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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달리기, 좋지 않은 습관을 버리는 일에 신경 쓴다.

지구빵집 2023. 5. 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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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자기 통제 혹은 동기 부여에 관한 글에서는 자신의 좋은 점에 집중하고 그것을 키워나갈 방법을 알려준다. 물론 한창 성장하고 끊임없이 용기를 북돋는 젊은 시절에 필요한 말이다. 물론 남자는 매일 스스로 동기 부여하고 한 번도 가져 본 적이 없는 것을 갖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서도 한편으론 나이를 생각한다.

 

나이를 먹어가면서는 몸에 좋다는 것들을 챙겨 먹는 것보다는 몸에 좋지 않은 것들을 끊거나 줄여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똑같이 몸에 밴 습관이나 새로운 사고방식을 받아들이는 것도 좋지만 이미 몸애 밴 나쁜 습관이나 굳어진 편견과 고리타분한 생각들을 이왕이면 서둘러 버리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말이다. 나이가 더 들면 생각하는 방식과 편견을 버리고 싶어도, 생활 태도나 굳어진 습관들을 바꾸고 싶어도 그것들을 바꿀 수 없는 때가 갑자기 찾아오기 때문이다.  

 

서른몇 살에 아내가 민서를 임신할 때, 그리고 중간중간 한 두 해 담배를 피우지 않을 때는 그냥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쉬운 일이었다. 3년 전에도 끊을 때 쉽게 지냈다. 얼마 전에 그냥 편하게 3일 정도 끊었을 때 금단 증상이 얼마나 심하게 나타나는지 정신이 없었다. 마침 2월 고구려 마라톤 며칠 전인데 오한이 찾아오고 졸음이 쏟아지고 '정말 이젠 죽는구나.' 싶을 정도로 심한 증상이 왔다. 급격하게 딱 끊는 게 이젠 안 되는 건가? 하면서 금연을 중단하고 무사히 32km 마라톤을 달렸다. 

 

남자는 전략은 유지하고 전술을 바꾸기로 한다. 바꾸고 변하길 원하는 것들이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그것들을 목록으로 만들고 아주 천천히 잊지 말고 조금씩 바꿔 나간다는 전술이다. 목표는 변화하는 것이다. 버리고 하지 않는 것이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바꾸기 힘든 이유 중에 하나는 살 날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조금씩 자주 생존의 문제에 집착한다. 먹는 것, 입는 것, 번식하는 것에 관심을 많이 갖는다. 스스로 마치 깨달음이 아닌데도 아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더 이상 기회가 오지 않는다는 것에 집착해 무모한 돌진을 감행한다. 더 맛있는 것을 먹어야 하고, 더 젊어 보여야 하고, 성적인 에너지를 쓸 수 있으려면 당장 써야 하는 때라고 생각하기 쉬운 나이가 점점 다가오기 때문이다. 아이와 같아진다는 것은 별 것 없다. 그냥 요구한다. 마치 자기 것처럼, 내가 요구하면 언제나 얻을 것처럼 생각한다. 몸에서 철(원소기호 Fe)이 빠져나간다는 말이다. 고집도 세지고, 자기 주장도 분수없이 강해진다. 그 심술을 견딜 수 있는 사람만 남는다. 물론 유별난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 그렇다는 말이다. 갑자기 아빠가 생각난다. 

 

누구도 남은 날을 알 수 없으니 남자는 기한을 정하거나 언제부터 시작하거나 몇 살이 되면 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부터라고 생각한다. 몸도 마음도 좋아하는 습관이나 생각을 그만두기는 어려운 일이다. 술이 그렇고 연애가 그렇고 달리기가 그렇고 스마트 폰이 그렇고 담배가 그렇고 독서가 그렇고 또...  

 

 

4월 1일 토요 정모 벚꽃 Run 데이, 서울 대공원 달리기, 6.6km 41분 44초

날씨가 갑자기 따뜻해져 꽃들이 활짝 피고, 화요일부터는 비가 내려 꽃들이 모두 진다고 해서 고고 씽 했다. 대공원 주위 모든 길이 벛꽃으로 가득했다.  

 

4월 4일 화요일 관문 체육공원, 대공원 벚꽃 날리는 길 달리기

 

영화 찍었어. 벛꽃이 발 밑에 날리고 물에 흐르고... 

그러니까 계속 노력해서 좋은 시간을 많이 만드는 게 중요해! 

 

4월 6일

비는 계속 내리고 체육공원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에 모여 근력운동. 

 

4월 8일 정모 

11.98km, 1시간 14분

 

4월 14일 ~ 4월 19일 보스턴 마라톤 출전

풀코스 42.195km 4시간 21분. 새로운 달리기 세상을 열었다. 무엇이든 미래를 예측하지 말고 과감히 행동에 집중할 것. 남은 삶도 그렇게 살아가길 바란다.

 

4월 25일 화요일 훈련

8.2km, 46분 54초

조깅 8회전, 100미터 질주 4개, 2,000미터 인터벌 두 개

 

4월 27일 목요일 훈련

족저 부상이 혹시라도 재발하면 하프 마라톤에서 달리지 못할까 우려로 극도로 참았다. 뛰쳐나가 트랙을 달리는 일보다 부상 입지 않기 위해 참는 게 더 어려울 줄이야.

 

4월 30일 일요일. 2023 서울 하프 마라톤 대회. 1시간 52분 55초


목표는 1시간 45분 잡았는데 적당히 힘들었고, 여의도 들어가자마자 화장실에서 3분 까먹었지만 좋은 기록이다. 월드컵 경기장부터 반환점을 돌아 골인 지점까지가 가장 지루하고 힘든 구간인데 가뿐하게 달린 것이 마음에 들었다. 두려움은 두려움을 느껴야만 없어진다는 사실이 정말이었다. 

 

 

127회 보스턴 마라톤 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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