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6일 서울마라톤 풀코스를 5시간에 완주하고, 4월 청남대 100km 울트라 마라톤에서 51km 지점에서 대회가 중단된 이후 처음으로 대회에 나갔다. 포도로 유명한 대부도에서 열리는 안산 마라톤이다.
선배 한 명이 달리지 않는다고 연락이 왔다. 대회 이틀 전이다. 훈련 삼아 참가하기로 했다. 하프를 달려본 때가 가물가물하다. 아마 7월 말 엄청 더울 때가 아니었는지. 욕심부리지 말고 완주한다는 마음으로 달리자. 천천히 걷지 말고 즐기면서 말이다. 2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큰 대회는 꽤 경쟁적이다. 지방에서 열리는 작은 마라톤 대회는 경쟁이 없다. 아기자기하고 즐겁다. 마치 아이 때 해가 질세라 신나게 뛰어놀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아들이 어렸을 때 대부도 방파제와 섬 곳곳에 자주 갔다. 자린고비 바다낚시 회원으로 활동했고 많은 낚시꾼들과 어울렸다. 3교대를 하던 아내가 아침에 들어오면 아들을 데리고 먹을 것을 챙겨 바다로 갔다. 낚시도 하고, 등갈비를 구워 먹고 오후에 돌아왔다. 아들은 늘 재미있어했다. 불가사리를 잔뜩 잡아 방파제 위에 널어놓기도 했고, 우럭 새끼를 잡으면 바로 바다에 다시 돌려보냈다. 낚시 동호회에서 여러 활동을 했고, 컴퓨터 수리 판매 사업을 할 때였고, 아이와 같이 바다에 나가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 때가 바로 그 시절이었다.
가끔은 그 시절을 정말 내가 겪은 건지, 나에게 그런 시간이 있던 건지 의심이 들 때가 있다. 세상에 시간이 그렇게 빨리 가버리다니 하고 놀랄 때가 그렇다.
오늘 동호회에서 10명이 참가했다. 현자영자와 15km까지 페이스 6분 20초로 함께 달렸다. 어제 소백산을 다녀와 힘이 빠진 것처럼 보였다. 이제부터 혼자 달리라고 내팽개치고 1km 앞에 있는 선배 두 명을 향해 달렸다. 이때부터 힘을 낸다. 5분 20초 페이스로 5km를 달려 따라잡고 신나게 피니시라인을 향해 달렸다. 용자환자 선배처럼 꾸준히 훈련하는 사람을 이기기는 힘든데, 초반에 힘을 많이 아껴둔 이유로 가장 먼저 결슴점에 들어왔다. 2시간 06분 36초다.
아들 생일이라 함께 밥 먹기로 해서 일찍 집으로 돌아오려는데 만만치 않다. 30분 동안 123번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는 시화방조제를 건너 오이도역으로 향한다. 기껏 오후 1시인데도 많이 밀린다. 오이도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도착하니 3시였다. 씻고 정리하고 바로 3시 30분에 식당으로 간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이 3년에 일어날 일을 모두 겪은 것처럼 길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이야기를 하고, 각별한 친구 결혼식에 가고, 마라톤 대회에 다녀오고, 가족끼리 뭉쳤다. 사실 대단할 것도 없는데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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