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해도 뻔한 날들이 온다. 나이가 들 수록 감탄하지 않는다고 한다. 감탄하고 탄성을 자아내는 일이 이제는 뻔한 일이 되어서다. 마음속에서 놀라움을 감추고 애써 태연한 척도 해본다. 삶에서 무어그리 대단한 것도 없는 무상함을 안다. 아침 달리기에서 꽃들을 보고 일부러 감탄해 보지만 진정한 마음이 아니라서 날아갈 듯 좋은 느낌은 없다. 활짝 핀 봄꽃을 바라보면서 만물이 어떻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도 계절은 돌아온다는 수상한 말이나 늘어놓는다. 마라톤 풀코스를 처음으로 완주했던 놀라운 기적의 느낌은 이제 30번쯤 달리고 나면 별 감탄이 나오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대단하다고 추켜세워도 스스로 겸손한 마음도 없으면서 별 감흥이 없으니 간단히 대답한다. "다 할 수 있는 건데요. 뭐." 모든 일이 뻔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