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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네 곁에 없어도 슬프지 않기를 바래. 지나갈테니.

지구빵집 2018. 6. 28.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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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네 곁에 없어도 더 이상 슬프지 않기를 바라. 지나갈 테니.

 

 

  너의 등을 항상 토닥여주는 사람이 없을지도 모른다. 어떤 일을 하든 항상 용기를 북돋아 주고 잘하라고 격려하는 사람이 없을지도 모른다. 네가 무모하거나 과감하기라도 하면 거침없이 이쁘다고 말해주고, 네가 어떻게 해도 잘했어라고 칭찬하고, 조금 서툴면 처음이니까 하고, 아무리 바빠도 여유 있게 살라고 웃으면서 말해주는 여자가 더는 없을지도 모른다. 남자는 여자에게 혹은 여자는 남자에게 기쁘면서도 가슴 벅찬 일을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 않아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힘든 하루를 보내면 힘들었지 푹 쉬어라고 말해주고, 언제나 네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한, 늘 먼저 커피 마시자고 하는, 네가 한 모든 말을 단어 순서로 기억하는, 네가 가르친 모든 도구들을 익히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시도하라고 한번 해보라는 모든 명령들을 마치 신자처럼 행하던, 네가 참는다고 한 일들을 너보다 몇 배나 더 참아내는 사람이 이젠 옆에 없을지도 모른다. 환영할 일이다. 네가 너의 길을 가라고 말해서가 아니다. 지쳐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네가 손 잡아 주지 않아도 이젠 똑바로 땅을 딛고 흔들리지 않게 뛰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말로는 설명이 안된다. 다룰 수 없는 하이드씨인지, 온순한 지킬인지 구분이 안된다. 때로는 몹시 밉고, 증오하기엔 너무나 그리운 시간이 많았다. 나무는 하늘 높이 자라기 위해, 땅속으로 가지들이 뻗어 자란 만큼 넓게 뿌리를 내린다고 한다. 너는 얼마나 자라려고 나의 마음에 이토록 깊은 뿌리를 내렸는가? 하늘 높이 솟은 만큼 뿌리도 그만큼 넓다. 연약한 마음은 어떤 대상에 대한 복수나 증오를 가지고 있어야 강해지는지 모르겠다.

 

  악마은 천사로도 순환한다. 순환하지 않는 것은 없다. 천사와 악마는 한 몸에 존재한다. 이것은 클리쉐다. 슈퍼맨, 스파이더맨, 아이언 맨, 심지어 서유기의 손오공에도 이러한 클리쉐는 나온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알고 있으면서 가장 많이 반복되는 이야기의 주제다. 스스로를 벗어난 대상이 악한 게 아니라 본질에 함께 존재하던 것에서 악한 모습이 나오게 마련이다.

 

  엉킨 실타래는 푸는 게 아니라, 자르고 다시 꿰는 게 맞다. 어쩌면 매번 시작할 때마다 잘못 꿰인 실타래를 풀려고 무던히 애를 쓴 거라고 생각한다. 언제 끝날지는 모른다. 가끔은 네가 있던 자리를 떠나서 멀리 떨어져 나와 바라보는 일이 있어야 한다. 누구나 마음대로 자신을 나와 떨어져 볼 수 없으니, 멀찌감치 내려다볼 수 있는 능력이 없으니 실타래를 풀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언젠가는 풀리겠지만 그것도 희망사항이고, 극도의 심적인 낭비와 피로함을 가지고도 푸는 경우는 드물다.

 

  똑똑하고 잘난 척하지 않고, 스스로 현명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좀 많이 소심하고 더럽고 유치하고 멍청하게 살고 싶다. 대개 사람들이 그러하듯 비열하고 조금은 얍삽하고 미안하지만 지능이 조금은 덜 발달한 성인처럼 보여도 괜찮을 정도로 살고 싶다.

 

  얼마나 멀리 가려고 러닝화를 5켤레나 신발장에 사다 놓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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