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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만남은 그리움이 깊은 만큼 짧았다.

지구빵집 2016. 12. 24.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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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만남은 그리움이 깊은 만큼 짧았다. 얼마나 오랜만에 만나는 건지 몰라 시간을 세지 않았다.

매주 금요일마다 있는 청주대학교 사물인터넷 통신 강의가 있는 날이다. 그리고 저녁에는 서울에서 약속이 있다. 강의를 한 시간 일찍 끝냈다. 오늘 모임이 있는 날이라 부지런히 가야 한다. 모임은 신사역 근처다. 서울에 있는 친구들과 모임을 가끔 하지만 늘 나오지 않던 그 여자가 나온다고 했다. 언제 마지막으로 만났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가끔 술 한잔 하고 전화 통화는 했는데 얼굴은 볼 수 없었다. 심지어 아주 가까운 매봉역 앞 회사를 다닐 때도 만날 생각을 못하였다. 드문드문 봤던 기억만 있다. 살아 있기나 한 건지. 어서 가야 했다. 신사역까지 어서 가야 했다. 밀리고, 막히고, 의도와는 다르게, 아니 의도를 멈추게 하려고 방해가 모든 방면으로 엄청나게 진행되고 있었다. 8시 반이 넘어 도착했다.

그 여자를 보았다. 늘 자신만만하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다. 너는 왜 늙지를 않는 건가. 신기하다. 신사역 근처 양꼬치구이에 옌타이 고량주를 한잔했다. 같이 나온 동창 남자애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시간을 가로질러 과거와 현재를 건너 많은 이야기와 함께 즐겁게 보냈다. 조금은 늦게 나온 나를 환영해 주고 마주 앉았다. 그녀는 늘 아름다웠다. 초등학교 때도 아름다운 그녀는 지금도 아름답다. 6명이 모였다가 1명이 상갓집에 간다고 일어섰다. 취기가 살며시 올라올 즈음 한 잔 더 하자며 일어섰다. 한 놈이 알고 있는 2차는 역삼역 근처 Bar에 가기로 하였다. 여자가 1명 있으니 가도 괜찮은 곳인가 보다 하고 따라갔다. 조용한 지하 1층에 위치한 곳이었다. 들어가니 손님은 우리밖에 없었다.

아담한 분위기에 10여 명이 앉아도 되는 자리에 앉았다. 술을 시키고 한 잔씩 마시는데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종업원 아가씨가 과일을 가지고 옆에 앉아서 깎기 시작했다. 요자를 가운데 두고 남자애들은 어릴 적 이야기와 지금 하는 일들에 대해 유쾌한 이야길 했다. 여자는 웃으면서 역시나 발랄하고 단호하면서 공감하듯 이야기를 잘했다. 종업원과 그 여자를 동시에 보는 내 감정은 이상했다. 5명의 남자에 둘러싸여 대화를 풀어나가는 여자에서 멀찍이 않아 과일을 깎으며 억지웃음을 짓는 아가씨를 보는데 가끔씩 여자를 쳐다보는 눈빛은 부러움의 눈빛 인지도 몰랐다. 얼큰하게 되어서 나오자마자 같은 건물에 있는 노래방으로 갔다.

그녀도 함께 갔다. 내가 기억하는 건 그 여자를 안고, 만지고, 탐색하고, 냄새 맡고,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대화를 꿈결처럼 나눈 것이 실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남자애들도 간간이 블루스를 추며 놀기도 하였다. 그리고 헤어졌다. 얼핏 역시나 나는 술에 취해 일어서고 먼저 말없이 나와서 집으로 갔나 보다. 언제나 그녀를 마지막까지 챙겨주지 못한다. 마음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엇갈린 적이 훨씬 많았다. 언제쯤이면 그럴 수 있을까? 당장 잠에서 깨든가, 개구리에서 변하든가, 야수에서 벗어나야 한다. 친구들과 잘 가라고 인사한 것도 기억이 난다. 늦은 시간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핸드폰을 노래방에 두고 왔나 보다. 어머니 생신이다. 오후에 청주를 갔다 와서 밤 10시에 노래방에 가서 핸드폰을 찾아왔다. 폰을 찾고 나서야 문자를 보았다. 그 여자가 오후 3시에 보낸 문자였다. 이렇게 늘 엇갈린다.

"잘 갔니? 얼굴 봐서 반가웠다."라고 문자가 왔다.

"잘 갔어 고맙구나. 오늘 걱정했다. 아침 일찍부터 있던 일정은 잘했는지. 좀 더 보살펴주지 못한 게 맘에 걸리고. 건강 조심하고 잘 지내. 너를 만나고 오면 세상이 온통 아름답다. 며칠간은..." 문자를 보냈다.

오늘 그 여자가 부른 노래가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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