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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모음

흰 바람벽이 있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詩




흰 바람벽이 있어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샷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을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느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아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골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위키백과 참고 https://namu.wiki/w/%EB%B0%B1%EC%84%9D(%EC%8B%9C%EC%9D%B8)

또 다른 위키백과 r70판 https://namu.wiki/w/%EB%B0%B1%EC%84%9D?rev=70?noredirect=1 


-그의 연보를 보면 1957년 46세까지의 활동이 나와 있고 1963년 52세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이 소식을 들은 일본의 시인 노리다께 가스오는 백석을 추모하는 시를 발표했다고 하는데 실제 사망은 1995년 84세로 나와 있다. 그렇다면 1963년에서 1995년까지 32년이라는 그 긴 세월동안 동안 그는 무엇을 했을까. 그동안 빛나는 시들을 얼마나 많이 쏟아냈을까. 그 시들은 어디 있을까?  출처 :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285860


-당시 백석이 살던 동네는 집성촌이었는데 백인제 다름아닌 의사양반(...), 백낙준과 친척이었다.


-당시 말 한 필이 5원 이었는데 백석의 시집 사슴이 2원 정도였다고 한다. 1936년 1월 100부 한정 판매를 하였는데 시인 윤동주는 이 책을 구하지 못해 학교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이 시집을 베껴 썼고, 그 필사본을 항상 가지고 다녔다 한다. 백석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와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 을 살펴보면 윤동주가 백석을 얼마나 좋아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17]. 그리고 흰 당나귀는 백석과 윤동주 모두 좋아하는 이미지인데 프랑시스 잠이 좋아하는 이미지라 한다.


-통영을 아주 좋아했던 시인. 통영에 사랑하는 여인인 란이 살았기 때문이다.


-독일어, 영어, 러시아어에 능통하였던 어학의 천재라고 한다. 월북 이후 번역국에서 일하면서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니콜라이 고골 ,레프 톨스토이, 안톤 체호프 등 다양한 러시아 문학을 번역하여 북한에 소개했다.


-여성관계를 찾아보자면 대표작 중의 하나인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거론된다. 이 시에서 나타샤가 누구인가에 대해 이견이 많은 편이다. 일단 '나타샤'는 톨스토이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중 하나이다. 문제는 그 나타샤로 누구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냐는 것. 또는 '나타샤'가 일반적인 러시아의 여성들을 일컬는 이름-우리나라의 '영희' '주희' 등과 같이-이므로 특정 여성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백석의 연애 상대로 김진세(백석의 제자)의 누이, 란(蘭), 자야(子夜)라고 불렸던 기생 출신 김진향 씨가 있다. 본명이 김영한으로 진향은 기명(기생의 호칭). 자야 여사가 호기심에 함흥 시내 번화가로 나들이 갔다가 일본인이 경영하는 히라다 백화점 책방에서 문예춘추, 여원, 자야오가라는 책을 사가지고 와서 백석 시인에게 보였는데 그때 지어준 이름으로 자야는 백석 시인과 김진향 여사 사이에만 통하는 애칭이 되었다. 여담으로 자야는 광복 후에 대원각이라는 큰 요정을 운영했는데, 말년에 법정 스님에게 요정 전체를 시주해서 지금은 길상사라는 절로 바뀌어 있다. 생전에 '1000억 원이란 돈도 그 사람의 시 한줄만 못하다', (언제 백석에 대한 생각이 많이 나느냐는 질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데 때가 어디 있나.'라고 할 정도로 백석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시인 안도현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기도 하다. 그가 좋아하는 마음을 담아 쓴 책이 바로 백석 평전이다.


-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으면 다음 사이트들을 참조할 것.사이트1사이트2 사진자료는 여기에서 참조할 것.

http://www.arama.kr/index.php?mid=poem&category=10607


-2011년 근대서지학회에서 발간하는 근대서지 2호에 백석의 미발표 번역시 167편이 발표되었다. 백석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은 찾아보자.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와 네이버 인물 소개에 나온 그의 사진을 보면 정말 잘 생겼다. 저런 머리를 하고도 잘생기다니 역시 헤완얼 키도 큰 편이라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게다가 이 분은 근 100년전 사람인데 지금 기준에서도 잘 생긴 편에 속한다! 키도 185cm으로 현재 기준으로도 상당한 장신. 황순원, 윤동주와 함께 현대문학 3대 얼짱이라 카더라.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燒酒를 마신다 

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국수


- 백 석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사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느 양지귀 혹은 능달쪽 외따른 산 옆 은댕이 예데가리 밭에서

   하로밤 뽀오얀 흰김 속에 접시귀 소기름불이 뿌우현 부엌에

   산멍에 같은 분틀을 타고 오는 것이다.

   이것은 아득한 녯날 한가하고 즐겁든 세월로부터

   실 같은 봄비 속을 타는 듯한 녀름 속을 지나서 들쿠레한 구시월 갈바람 속을 지나서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의젓한 마음을 지나서 텁텀한 꿈을 지나서

   지붕에 마당에 우물 둔덩에 함박눈이 푹푹 쌓이는 여늬 하로밤

   아베 앞에 그 어린 아들 앞에 아베 앞에는 왕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기사발에 그득히 사리워오는 것이다.

   이것은 그 곰의 잔등에 업혀서 길러났다는 먼 녯적 큰 마니가

   또 그 집등색이에 서서 자채기를 하면 산넘엣 마을까지 들렸다는

   먼 옛적 큰아바지기 오는 것같이 오는 것이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끊는 아루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枯淡)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 백 석 -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나는 춥고, 누굿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 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도 않고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새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장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은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어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 <학풍>(1948) -



축복 


이 먼 타관에 온 낯설은 손을 
이른 새벽부터 집으로 청하는 이웃 있도다. 

어린것의 첫생일이니 
어린 것 위해 축복 베풀려는 이웃 있도다. 

이깔나무 대들보 굵기도 한 집엔 
정주에, 큰방에, 아이 어른-이웃들이 그득히들 모였는데, 
주인은 감자 국수 눌러, 토장국에 말고 
콩나물 갓김치를 얹어 대접을 한다. 

내 들으니 이 집 주인은 고아로 자라난 사람, 
이 집 안주인 또한 고아로 자라난 사람. 
오직 당과 조국의 품안에서 
당과 조국을 어버이로 하고 자라난 사람들. 

그들의 목숨도 사랑도 그리고 생활도 
당과 조국에서 받은 것이어라. 
그리고 그들의 귀한 한 점 혈육도 
당과 조국에서 받은 것이어라. 
이 아침, 감자국수를 누르고, 콩나물 데워 
이웃 사람들을 대접하는 이 집 주인들의 마음에, 
이 아침 콩나물을 놓은 감자국수를 마주하여 
이 집 주인들의 대접을 받는 이웃 사람들의  마음에 
가득히 차오르는 것은 어린아이에 대한 간절한 축복 
그리고 당과 조국의 은혜에 대한 한량 없는 감사. 

나도 이 아침 축복 받는 어린 것을 바라보며, 
당과 조국의 은혜속에 태여난 이 어린 생명이 
당과 조국의 은혜 속에 길고 탈 없는 
  한평생을 누리기와, 
그 한평생이 당과 조국을 기쁘게 하는 
  한평생이 되기를 비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