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생각 바른 글

항상 가볍게 다니라고 말했다. 아주 단순하게.

지구빵집 2023. 4. 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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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갑자기 떠날 수 있는 사람처럼 살고, 언제 떠나도 전혀 아무렇지 않은 곳에 살아가자고 생각했다. 가볍고 단순한 삶은 용기이자 기술이었다. 출장이 잦은 사람의 집이 그렇다. 무거운 것들은 언제 버려도 아깝지 않을 만한 것들로 산다. 중고도 제기능만 발휘하면 좋다. 가벼운 것들은 가격이 저렴하니 어디서나 살 수 있는 것들을 굳이 운반해야 할 이유는 없다. 단순한 삶을 사는 일도 아주 복잡하고 많이 소유한 삶처럼 똑같이 어렵다. 

 

세상의 모든 신화를 보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배신하는 이야기다. 결국 아들이 아버지를 배신한다. 자신이 가장 사랑한다고 믿는 아들이 아버지의 목덜미에 칼을 꽂는다. 굳이 신화를 들먹이지 않아도 아는 사람이 가장 무서운 사람이다. 동네에서 성실하고 잘 웃는 친절한 아저씨는 변태고, 와이프를 살해하는 사람은 주로 남편이고, 돈을 떼먹는 사람은 친한 친구가 가장 많다. 가까운 사람의 배신이 쓰린 이유는 아는 사람이 무섭거나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믿었던 사람이 배신할 때 상처를 많이 받기 때문이다.

 

가볍게 다니기로 했다. 전부 놓고 다니기로 했다. 매일 들고 다니던 가방도 놓고,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버릇처럼 가지고 다니는 북파우치도 두고 다니고 급하지 않으면 모든 핸드폰이나 노트북도 가지고 다니지 않기로 한다. 일찍 이런 삶을 살았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원래 가장 결정적인 결심은 만루 홈런이나 연장전의 결승 골처럼 가장 절박하거나 결정적일 때 튀어나오는 법이다.  

 

버리지 못하는 사람은 만들거나 생산하지 못한다. 비우지 않았는데 어떻게 채울 수가 있을까? 우리가 버린 것으로 앞으로 나간다는 말은 우주선이 연료를 버리고 중력이 미치지 못하는 우주로 빠져나갈 때를 비유한 말이 아니다. 우리 삶도 똑같다. 아예 매일 일정 시간을 버리는 시간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좋다. 명상은 그런 의미에서 탁월함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관심을 끊고 한 가지에 오래 집중할 때 생산성이 최고가 된다는 간단한 사실을 대부분 사람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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