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생각 바른 글

그를 가르치는 일은 두렵고 슬픈 일이다. 남자에게 명상과 달리기를 가르치고 있다.

지구빵집 2017. 10. 23. 13:24
반응형

 

그를 가르치는 일은 두렵고 슬픈 일이다. 남자에게 명상과 달리기를 가르치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이렇게 다시 만날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우연으로 시작되는 일들은 놀라움과 기쁨으로 가득차 있으면서도, 잔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는 오래 가끔 만나는 친구다. 그를 만나 이야기 하다 보면 두려움과 고민이 사라지고 평화를 느끼게 된다. 막혔던 숨이 갑자기 쉬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난 그에게 시간 날 때마다 명상과 마라톤을 가르치고 있다. 명상은 방법을 알려주고 책을 같이 읽고, 확인도 하고 꾸준히 하라고 말한다. 달리기는 정기모임에 나와서 함께 달리기도 한다. 그는 교육이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가르침을 제대로 받는 성격이 아니다. 무엇이든 잘 배우고, 익히는 사람에게 무얼 가르칠 수 있을까. 단지 내가 잘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할 뿐이다.

 

명상을 가르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자세, 호흡, 몰입의 정도, 마음을 비우는 과정 등 모든 면에서 나보다 잘 할 것이다. 그의 배움에는 규칙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보처럼 배우는 모습이 그렇다. 앉는 법, 손 모양, 눈은 감는지, 시간은 얼마 동안 해야 하는지, 알람이 필요한지, 소리를 울리는지, 빛이 있어야 하는지, 호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같은 것들을 물어 온다. 알려준 대로 따라하면 되는 것을 끊임 없이 질문한다. 나의 인내를 시험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는 그러면서 더욱 높은 상태에 도달하고자 하는 건지도 모른다. 

 

남자는 내가 잘 알고 있는 것들을 무리해서라도 배우려고 한다. 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차에 대해 이야기 하고, 서로 가르치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한다. 남자는 스펀지처럼 모든 가르침을 빨아들인다. 남자는 그런다고 지나간 세월에 대한 모자이크가 맞추어 지지 않을 거란 걸 알까. 남자는 나의 일을 묻지는 않는다.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일로 바쁘게 지내는 지 묻지 않는다. 언제가 알게 될 테지만, 사실 알 필요도 없겠지만, 남자는 참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그에게 마라톤을 가르친 지 8개월이 지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남자는 늘 느렸다. 사람을 만나고 알아가는 것도 느렸고, 달리기를 배우는 것도 느렸다. 일부러 천천히 달리는 건지, 사람이 좋은 건지, 운동을 하러 왔는지, 저렇게 해서 한 가족 건사는 하는 건지, 보기에 정말 답답하다. 그가 나보다 잘 뛸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처음 훈련중에 나와 무턱대고 달리던 때는 무릎이 아프다며 고생을 했다. 하루가 다르게 달리기 실력이 늘고 있다. 달리기에 탄력이 붙게 되고, 자세가 잡히면 그 남자는 나보다 더 빨리 더 멀리 더 오랫동안 달릴 것이다. 그를 가르치는 일은 슬프고도, 두려운 일이다. 겁나는 것은 그런 게 아니다. 나보다 더 잘하게 되어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게 행동하는 영리함이 나에게는 비참한 마음이 들게 한다.

 

그와 함께 어떤 걸 해도 항상 더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와 함께 술을 더 자주 마시고, 더 오랫동안  놀고, 그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더 자주 재미있는 일들을 하길 바랄 뿐이다. 가을이 어느새 왔다. 이 가을이 길었으면 좋겠다. -見河-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