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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 41.195km를 달렸다. 처음 완주한 느낌, 조금은 아프지만 4번째 완주. 2018년 동아일보 국제마라톤 대회

지구빵집 2018. 3. 2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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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 41.195km를 달렸다. 처음 완주한 느낌, 조금은 아프지만 4번째 완주. 2018년 동아일보 국제마라톤 대회


3월 18일 일요일 아침 8시 낮게 내려앉은 하늘. 89회 서울 국제 동아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매년 3월에 열린다. 동아일보 마라톤 역사를 잠깐 보았다. 1931년 3월 1회 마라톤 경주회가 열렸다. 코스는 서울~영등포간 14마일 반(23.2km) 을 뛰었다. 그러다가 1941~1953년 까지 일제의 언론탄압과 전쟁으로 14년간 중단된 적이 있다. 양정고보의 손기정, 이홍렬(경희대), 황영조, 김완기, 이봉주(코오롱) 선수까지 내노라 하는 한국의 여자, 남자 마라톤 선수들이 거쳐간 대회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역사를 자랑하는 대회라는 것을 아침 배동성 아나운서의 설명을 듣고 알았다. 배동성 아나운서는 마라톤 전문 앵커다. 그것도 춘천, 동아, 중앙마라톤 등 큰 대회만 전문으로 중계를 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케냐 특급’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30·청양군청)가 2018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9회 동아마라톤 국제부문 남자부 우승을 하였다. 에루페는 2012년 대회에서 2시간05분37초로 전체 국내대회 통틀어 사상 첫 2시간05분대 기록을 세운 검증된 철인이다. 2016년 대회에서는 2시간05분13초로 대회 최고기록이자 역시 국내개최 대회 최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아침 5시에 일어나 떡과 고구마로 아침 식사를 했다. 그동안 몇 번의 경주가 있는 날 아침에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아니 무얼 어떻게 먹어야 하는 지 몰라서 먹지 않았다. 뛰다보면 배가 고팠다. 그리고 나서야 아침을 약간은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은 고등학교 2학년 아들하고 같이 풀코스를 뛰기로 했다. 몇 달 전부터 풀코스 달리면 용돈을 준다고 꼬드겼더니 달리겠다고 했다. 매주 토요일 오전에 훈련하는 날에 함께 가자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한 번도 같이 운동한 적이 없다. 억지로 데리고 나가지 않아서 아들에게 완주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한번도 장거리를 뛰지 않으면 힘들기 때문에 10km나 하프 정도 달리면 포기하겠지 하고 생각했다. 아들과 함께 택시를 타고 광화문으로 나갔다.


장거리 경주를 하기에 좋은 날씨라던데 좀 추웠다. 2018년 처음으로 열리는 큰 마라톤 행사라서 광화문은 시끌벅적했다. 촛불 들고 집회에 나온 적이 많아서 광화문 대로변을 거닐어도 큰 감흥은 없었다. 달릴때는 좀 다르겠지만 말이다. 모임 장소로 갔다. 옷을 갈아입고 7시 30분까지 짐을 맡겨야 한다. 짐을 싣느라 분주한 차량에 짐을 맡긴다. 선수들의 짐을 실은 차량은 대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골인 지점인 잠실 종합운동장으로 간다. 아들은 운동화도 없었다. 내 운동화를 신었는데 너무 작았다. 급한대로 운동화를 파는 가게에서 사서 신겼다. 발이 편한 모양이다. 


방송 구령에 맞춰 체조를 하면서 몸을 조금씩 풀어준다. 화장실을 다녀왔더니 모두 D그룹으로 이동했다. 출발 그룹에 가보니 아들이 없다. 배번에 E그룹이라고 되어 있어서 그리로 보낸 모양이다. 아니 처음으로 뛰는 애를 어느 정도는 같이 데리고 가야지 혼자 뛰게 보내다니. 이런 애를 찾아야 했다. 대회에 참가하는 전체 인원이 3만 8천명 정도 된다. 그룹 별로 출발 장소가 정해진다. 아이를 찾기 위해 E그룹으로 갔다. 8차선 도로에 가득찬 사람들에서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옆에 화단위로 올라갔다. 사람을 찾을 때는 높은 곳으로 가서 찾아야 한다. 앞부터 죽 둘러봤다. 키도 좀 큰편이라 혼자 서있는 게 보인다. 찾았다. 동료들 옆으로 데리고 간다.


