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하프 마라톤이 부담이 많이 되었나 봅니다. 접수는 덜컥 했는데 3개월 열심히 정모 나와서 훈련한 게 전부였고 일전에 잠실 철교까지 가는 길을 반은 뛰는둥 하고 반은 걷고 해서 갔다가 자봉하시는 분들 차가 먼저 떠나서 석원님하고 택시 타고 돌아온 일이 생각나기도 하고 이래 저래 처음 달리는 하프가 부담이 되었습니다.
대회 전 날은 잠도 안옵니다. 새벽 두시까지 어떻게 해~ 하면서 걱정하다가 4시 30에 일어나서 준비를 했죠. 5시 30분에 과천역으로 걸어가면서 잘 해보자. 걸어도 좋으니 완주가 목표니까 느긋하게 해보자고 결심하면서 지하철을 탓습니다. 삼각지역과 공덕역에서 갈아타고 광화문역에 도착할 때 보니 칸 안에 탓던 많은 사람들이 기념셔츠와 운동화를 신고 배낭을 맨 참가자들이었네요.
교보빌딩 앞에 가니 우리 동호회 회원 많은 분들이 벌써 오셔서 분주합니다. 광화문 대로는 촛불들고 몇번 와봤는데 이른 아침에 달리기 뛰러 오니 사람도 많고 아주 생소한 분위기였습니다. 배번 달고 이제 바지 벗어서 가방에 넣고 맡기면 되는데 긴장했나 봅니다. 대회 전주에 주문해서 온 반바지를 아침에 거꾸로 입었나 봅니다. 보니까 주머니가 반대로 되어 있었어요. 이런~ 잽싸게 가방 메고 탈의실로 달려갔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맡기고 오니 이미 다른 분들 모두 오셨고 인사나누고 하는데도 영 제 얼굴은 수심이 가득한듯 합니다. 모두 모여서 준비운동 하고 출발준비를 합니다. 일찍 신청해서 B 그룹을 받았지만 감독님의 페메 지도로 D그룹에서 유미화 횐님하고 같이 출발했습니다. 이종현 감독님이 함께 뛰면서 옆에서 매 키로를 뛸때마다 시간을 알려주시고, 반 정도 뛰었을 때는 스트레칭 체조도 하고, 오르막길은 뒤에서 밀어주시고 해주셔서 힘들지 않게 뛰었습니다. 주로 옆에서 응원하던 다양한 문화 공염팀보다 구령 붙여주시고, 오르막 내리막 달리는 방법 설명에, 급수대에서 물마시는 것 챙겨주시는 감독님 덕분에 무사히 완주한 것 같습니다.
유미화 회원님의 패기가 무섭군요. 참가 복장부터 패기, 달리는 동안 저는 급수대 마다 물이며, 음료수 다 마시고 쵸코파이도 두개씩 씹어먹고 달리다가 미화씨가 왜 빨리 안달리느냐고 혼나고 ㅎㅎ. 감독님은 10Km 지점부터 도봉구에 사신다는 직장인 젊은 여성까지 데리고 와서 3명을 지도하면서 달리시고 후반에 만난 성종 형님은 우리 클럽으로 영입하자고 또 같이 달리시고... ㅋ 달리는 내내 우역곡절이 많아서 너무 재미있는 첫 하프 완주 마라톤 대회였습니다.
두렵기도 하다가, 낮선 환경에 적응해 얼떨결에 하프를 달리게 되고, 다시 내일 모래 과천 마라톤에서 하프를 달리게 되었군요. 조금 더 두렵기도 하고, 힘들 것 같습니다. 이젠 혼자 달려야 되니까요. 그래도 아침에 나가면 두려움은 눈녹듯 사라지고 완주가 목표니까 느긋하게 해보자 이런 마음이 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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