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생각 바른 글

사랑하는 라퓨타가 떠났다. 사랑한다. 고맙다. 안녕~

지구빵집 2017. 1. 3.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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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puta 1999.10.25~2017.1.3

Together as a family 2001.3.6~2016.12.24
주행거리 156,179,000m (156,179Km)

작년 12월 24일 아침에 집 근처에서 아주 천천히 우회전하자마자 앞바퀴 축이 부러지면서 차가 섰다. 이제 이별할 때가 된 거로 생각했다. 마지막인데도 충성심을 발휘해 나를 지켜준 걸 생각하니 참. 오늘 자로 말소가 되고 폐차가 된 모양이다. 처음으로 슬픈 날이다.


차(Car)에 성별은 없다. 붙인다면 아마 그여자 정도면 좋겠다. 3월에 고등학교 입학하는 아들이 태어나던 해 3월에 만났다. 배가 부른 아내를 함께 데려다주고, 3일 후엔 아들을 데리고 함께 왔다. 

16년 동안 오랜 시간을 함께했고, 아주 먼 거리를 다녔고, 많은 일을 함께했다. 번호가 같은 차와 나란히 있기도 하고, 땅끝에 있는 마을도 데리고 갔다. 차에 들어갈 수 있는 모든 짐을 실었고, 차와 함께 하는 동안 일어나는 모든 일이 일어났다.


어떤 사람들은 차와 대화를 나눈다. 잘 가야 해~ 오늘 누가 탔는지 아니? 그래 얌전히. 하면서. 나는 늘 사랑한다고 말했다. 조금만 운전해도 수고했다고 말했다. 말만 했다. 보살펴주진 않았다. 차체가 녹이 슬고, 시커멓게 때가 차고, 새똥으로 뒤덮여도 그냥 대화만 했지 청소하고, 고치고, 수리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떠나고 나니 잘해주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그동안 너무나 고마웠고 눈물 나게 베푼 사랑에 감사한다. 잘 가라.


쇳물로 녹아, 녹슬어 분해되어 너의 전자와 입자들이 세상을 떠돌다 다시 내 옆에 존재하는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그때 내가 널 알아보마.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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