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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남대 울트라 마라톤 대회. 도전하기 전까지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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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14~15일 16회 청남대 100km 울트라 마라톤 불멸의 도전

 

"비록 완주하진 못했지만 아주 새롭고 놀라운 매우 만족스러운 경험 "

 

 

"100km라고? 그것도 16시간 동안? 미쳤냐?" 

 

청남대 100km 울트라 마라톤에 접수하기 전까지 했던 말이다. 아직 초보 러너 이기도 하고, 밤을 꼬박 새워가며 100km를 뛴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울트라마라톤은 마라톤 풀코스인 42.195km(26.2마일) 혹은 45,760야드 이상의 거리를 달리는 종목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울트라마라톤은 2가지 방식이 존재한다. 하나는 시간에 관계없이 정해진 거리를 달리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정해진 시간을 달리는 것이다. 정해진 거리는 하프마라톤 등과 같이 우리에게도 익숙한 방식이지만 정해진 시간을 달리는 것은 약간은 낯설다. 정해진 시간에 일정한 거리를 완주해야 하는 방식이다.  

 

16번 째로 열리는 청남대 울트라 마라톤은 서바이벌 울트라 마라톤의 성격으로 토요일 오후 4시에 출발해서 다음 날인 일요일 오전 8시까지 골인 지점에 들어오는 경주이다. 16시간이라는 제한이 있고, 25km, 62.5km, 84.6km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도달해야 그다음으로 진행할 수 있다. 시간 내에 들어오지 못하면 달리고 싶어도 못 달린다. 출발점이나 집으로 가야 한다. 시간당 8km를 달리는 속도로 100km를 달려야 한다.

 

토요일 아침 모두 모였다. 충분한 준비를 위해 11시경 출발한다. 청남대 도착 후 배번을 받고, 점심 식사를 한다. 작년에 이어 출전한 선배님들은 여유 있어 보이는데 처음 참가하는 우리는 긴장한 모습이다. 마음을 잡아 보는데 영 꺼림칙한 게 말도 행동도 불편하다. 일단 배를 든든하게 채워야 한다. 두 번씩 식판을 비운다. 오후 4시에 드디어 출발이다. 이제부턴 무조건 천천히 뛰는 일만 남았다.

 

출발 시간이 되어 그친 비로 날씨는 추웠다. 꽃들은 많이 지었지만 날씨가 바쳐주지 않으니 이쁜 줄도 모르겠다. 아님 심리적으로 긴장되어 눈에 들어오지 않는지도 모른다. 25km를 달려 체크 포인트에 도착하니 떡과 물을 나누어 준다. 너무 빨리 달린 감이 있다. 추위에 떨면서 떡을 먹고 바로 출발한다. 팀에서 가장 먼저 도착했는데 사실 그럴 필요도 없는 일이다. 천천히 오래 달려야 하는 경기를 그렇게 서둘러 오다니, 조금 작전에 차질이 생긴다. 날은 벌써 어둑해졌다. 굽이 굽이 산길을 넘고 넘어, 달리는 차들도 별로 없지만 조심조심, 헤드랜턴과 깜빡이에 의지해 밤길을 달린다. 

 

새벽 1시에는 반드시 62.5km 체크 포인트에 도착해야 그다음 달릴지 말지를 결정이라도 할 수 있다. 산길이라 가로등도 별로 없다. 민가나 그린하우스가 나오기는 하는데 온통 개들이 짖어댄다. 사고 방지를 위해 부착한 빨강, 녹색 깜박이는 긴 행렬을 이루어 보면 어지러워 애써 보지 않는다. 졸음이 쏟아진다. 약간의 GPS 착오로 여유 있게 달리는 길이 갑자기 빨라졌다. 새벽 1시에서 2분을 남기도 전력 질주하여 무사히 62.5km 지점에 들어왔다. 이젠 결정을 해야 한다.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무릎이 아파 언덕의 내리막은 걷고, 오르막도 힘들게 걸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또 오른쪽 발뒤꿈치가 아파온다. 미역국을 처량하고 최대한 불쌍하게 두 그룻을 비워본다. 잠시 쉬고 양말을 갈아 신고, 신발을 고쳐 매고 다시 준비를 해보지만 뛰기 싫고, 여기서 그만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주저하고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다가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제일 마지막으로 일어나 출발한다. 춥고 온 몸이 굳어있고 무릎과 아픈 발목이 불쌍했다.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 하~ 왜 내가 마라톤을 시작했나." 

