지막은 4분 30초 페이스로 끝낸다. 달리는 중간에 좋은 글귀나 달리기에 대해 쓸 문장을 기억하지만 끝나고 나면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드디어 3월의 빛나는 달리기가 끝났다. 많이 달렸고 즐거웠다. 달리기를 줄이고 정말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훈련에 맞춰 일찍 나오는 일도 줄이고 싶다. 

 

꽃 피는 봄이 왔다. 달리기를 하면서 슬리퍼를 잘 신지 않게 되었다. 보통 사무실에서는 잠시라도 머물면 슬리퍼를 신는데 이상하게 신발이 주는 단단함 속에 발을 파묻고 있는 느낌이 좋아졌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좋은 점은 훈련하고 빨아야 할 옷이 간소해진다는 점이다. 추울 때는 스키니 팬츠에 긴 팔, 속옷이나 양말까지 빨랫감이 쌓이는데 이제는 달랑 반팔 티셔츠와 짧은 타이즈, 속옷과 얇은 양말이 전부다. 찬물로 샤워하는 계절이 돌아온 것도 좋다. 

 

요번 주 토요일은 부모님 모시는 당번이라 아침 훈련을 마치고 가야한다. 가지 전부터 마음이 무겁다. 아직까지도 아버지와 화해하지 못한다. 끝까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무겁게 든다. 일단 이해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해할 수 없으면 흐르는 대로 그냥 놓아두든지.

 

 

3월이 지나고 4월 14일 보스턴 마라톤을 달리기 위해 미국으로 날아간다. 아마도 가장 멀리 가는 일이다. 지구에서 어디까지 가면 가장 멀리 갈 수 있을까?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차분함을 유지한다. 

 

 

 

 

그림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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