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들에게 남은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같은 빠르기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남자 느낌엔 엄마의 시간은 짧게 남아서 아들의 시간보다 더 빠르게 줄어드는 것 같고, 남자의 시간은 조금 더 길게 남아서 조금 천천히 줄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큰 차이는 없다. 통계나 사실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 중의 제왕은 당연히 정규 분포다. 가운데가 우뚝 솟은 그래프다.
작년 6월 10일에 엄마는 혼자되셨다. 6월 민주항쟁 기념일이라 잊지는 않는다. 어머니를 돌볼 자식이 없으니 여러 방법을 전전했다. 올해 2월 26일 수요일에 누나와 남동생과 함께 요양원에 입소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보기에 엄마는 아직은 그곳에 계셔야 할 나이는 아닐 정도로 어리긴 했다. 엄마보다 먼저 와 계신 분들을 보니 그랬다.
남자가 보기에 엄마는 늘 잘 견디는 분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견디는 것은 아주 큰 고통을 소리 없이 참아내는 것이라서 엄마는 그 고통을 말없이 보낸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 가끔 그런 상황에 대해 불만을 아주 살짝 이야기하시는 적도 있지만, 실제 벌어지는 현실에서 어머니는 어떤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엄마는 어디에 시선을 주시는 걸까? 무얼 쳐다볼 때 기분이 좋은 걸까? 엄마의 시선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사람은 어차피 길들인 대로 살뿐이다. 남자도 그렇다. 인간이 처음부터 악하지 않은 것처럼, 우리가 약한 게 아니라 길들여지고, 익숙한 우리의 삶이 약한 거다. 만약에 다른 환경에서 살았다면 똑같은 상태로 늙어가지는 않았다. 이런 것을 명확하다고 말한다. 정확한 게 아니다.
나이가 든다는 건 괴로운 일이다. 아무리 포장을 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추켜세우고, 희망이나 즐거움을 찾는다 해도 이미 석양이라서 아주 주옥같은 일이다. 해결책은 바로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엄마가 여기 머무시는 동안 자주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생각과 말은 아무 소용이 없다.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설명하고 보여준다. 남자가 다른 사람에게 기대하는 모습이고, 남자가 살고 싶은 모습이다. 누군가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나의 첫 방: 엄마의 배 속, 깊은 자궁
나의 첫 식당: 엄마의 가슴
나의 첫 화장실: 엄마의 무릎
나의 첫 학교: 엄마의 부엌
나의 첫 선생님: 엄마
나의 첫 의사 : 엄마
나의 첫 체온계: 엄마의 손가락
내 첫 친구 : 엄마
내 첫 옷장: 엄마
나의 첫 번째 차량 : 엄마의 등.
우리 어머니들을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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