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내리는 눈을 이르는 말. 눈이 눈이 아니구나.
(1) 첫눈: 그해 겨울에 처음으로 내리는 눈 (북한: 햇눈)
첫눈을 북한에서는 ‘햇눈’이라고 한다. 밤사이에 몰래 내리는 눈을 ‘도둑눈’이라고 하고, 밤에 내리는 눈을 ‘밤눈’이라고 한다.
(2) 도둑눈: 밤사이에 사람들이 모르게 내린 눈 ≒도적눈
(3) 밤눈: 밤에 내리는 눈 ≒야설(夜雪)
눈이 온 상태 그대로의 깨끗한 눈을 ‘숫눈’ 또는 ‘생눈’이라고 한다.
(4) 숫눈: 눈이 와서 쌓인 상태 그대로의 깨끗한 눈
(5) 생눈(生-): 내린 뒤에 밟지 않아서 녹지 않은 채로 고스란히 있는 눈
설날에 내리는 눈은 ‘설눈’이고, 봄에 오는 눈은 ‘봄눈’이다.
(6) 풋눈: 초겨울에 들어서 조금 내린 눈
(7) 설눈: 설날에 내리는 눈
(8) 봄눈: 봄철에 오는 눈 ≒춘설(春雪)
눈이 오는 모양에 따라서도 가랑눈, 가루눈, 마른눈이 있고, 가늘고 성기게 내리는 ‘포슬눈’이 있는가 하면 굵고 탐스럽게 내리는 ‘함박눈’이 있다.
(9) 가랑눈: 조금씩 잘게 내리는 눈
(10) 가루눈: 가루 모양으로 내리는 눈
(11) 마른눈: 비가 섞이지 않고 내리는 눈
(12) 포슬눈: 가늘고 성기게 내리는 눈
(13) 함박눈: 굵고 탐스럽게 내리는 눈
갑자기 내리는 눈을 이르는 말에는 ‘소낙눈, 싸락눈, 폭설’이 있다.
(14) 소나기눈/소낙눈: 갑자기 세차게 쏟아지다가 곧 그치는 눈
(15) 싸라기눈/싸락눈: 빗방울이 갑자기 찬바람을 만나 얼어 떨어지는 쌀알 같은 눈 ≒싸라기
(16) 폭설(暴雪): 갑자기 많이 내리는 눈
겨울 발자국이 날 만큼 적게 내린 ‘자국눈’이 있는가 하면 발등까지 빠질 만한 ‘발등눈’이 있고, 한 자(약 30.3cm)쯤 쌓인 ‘잣눈’, 한 길 만큼 쌓인 ‘길눈’이 있다. 한 길이 사람 키 정도의 길이니까 엄청나게 많이 쌓인 눈을 나타낸다고 하겠다. ‘길눈’이 온다면 여러 마을이 고립될 것이다, 만화에서처럼. 아이들이 좋아하겠다.
(17) 자국눈: 겨우 발자국이 날 만큼 적게 내린 눈
(18) 발등눈: 발등까지 빠질 정도로 비교적 많이 내린 눈
(19) 잣눈: 많이 쌓인 눈 ≒척설(尺雪)
(20) 길눈: 한 길이 될 만큼 많이 쌓인 눈
눈이 오래 쌓여 있어서 잘 녹지 않는 눈을 ‘쇠눈’이라고 하고, 늘 녹지 않고 쌓여 있는 ‘만년설’도 있다. 눈이 오래 쌓여 있다 보면 얼음처럼 되기도 하는데 이것을 ‘묵은눈’이라고 한다.
(21) 쇠눈: 쌓이고 다져져서 잘 녹지 않는 눈
(22) 만년설(萬年雪): 아주 추운 지방이나 높은 산지에 언제나 녹지 아니하고 쌓여 있는 눈 ≒만년눈
(23) 묵은눈: 쌓인 눈이 오랫동안 녹지 않고 얼음처럼 된 것
그래도 눈은 겨울철에 쌓여 있다가도 따뜻한 기운에 녹기 마련이고 또 녹아야 한다. 이렇게 눈이 녹는 현상을 ‘눈석임’이라고 한다.
(24) 눈석임하다: 쌓인 눈이 속으로 녹아 스러지다
(25) 눈석임: 쌓인 눈이 속으로 녹아 스러짐
(26) 눈석임물: 쌓인 눈이 속으로 녹아서 흐르는 물
(27) 석다: 쌓인 눈이 속으로 녹다
예) 도둑눈이 함박눈으로 와서 길눈이 숫눈으로 쌓여 있다가 동이 트자 우리를 며칠 째 기쁘게 하더니 따뜻한 기운에 어느새 석어 눈석임으로 스러졌다. 그렇게 우리 곁을 말없이 왔다 가는 하얀 눈의 희생이 아름답기만 하다.
김형배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문학박사
글 출처 : http://www.hangyo.com/mobile/article.html?no=46048 <살려 쓸 우리말>㊲도둑눈이 길눈으로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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