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모음 썸네일형 리스트형 최명희 '혼불' 상여 소리 최명희 '혼불' 상여 소리 상여 네 기둥에 청·홍 갑사 등롱을 달아 저승의 밤길에 불을 비추라 하고, 둥그런 상여 지붕 정수리에는 꽃봉오리를 단 위에, 앙장이 천정(天井)처럼 펼쳐 드리워져 있다. 망인을 생시에 대하듯 정성을 다하여 꾸미고 치장한, 그 무엇 하나라도 소홀히 하지않은 상여는 운각(雲刻)의 구름을 타고 덩실하니 하늘 위로 떠오른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상여를 운궁(雲宮)이라 하는가. 그러나, 돌아올 길 다시 없는 이 걸음에 이만한 호사가 무슨 위로가 되리오. 오히려, 어서 가라, 어서 가라, 재촉하는 것이 아니랴. 땡그라앙 땡그랑 땡그라아앙 어어허어노 어어허어노 못 가아겄네 못 가아겄네 차마 서러워 내 못 가겄네에 오늘 해도 다 져간디 어서 빨리 가야겄군 어어노 어허노오 어러리 넘차 너와넘.. 박완서 작가의 말. 슬픔에 관하여. 박완서 작가의 말. 슬픔에 관하여. “그분들은 공통적으로 제게 묻곤 했어요. 아픔을 어떻게 극복했으냐고, 그런데 난 그 질문이 참 싫었어요. 아픔은, 슬픔은 절대로 극복할 수가 없는 거예요. 제 자식을, 사랑하는 남편을 보낸 슬픔을 어떻게 극복해요? 그건 극복이 아니죠. 어떻게 참고 더불어 사느냐의 문제일 뿐, 절대로 슬픔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에요. 그냥 견디며 사는 거죠.” “슬픔은 이길 수 없어요. 슬픔을 어떻게 이겨요? 눈물 흘리며 이길 수 있어요? 그건 극복이 아니죠. 극복이란 말은 강요의 성격을 띠니까요. 그건 슬픔에 잠긴 사람을 더 힘들게 하는 거예요.”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기억을 잊어야 하는데, 제가 그 기억을 잊어버리면 우리 애는 이 세상에 안 태어난 것과 마찬가질 수도 있잖아요? 기억.. 산산조각 - 정호승 산산조각 - 정호승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 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가 있지 삶의 목적이 행복이라는 생각 자체가 대단히 큰 착각인 거다 사람은 행복하려고 태어난 낭만적 존재는 아니다. 인간의 원시적인 감정은 기쁨, 분노, 혐오, 공포, 슬픔, 놀람인데,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 지구에 왔다면 긍정적인 감정을 딸랑 한 가지만 셋팅해 놓았을 리 없다. 삶의 목적이 행복이라는 생각 자체가 대단히 큰 착각인 거다. -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p.241 두 개의 불완전한 세상을 좋아한다. 사람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아름답다. 공부 - 김사인 공부 김사인 '다 공부지요' 라고 말하고 나면 참 좋습니다. 어머님 떠나시는 일 남아 배웅하는 일 '우리 어매 마지막 큰 공부 하고 계십니다' 말하고 나면 나는 앉은뱅이책상 앞에 무릎 꿇은 착한 소년입니다. 어디선가 크고 두터운 손이 와서 애쓴다고 머리 쓰다듬어주실 것 같습니다. 눈만 내리깐 채 숫기 없는 나는 아무 말 못하겠지요만 속으로는 고맙고도 서러워 눈물 핑 돌겠지요만. 날이 저무는 일 비 오시는 일 바람 부는 일 갈잎 지고 새움 돋듯 누군가 가고 또 누군가 오는 일 때때로 그 곁에 골똘히 지켜섰기도 하는 일 '다 공부지요'말하고 나면 좀 견딜 만해집니다. 시집 창비. 2015 길 - 신 경 림 길 신 경 림 사람들은 자기들이 길을 만든줄 알지만 길은 순순히 사람들의 뜻을 좇지는 않는다 사람을 끌고 가다가 문득 벼랑 앞에 세워 낭패시키는가 하면 큰 물에 우정 제 허리를 동강내어 사람이 부득이 저를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것이 다 사람이 만든 길이 거꾸로 사람에게 세상 사는 슬기를 가르치는 거라고 말한다 길이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어 온갖 곳 온갖 사람살이를 구경시키는 것도 세상사는 이치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길의 뜻이 거기 있는 줄로만 알지 길이 사람을 밖에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는 것을 모른다 길이 밖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만 길은 고분고분해서 꽃으로 제 몸을 수 놓아 향기를 더하기도 하고 그늘을 드리워 사람들이 땀을.. 소방관의 기도 A.W. “Smokey” Linn이라는 미국의 소방관이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어린이 세 명이 있음을 창문으로 확인했으나 건물주가 설치한 안전장치 때문에 결국 구출하지 못한 일을 겪고 나서 자책감에 시달리다가 1958년에 쓴 시. 정확하게 알려지기 전에는 작자 미상으로 자주 표기되고는 했다. 현재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소방관들의 복무신조나 다름없이 쓰이고 있다. 신이시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에는 아무리 뜨거운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언제나 집중하여 가냘픈 외침까지도 들을 수 있게 하시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화재를 진압하게 하소서. 저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케 하시고 제가 최선을 다.. 이전 1 ··· 27 28 29 30 31 32 33 ··· 6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