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난 모든 일을 기념한다. 날씨가 좋아도, 나빠도, 비가 내려도, 트랙을 달리고, 꽃 피는 날 달리고, 마라톤 대회를 나가고, 함께 달리든, 혼자 달리든 나쁜 일이어도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의미를 준다. 모든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 그렇다. 기억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늘 하던 대로 한 것뿐인데 학교 학술 정보관에서 우수 다독가를 선정해 상을 주었다. 상장과 부상으로 책을 한 권(데일리 필로소피 - 아침을 바꾸는 철학자의 질문, 라이언 홀리데이 저) 받았다. 시상식에는 20명 정도가 참석했는데 그중에 남자가 나이가 제일 많아 보인다. 학술 정보관장 인사와 소개, 시상식이 매끄럽게 흘러가고 상을 받은 사람들 소감을 듣는다. 직원들이 행사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하고 사회를 보고, VIP 카드에 대해 설명도 해주시고, 학생 1인당 대출 권수(현재 7.9권)를 늘리는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한다. 우수 다독가 행사도 그래서 매 학기마다 행사를 진행할 거라고 한다.
전국 대학별 도서관 운영에 대한 자세한 자료는 [2022년 대학도서관 실태조사 결과 분석 -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자료를 참고하면 된다.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라 아주 단단하게 말했는데 말하지 못한 내용을 글로 쓴다. 무엇이든 읽는 것을 줄이고 무엇이든 쓰는 시간을 많이 갖자고 생각했다.
"살면서 자기가 책을 읽는 분야는 변한다. 어느 때는 소설이 많다가 자기 계발서가 많아지고 또 기술과학 분야의 책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간다. 우리 시선이 많이 머무는 곳, 우리의 마음과 정신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책을 보는 것 또한 정확히 그 길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어느 학교건 도서관 근처가 가장 먼저 꽃이 피고, 가장 먼저 단풍이 든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무가 제일 많은 곳이어서 그렇지 않을까? 나무가 그리워하는 것은 꽃이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하면 나무는 죽는다. 도서관에 많은 것은 죽은 나무다. 나무의 무덤이라서 아마도 가장 먼저 봄을 맞이하고 가장 먼저 가을을 반기는 게 아닐까? 분주한 곳은 늘 생기가 돈다. 어디고 사람들이 왕래가 많은 곳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학교는 도서관이 가장 많은 학생들이 다니는 곳이다. 그 발걸음과 웃음소리에 놀라 꽃들이 일찍 핀다.
오랫동안 책을 읽은 만큼 생산하는 일을 게을리했다는 생각을 한다. 입력하는 것들이 많았다면 그것과 비례해서 좀 더 많은 것들을 출력으로 내놓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욕심이 많아서라고 생각했다. 물론 독서하는 습관을 갖고 있는 사람 대부분이 그렇다. 독서는 내면적인 즐거움을 얻는 사적인 프로그램이라서 굳이 눈에 보이는 출력이나 글을 쓰지 않아도 온전히 즐거움을 느끼는 일이다. 그럼 그 수준에 계속 머물게 된다. 한마디로 사회와 개인의 발전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이다. 남자는 더 많이 생산하기로 한다. 읽는 것보다 많이 쓰고, 배우는 것보다 더 많이 실천하기로 한다. 지금까지 못했다면 앞으로는 그런 행동을 하면 되는 일이다. 어려운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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