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대회란 개인적 의지를 공적으로 평가받는 것이다."라고 러너가 대회에 참가하는 의미를 정확히 말한 구절을 본 적이 있다. 인생은 항상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번 대회에 달리지 않는다고 하면서 선배들이 준비한 에너지젤을 받으러 정모에 나가지도 않았는데 오늘은 다시 대회에서 달릴 수 있게 되는 걸 보면 무엇도 자신할 수 없는 게 인생이다. 삶에 대해서는 늘 겸손해야 한다.
인생은 우리가 상상하는 직선적인 길을 따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예상치 못한 전환점, 고비와 저점, 의심의 순간, 흐릿하고 또 분명한 순간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우여곡절 속에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간혹 성장을 발견한다. 우회로를 거칠 때마다 반듯한 길에서는 결코 배울 수 없던 무언가를 배우게 된다.
자신이 성장하고 정상으로 가는 오르막은 우리를 기쁨으로 채우고, 힘과 자신감을 일깨운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헤매거나 내리막길이라고 생각하는 곳에서는 힘들지만, 자신의 회복력을 키우고 지혜를 깊게 한다. 우리가 걷는 길이 항상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모든 곡선이 우리를 의도한 곳으로 이끌고 있다는 것을 믿는다. 인생은 항상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다.
2월 23일 고구려 마라톤에서 23일 고구려 마라톤에서 풀코스를 4시간 37분에 달렸다. 서울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일요일 전날 토요일은 따따모 모임이 있거니와 달릴 예정이 없었지만, 아쉬워도 모임을 간단히 끝내고 일찍 오기로 한다. 희자 총무가 병자수자 배번을 전달해 준다고 했다. 함께 풀코스를 달리는 은자, 연자, 미자 후배들을 하프 정도까지 잘 끌어주고 페이스를 올려 달려볼 생각이다. 그렇다고 엄청 잘 달린다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전 구간에서 페이스메이커를 따라 달리든, 페이스를 알려주는 시계에 의지하든 제대로 한 번은 달려보자고 결심한다.
초보일 때는 앞서 해 본 사람의 말을 무조건 외운다. 그 말을 새롭게 푸는 것은 외우고 나서, 적어도 먼 거리를 달리고 나서 할 일이다. 요즈음은 달려 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말이 많다. 전부 동영상으로 배우기 때문이다.
달리기는 자신(몸무게)과 거리, 빠르기 3가지의 방정식을 푸는 과정이라는 말,
모든 주로가 러너의 길이 아니라는 말,
10킬로미터를 달리면 하프 21km를 달릴 수 있다는 말,
하프 코스를 달릴 수 있게 되면 풀코스 42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는 말,
천천히 달리는 게 빠르게 달리는 거라는 말,
풀코스에서 하프는 거리 상으로 반이지만 완주 전체에서는 3분의 1 지점이라는 말,
진짜 마라톤은 35킬로미터 지점에서 시작한다는 말까지 그냥 외운다.
물론 마라톤에서도 앞서 먼저 해 본 사람의 느낌과 감정, 경험의 총합이 같을 수는 없다. 당연히 달라야 한다. 그래야 발전하기 때문이다. 외운다고 같아지라는 말이 아니라 해보기 전에는 외워야 한다는 말이다. 고통을 몇 번 경험하고, 여기가 어딘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상황도 겪고, 내가 왜 여길 달리고 있지? 하며 저주스러운 말을 퍼붓는 일도 해봐야 안다.
광화문을 출발해 잠실 종합 운동장 동문까지 달리는 주로다. 광화문 넓은 도로에서 출발해 도심 한가운데를 달리는 기분은 마치 무어라도 된듯한 기분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마라톤 응원 문화가 활발하지 않아서 교통을 통제하는 여러 곳에서 옥신각신하지만 일절 신경 쓰지 않는다. 풀코스 지원자가 2만 명이 되니 일단 ㄹ자 코스를 두 번 거치는 청계천을 지나 20km 지점까지는 아무래도 천천히 간다.
하프를 넘어서면 아주 길고 일직선인 코스가 군자역까지 이어진다. 어린이 대공원을 왼쪽에 끼고 중랑천을 따라 내려가 서울 숲까지 가서 잠실 대교 쪽으로 방향을 꺾는다. 잠실 대교 직전인 37km 지점에 오면 롯데 월드 타워가 보인다. 이제부터는 남은 거리를 생각하지 말고 지금까지 달려온 거리를 생각하며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달린다. 바로 잠실 대교 오르막이 시작한다. 대교를 달리는 기분은 삼삼하다. 시원한 강바람과 동호회와 크루들의 응원이 소란스럽다. 여기서부터 진짜 힘들면 응원 부대들이 주는 콜라, 막걸리, 맥주, 물을 무제한 마실 수 있다. 생각보다 그런 것에 욕심은 사라지고 오로지 피니시 라인을 만나고 싶은 생각이 먼저 든다. 이제 다 왔다는 생각에 지나온 길이 아쉽게 느껴진다.
지금 남자가 사는 지루한 삶도 역시 지나고 나면 굉장히 아쉬울 거라고 생각한다. 지난 삶에 회한이 없는 사람은 없다. 잠실 대교를 건너 조금만 내려가면 잠실 역 사거리에서 종합 운동장으로 달린다. 운동장 직전에서 꺾어 동문으로 가면 피니시라인이 왕국의 입구처럼 있다.
"이제 더 이상 달리지 않아도 된다. 살면서 참 많이 달렸다."
일단 대회에 참가하게 되어 자료를 올려둔다. 매 대회를 신청하면 그 대회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올려둔다. 습관처럼 하는 일이다.
참고 영상: 서울 마라톤에서 조심할 것 3가지와 풀 코스 말아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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