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다시 안 만났더라면 좋았을걸."
남자는 행복감의 토로를 후회처럼 말하는 능력을 가졌다. 여자의 얼굴을 보면서 마치 과분한 행운을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는 "여기 안 와야 했는데..." 하고, 함께 가지 못하는 자리에 가서는 "하~ 여기를 나 혼자 오다니 미쳤다."라고 메시지를 보낸다.
바쁘게 살다가 만나면 잘 지낸다는 말을 이렇게 한다. "나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거니?"
"왜 그렇게 말해?" 여자는 술잔을 한 바퀴 돌리면서 물었다.
"아냐,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잘 모르겠어. 꿈을 꾸는 중이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살아." 먼 곳을 쳐다보며 남자가 말했다.
"네가 오고 싶어서 온 거야. 나도 물론 원했지만, 네가 오지 않았다면 어쩔 수 없었고, 네가 오기 싫어하면서 억지로 온 건 아니쟎아? 안 그래?"
"알아. 맞아. 내가 오고 싶어서 온 거야. 그래서 가끔 후회돼.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인생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도 몰랐을 거고, 다들 그렇게 사는 게 인생의 정답이라고 생각했을 거고, 참으면서 죽어가면 그만이고, 그러면 후회도 없었을 거고..." 여자의 손을 만지며 남자가 말했다.
현실을 잊고 싶어서 억지로 내뱉는 말일지도 모른다. 잊고 싶은 일이 자기만 있는 줄 아는 건지. 남자는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다. 더 내려 놓을 게 없으니 가지고 있는 것들을 절대 놓을 사람은 아니다. 여자는 훅하고 바람을 내뿜듯이 조용하게 말했다. 중요한 말을 할 때면 늘 하는 버릇이다.
"얘, 자기가 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큰 차이가 있어. 네가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했지. 그게 진심인 것도 알아. 하지만 진심이라고 해서 그게 꼭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법은 없어."
사랑했지만, 함께 가기엔 위험했던 세상. 우린 가지 못한 게 아니라 안 간 것이다. 책임감이 강했고, 연약했다. 세상이 박살이 났다. (참고-김영하 '오직 두사람' 中 인생의 원점 p92) -見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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