늘 하던 대로 머리와 가슴, 다리를 쓰다듬으며 이야기 한다. 오늘도 나를 부탁한다. 내가 열심히 달릴테니 너도 좀 도와줄래. 하면서 차분하게 힘을 뺀다. 아직도 훈련할 때 힘이 어깨에 잔뜩 들어간다. 출발이다. 광화문에서 출발해 시청을 지나 동대문 역사문화 공원 앞에서 돌아 다시 종각으로 온다. 청계천을 따라 다시 긴 거리를 왕복하고 종로 흥인지문 앞으로 해서 신설동 오거리, 신답지하차도, 군자역, 어린이 대공원 사거리, 성동교사거리, 서울숲입구를 지나 잠실대교를 건너서 잠실 종합운동장까지 가는 코스다. 한강 북쪽을 크게 돌아 달린다. 


아이는 잘 달렸다. 처음으로 달려보는 마라톤 경주일텐데 힘든 기색없이 잘 달린다. 중간 중간 몇 번이나 그만 두겠지 하고 생각했다. 하프 21km가 넘으면서 지하철역이 보이면 그만 뛰어도 좋으니 가도 괜찮다고 했다. 아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32킬로미터 지점까지 함께 달렸다. 시간을 좀 당겨보려고 속도를 내었지만 몸이 힘들어 한다. 아이는 끝까지 달려서 무사히 완주했다. 아이가 18살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정을 떼려고 부단히 걱정을 하게 만드는 나이다. 집요한 구석이 있다. 크는게 아까울 정도로 어느새 아이는 성장했지만, 아이와 함께 사는 어른은 성숙하지 않았다. 시도 때도 없이 나에게 뽀뽀를 잘했던 아이였다. 어릴때는 아빠라면 사족을 못쓰는 그런 아이였다. 2살부터 8살까지 6년을 돌본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경력이 단절되었던 때였고 자영업을 하면서 애를 키웠다. 그런 아이가 로미오나 춘향이 나이를 훌쩍 넘어섰다.


도시들은 숨막히고 답답하지만 그것은 외지인의 눈에 그렇다. 늘 도심에서 지내는 사람들은 어딘가 떠날 때 한번씩 드는 생각이다. 달리는 동안 서울 도심의 거리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마치 긴 터널이나 강변도로를 달리는 듯했다. 400미터 운동장을 105바퀴 도는 일이었다. 즐겁게 달렸다. 지치지도 않았다. 달리는 일이 즐거운 일이 되어간다. 이제야 조금이나마 달리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었다. 호흡을 고르고 공기를 양껏 들이 마시고 길게 내뱉는다. 끝까지 달려 무사히 완주하였다. 4시간 34분 기록이다. 아이의 기록은 4시간 46분이다. 잘 달렸다. 아이가 자랑스러웠다. 


오늘 자봉은 여러 회원님들이 수고해주셨다. 감독은 광화문 까지 아침 일찍 오셔서 사진 찍고 점검하면서 회원 모두를 챙겨주었다. 대회 하루 전에 설치한 천막과 현수막 뒤로 뒤풀이 장소가 보인다. 김치전, 오뎅탕, 홍어 등 먹을 음식들을 챙기시는 최고의 주방장님이 계신다. 많은 거리를 달리든 아니든, 경주에 참가했든 아니든 모두에게 기쁘고 좋은 날이다. 달리는 일 하나로 가슴 뭉클하게 바라보는 동료들이 있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작년에 가입하자마자 고구려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그때 자봉을 했다. 텐트 지키고 사진도 찍고 기다렸다. 동아마라톤 때는 이사하고 집안 정리하느라 자봉도 하지 못했다. 이제 1년 하고 조금 지났다. 4번째 완주였다. 겨우 한 번의 四季를 보냈다. 모든 계절이 바라보는 게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날이었다. 양재천, 달리는 주로, 도심의 거리 모두가 소중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했다. 담담하게 서두르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끊임없이 달려가는 일을 생각했다. -見河 -



마라톤 코스지도와 기록 그리고 사진들을 아래에 보관하기로 한다.





대회기록

04:34:27


구간 기록 


구간명

통과시간
구간기록
출발
08:21:07
-
5K
08:53:37
00:32:31
10K
09:25:47
00:32:11
15K
09:58:31
00:32:44
20K
10:30:31
00:32:01
하프
10:36:23
00:05:53
25K
11:01:52
00:25:29
30K
11:34:04
00:32:13
35K
12:06:57
00:32:53
40K
12:40:24
00:33:27
도착
12:55:33
00: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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