 

한숨을 내쉰다. 나를 여기 데려온 인간이 갑자기 미워졌다. 마지막으로 출발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또 달려간다. 무서웠다. 한참 앞에 마지막으로 보이는 두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거기 앞에 가는 분들, 같이 가요" 

 

듣지 못했는지 빨간 깜빡이가 계속 이리저리 흔들린다. 부지런히  쫓아간다. 여기서 낙오되면 어찌할 방법이 없다. 방금 회수차가 중단한 사람들을 버스에 싣고 청남대로 출발했다. 한참을 뛰어갔다. 1km 달렸나 싶다. 창문을 열고 지나가던 승용차가 저 앞에 선다. 밤새워 우리를 위해 자봉을 하는 형님차다. 렬자 총무가 나를 발견하더니 그만 뛰라고 한다. 부상당하면 안 된다고 했다. 다음에 또 도전해보자고 한다.

 

"하~ 구세주를 만났네. 그래, 그래야겠지?" 

 

때로는 중단하는 일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오히려 더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순간순간 우리는 너무 잘 올라가고, 내려올 줄 모르고, 어디서 끝내야 할지 몰라서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달리고 싶었다. 솔직히 달리는 내내 여기에 두 번 다시 오기 싫었다. 중간에 포기하고 다시 도전한 다는 것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중간중간 체크 포인트에 도착하기 전에는 오기를 부렸다. 

 

"이번에 끝내자. 이곳을 달리는 것은 이날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게 하자. 두 번 다시 오기 싫다."

 

고 말하며 이를 악물고 달려왔다. 그렇다고 사랑하는 나 자신과 싸우지는 않았다. 평화로운 타협을 원한다. 왜 자신과 싸우는가? 모든 분야의 일에는 구력이라는 게 있다. 특히 운동은 그 사람이 얼마나 오랫동안 같은 운동을 해왔는지가 실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중요해 보이지 않아도 울트라 마라톤 같은 특별한 환경과 특별한 경험에는 중요한 요소다. 난 아직 구력이 낮다. 이제 겨우 초보를 떼고 이제 막 새로운 첫 번째 도전에서 무얼 그리 큰 것을 이루려고 하는가? 하는 질문을 내게 했다. 아쉬움이 밀려왔지만 정직한 몸을 따르자고 위안했다. 처음 도전이고, 아직 완주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안심시켰다. 여기서 중단해야 했다. 64km를 달렸다는 공식 기록으로 만족하자고 했다. 

 

일주일 동안 회복하는 날들은 계단을 오르내리지 못했다. 두 다리는 마치 굽어지는 관절이 없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자 부상은 씻은 듯이 좋아졌다. 겨우 일주일이 지나는 동안 3년 전에 뛴 것처럼 느낌이 그랬다. 정말 오래전에 달린 듯한 느낌이었다. 이상하리만치 시간은 한참 미래로 데려다주었다. 대단히 만족스럽고 뿌듯한 울트라 마라톤 첫 경험이었다. 함께 달리고 완주한 동료들을 축하했다. 모임에서 11명이 출전해 6명이 완주했는데, 4명이 여성이었다. 우리 팀은 모두 중단했다. 

 

그리고 중요한 일이 남았고 해야 할 일이다. 늘 올라가려고 했다. 내려갈 줄을 모르고 얻고 이루는 것에 집착했다. 사실은 내려가는 일을 잘 배워야 했다. 

 

"넌 욕심도  많고 올라가려고만 하지. 내려갈 줄을 몰라." 가파른 언덕을 걸어 넘어가는 중에 여자가 말한다. 비난은 아니지만 비난으로 들었다.

 

"어서 와, 손 잡아!" 여자가 말했다. 장갑 낀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으면 오르막길이 쉬운 듯해서 손을 잡았다. 내 손을 잡아 끈다. 꼭 붙잡고 자기랑 함께 가자고 한다. 손을 잡고 한참을 걸었다. 따뜻했다.

 

"욕심? 내게  무슨 욕심이 있다고, 욕심인가? 삶의  물적 토대가 적당히 있기를 바라는 게  욕심인가? 내가 어딜 올라가는데? 세상에 내가 올라가 볼 데가 있기는 한 거야?" 나는 생각했다. 말은 하지 않았다.

 

잘 내려가야 한다. 이제부턴 잘 내려가는 일을 우선 생각하려 한다. -見河

 

 

청남대 울트라 마라톤 홈페이지와 울트라 마라톤 소개 페이지

 

울트라 마라톤 이란? - http://www.marathon.pe.kr/ultra/whatsultra.html

 

청남대 울트라 마라톤 홈페이지 - http://cndu.org/

 

청남대 블로그-완주 사진 모아놓은 곳 16회. https://blog.daum.net/cjkim7348/ 

 

블로그에 보면 우리가 출전한 16회 완주자 사진이 많이 올라와 있다. 서배 형님은 매년 출전하니 목록 5번에도 있고 우리 팀은 주로 27, 28, 29에 있고, 일찍 달린 재천 형님은 32번에 있다. 구자 15:42분, 희자 15:37분  

 

청남대 울트라 마라톤 주로와 거리, 고저도 자료. 정리하는 데도 웃음이 자꾸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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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좋은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